드라마 '의문의 일승' 등 주인공
"정작 형사들은 바빠 TV 못 봐요"
[ 구은서 기자 ]
방영 중인 드라마 ‘의문의 일승’의 오일승 순경(윤균상 분), 드라마 ‘시그널’의 안치수 계장(정해균 분), 영화 ‘베테랑’의 서도철 형사(황정민 분)의 공통점은 뭘까. 바로 소속 기관이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광수대)라는 것이다.
노규호 서울경찰청 광수대장은 15일 “이름처럼 관할지역 없이 ‘동에 번쩍, 서에 번쩍’하기 때문에 형사물의 단골 소재가 되는 것 같다”며 “정작 일선 형사들은 일하느라 광수대가 나오는 드라마나 영화를 거의 보지 못한다”고 말했다. 광수대의 임무는 △2개 이상 경찰서에 걸쳐 발생한 사건 △사회적 관심도가 큰 사건 △중요 사건의 첩보수집 및 인지수사 등이다. 전국 17개 지방경찰청마다 광수대가 설치돼 있다.
올해 서울경찰청 광수대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5촌 간 살인 의혹, 가수 김광석 씨의 딸 서연양 사망사건,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셋째 아들 김동선 씨 변호사 폭행 의혹 등 굵직한 사건을 잇따라 수사했다. 일부 사건은 수사 끝에 무혐의 결론을 내기도 했다. 노 광수대장은 “수사의 패러다임이 많이 바뀌었다”며 “유죄로 답을 정해놓고 수사하는 게 아니라 소문만 무성한 사건에 대해 무죄를 밝혀주는 것도 수사의 성과로 본다”고 했다.
‘의문의 일승’의 오일승 순경은 광수대 ‘암수범죄전담팀’ 소속 형사로 나온다. 암수범죄란 아직 수사기관의 레이더망에 포착되지 않은 범죄를 말한다. 실제 이런 팀은 있을까. 박종환 광수대 광역1계장은 “광수대 자체가 암수전담인 셈이라 이런 이름의 팀은 없다”며 “‘광수대가 범인을 못 잡으면 아무도 못 잡는다’는 각오로 수사에 임한다”고 밝혔다.
조직폭력배 등 강력사건을 주로 다루는 만큼 추격전이 일상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김회진 경위는 “광수대 수사는 ‘몽둥이 수사’라기보다 ‘면도칼 수사’라고 보는 게 더 정확하다”며 “증거인멸과 부상을 막기 위해 피의자들이 가장 방심하고 저항하기 힘든 순간 검거 작전을 펼친다”고 했다. 경찰특공대 출신인 남궁선 형사(경사)는 합기도 3단 등 뛰어난 무술 실력을 갖췄지만 오히려 ‘계좌추적의 달인’으로 통한다. 2년간 1200여 개가 넘는 계좌를 추적한 끝에 지난 9월 4조8000억원대 기업형 도박 사이트 운영 조직을 일망타진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1년의 절반은 새벽까지 컴퓨터를 붙잡고 씨름해야 했다”는 그는 드라마 속 형사들이 폐쇄회로TV(CCTV) 영상을 확인하느라 충혈된 눈에 인공눈물을 넣는 장면을 ‘공감 1순위’로 꼽았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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