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 만에 다시 만난 문 대통령과 리커창 총리
문 대통령 "한·중, 미생·완생 거쳐 상생 희망"
리 총리 "많은 중국인들, 평창올림픽 찾을 것"
[ 손성태/조미현 기자 ] 문재인 대통령과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의 만남은 지난달 13일 필리핀 마닐라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정상회의 후 한 달여 만에 이뤄졌다. 리 총리는 이날 회동에서 “중·한 관계의 봄날도 기대할 만하다”며 경제, 기업 투자, 관광 분야 등의 한·중 관계 재복원 의지를 밝혔다. 중국은 지금까지 정부 차원의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보복’은 없다고 했지만, 중국이 사실상 경제 분야에서 더욱 적극적인 관계 회복을 추진할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양국 경제 분야 실질적 논의
리 총리는 “우리는 중·한 양국의 고전시구를 이용해 봄에 대한 좋은 얘기를 많이 나눴다”며 지난달 회동을 거론하면서 반가움을 내비쳤다. 리 총리는 “문 대통령의 베이징 방문이 마침 겨울철에 성사됐다”며 “겨울이 지나면 봄이 찾아온다. 양측 모두 봄날의 따뜻함을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번에 총리와 바둑을 소재로 대화를 나눴는데 양국 관계를 바둑에 비유하자면 ‘미생’의 시기를 거쳐 ‘완생’의 시기를 이루고, 또 완생을 넘어서서 앞으로 ‘상생’의 시기를 함께 맞이하기를 바란다”고 화답했다.
이날 회담에서는 양국 관계 복원에 대한 실질적인 논의가 이뤄졌다. 문 대통령은 “사드 여파로 어려움을 겪는 한국 기업과 분야가 많다”며 “비록 중국 정부가 관여하지는 않았다 해도 사드로 인해 위축된 기업과 경제 분야가 조속히 회복될 수 있도록 리 총리가 적극적으로 독려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에 리 총리는 “투자 환경이 나빠진 것은 아니다”면서도 “일부 한국 기업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점을 알고 있다”고 했다. 중국의 경제·산업 분야를 총괄하는 리 총리가 한국 기업들의 어려움을 인지하고 있다는 것만으로 양국 관계가 상당한 진전이 이뤄졌다는 평가가 나왔다. 그러면서 “중·한 관계가 발전하면 한국 기업은 많은 혜택을 얻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리 총리는 또 “평창동계올림픽 기간에 많은 중국인이 한국을 방문해 경기를 관람하고 관광도 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이에 따라 사드 보복 이후 얼어붙었던 한국 관광이 본격적으로 이뤄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한·중 관계 개선 강한 의지
문 대통령은 한·중·일 정상회담을 이른 시일 내 열 것을 희망했고, 리 총리도 “조속한 시일 내 3국 간 정상회담이 개최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답했다. 문 대통령은 미세먼지 공동 저감, 의료협력, 서해 수산자원 보호, 4차 산업혁명 공동 대응, 인적 교류 및 문화교류 등 분야에서 양국 교류를 제안했다. 이에 대해 리 총리는 “한·중 간의 근본적 이해충돌이 없으며 양국 강점을 살려 상호 보완적 협력으로 양국은 물론 동아시아 협력에도 기여할 것”이라며 긍정적으로 답했다고 윤영찬 국민소통수석이 전했다.
문 대통령이 “2018년 2022년을 한·중 상호 방문의 해로 지정하자”는 제안에는 “방안을 진지하게 검토하고 있다”고도 했다.
문 대통령과 리 총리가 이처럼 경제 분야에서 일치된 의견을 주고받으면서 사실상 중국의 ‘사드 보복’은 철회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리 총리가 회동에서 보인 한·중 관계 복원에 대한 강한 의지가 중국 정부 내부는 물론 민간에 한국과의 교류 협력을 재개해도 좋다는 신호로 작용할 수 있어서다.
다만 한·중 관계가 ‘사드 이전’으로 완전히 돌아가기에는 시간이 걸릴 것이란 전망도 있다. 중국은 지난달 베트남 다낭에서 열린 한·중 정상회담 이후 한국 관광을 일부 허용했지만, 사드 부지를 제공한 롯데는 대상에서 제외했다. 또 지난달 한·중 정상회담에서 ‘전기자동차 배터리 보조금 지급 대상에 한국산 배터리 장착 차량을 포함해 달라’는 문 대통령의 요청도 여전히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베이징=손성태/조미현 기자 mrhan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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