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이 꽁꽁…동상·낙상·혈압환자 속출
[ 이지현 기자 ]
71년 만에 가장 이른 때 한강이 어는 등 강추위가 계속되고 있다. 한파가 이어지면서 한랭 질환자도 늘고 있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지난 13일까지 전국 524개 응급실에 한랭 질환으로 신고된 환자는 80명이다. 이 중 사망자는 6명에 이른다. 야외활동 등을 하다 체온이 낮아지는 저체온증을 호소하는 환자가 많다. 피부가 얼어 조직이 죽는 동상도 흔한 질환이다. 영하의 날씨에 거리 곳곳에 빙판이 생기면서 미끄러지거나 넘어져 다치는 사람도 많다. 한파에 생기기 쉬운 질환과 예방법, 대처법 등을 알아봤다.
◆한랭 질환자 82%가 저체온증
한파에 피해를 키우는 질환 중 하나가 저체온증이다. 2013~2016년 한랭 질환자 중 82%가 저체온증 환자다. 저체온증은 중심부 체온이 35도 미만으로 떨어지며 생긴다. 초기에는 심하게 몸을 떤다. 체온이 32도 미만으로 내려가면 기억력과 판단력이 흐려져 의식을 잃게 된다. 30도 이하가 되면 심장에 무리를 줘 사망에 이를 위험이 크다.
국내 저체온증 환자는 점차 증가하는 추세다. 기온이 낮아지면 환자 발생 위험은 더 커진다. 겨울철에 기온이 1도 낮아지면 하루 동안 발생하는 사망자는 1.35% 증가한다. 심혈관계 질환 사망자는 1.72%, 호흡기계 질환 사망자는 3.30%, 뇌혈관계 질환 사망자는 1.25% 증가한다. 특히 영유아, 만성 질환자, 노인에게 위험하다. 노인은 추위로부터 몸을 보호하는 체지방이 적고 대사율이 떨어져 열을 잘 발생시키지 못한다. 영유아는 체표면적이 넓고 피하지방이 부족해 열이 쉽게 빠져나간다. 고혈압, 당뇨병, 말초혈관 질환 등을 앓고 있는 환자는 혈관이 체온 조절 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해 저체온증에 취약하다.
땀에 젖은 옷을 그대로 입거나 젖은 신발을 신고 차가운 바람에 장시간 노출되면 체온을 쉽게 빼앗긴다. 저체온증 위험이 커진다. 저체온증이 의심되는 환자가 발생했다면 체온이 떨어지는 것을 막는 게 중요하다. 즉시 따뜻한 곳으로 옮겨 젖은 옷을 벗기고 마른 담요, 침낭 등으로 체온을 높여야 한다. 중심체온을 올리기 위해 겨드랑이, 배 등에 핫팩이나 더운 물통을 올려놓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이후 병원으로 이송해야 한다.
◆동상 의심되면 비비지 말아야
겨울에는 동상 환자도 늘어난다. 동상은 추운 날씨에 노출된 얼굴 손 발 등이 붉게 변하고 붓는 동창, 피부 온도 저하로 혈액이 잘 돌지 않아 조직이 죽는 동상을 함께 일컫는다. 동창은 혈관 속에 염증이 생겼지만 증상이 비교적 가벼운 상태다. 병원을 찾아 혈관확장제 등 약물치료를 받고 동창에 걸린 부위를 따뜻하게 하면 금방 회복된다.
동상은 피부 온도가 10도 이하로 내려가 혈관 속에 얼음 결정이 생겨 손상되는 질환이다. 귀 코 뺨 손 발 등 추위에 노출되는 부위에 많이 생긴다. 동상이 생기면 모세혈관이 수축해 피가 통하지 않는다. 피부가 검붉게 변하고 붓는다. 심하면 언 부위 피부가 창백해지고 감각도 없어진다. 추울 때는 증상이 있는지도 모르다가 따뜻해지면 언 부분이 녹으며 통증, 붉은 반점 등이 생긴다. 치료하지 않고 계속 추위에 노출되면 근육, 혈관, 신경 등으로도 동상이 퍼진다. 피부색이 흰색 또는 누런 회색으로 변하거나, 촉감이 비정상적으로 단단하거나 감각이 없어지면 동상을 의심해야 한다.
동상이 생겼을 때도 온도를 높여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심하게 비비거나 긁으면 조직이 손상될 수 있어 피해야 한다. 젖거나 꽉 조이는 옷을 제거하고 마른 수건으로 동상 부위를 감싸 외부 충격을 받지 않도록 한 뒤 빨리 병원을 찾아야 한다.
◆기온 갑자기 떨어지면 혈압도 조심
기온이 떨어지면 부정맥, 심근경색, 뇌졸중 등 심뇌혈관 질환의 위험도 높아진다. 기온이 내려가면 우리 몸은 체온을 뺏기지 않으려 혈관을 수축시킨다. 이 때문에 혈압이 갑자기 올라 심뇌혈관 질환이 생길 수 있다. 최규영 에이치플러스 양지병원 순환기센터 과장은 “아침에는 교감신경이 활발해진다”며 “아침에 운동과 용변을 무리하게 하면 혈압이 더 급격히 높아질 수 있다”고 했다.
혈압이 높아지면 0.2~0.4㎜ 정도로 가느다란 뇌동맥이 견뎌내지 못한다. 혈관이 터져 뇌졸중이 생길 위험이 커진다. 급성 심근경색 환자도 늘어난다. 심근경색은 심장에 피를 공급하는 관상동맥이 갑자기 막히는 질환이다. 갑자기 기온이 떨어지면 심장이 평소보다 빠르게 뛰면서 혈압이 올라간다. 이 때문에 심장혈관 내 뭉쳐 있던 기름 찌꺼기 등이 깨져 급성 심근경색이 생길 가능성이 높아진다.
빙판길이 늘면서 낙상 사고도 많아진다. 추운 날씨에 웅크리고 걷거나 주위를 제대로 살피지 않으면 꽁꽁 언 빙판에 미끄러지거나 넘어져 다칠 위험이 크다. 손을 주머니에 넣거나 스마트폰을 보면서 걷는 것도 낙상 위험을 높이는 행동이다.
◆술 마신 뒤 체온 조절 신경써야
겨울철 한파 질환을 예방하려면 체온을 일정하게 유지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기온이 낮은 새벽에는 외출을 자제하고 밖에 나갈 때는 털모자, 장갑, 목도리 등으로 방한을 철저히 해야 한다. 아이들과 함께 눈썰매장 등에 갈 때는 방한 의류와 방수 부츠를 반드시 착용하도록 해야 한다. 모자, 마스크, 스카프 등으로 얼굴도 충분히 감싸줘야 한다. 등산을 가거나 산책할 때는 활동성 있는 보온 내복과 방풍 기능이 있는 보온용 외투를 입고 미끄럼 방지 기능이 있는 신발을 신는 것이 좋다. 비상식량과 식수는 반드시 챙겨야 한다.
연말 송년회 등 술자리에 갈 때는 의식적으로 몸을 따뜻하게 해야 한다. 술을 마신 뒤 알코올이 분해되면 일시적으로 체온이 오르다 떨어진다. 술을 마셔 인지기능이 떨어진 상태에서는 체온이 낮아졌다는 사실을 잘 인식하지 못해 저체온증에 걸리는 일이 많다. 술을 마신 뒤 따뜻한 음식을 먹어야 한다.
건강한 생활습관을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다. 추위 때문에 물을 잘 마시지 않으면 혈액 점성이 높아져 심뇌혈관 질환 위험이 커진다. 물을 적당히 마셔야 한다. 낙상 예방을 위해 평소 스트레칭을 자주 해 유연성을 키워야 한다. 장갑을 착용하고 손은 주머니에서 빼야 한다. 강재헌 인제대 서울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아침 기온이 영하를 밑돌고 한낮에도 매서운 추위가 계속될 때는 내복을 입어 체온을 따뜻하게 유지하고 겉옷을 여러 벌 겹쳐 입어 공기층에 의한 보온효과를 높이는 것이 좋다”고 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도움말=강재헌 인제대 서울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최규영 에이치플러스 양지병원 순환기센터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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