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심성미 기자 ] “너는 너로 살고 있지?”(14쪽)
‘나’로 산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끊임없이 자신을 성찰하고 보듬지 않으면 어느새 거울 속 나의 모습은 나조차 낯설어지게 마련이다.
“바늘의 문장으로 산맥을 창조했다”(권여선 소설가)는 평가를 받는 김숨 작가의 신작 《너는 너로 살고 있니》(마음산책)는 마흔을 넘긴 주인공이 자아를 찾아가는 이야기를 담았다.
560여 장(원고지)가량의 편지 형식인 이 작품은 한 번도 주인공을 맡아본 적 없는 무명의 여배우가 11년째 식물인간 상태인 한 여자를 간호하기 위해 경주로 내려가며 시작된다. 어느새 경력 15년차 배우가 됐지만 단역을 전전하느라 한 달 수입은 20만원에 불과하던 ‘나’. 경주에 내려오기 전까지 그는 깊은 허무감에 시달렸다. 스스로가 아무것도 아니라는 절망감, 앞으로의 인생은 더 불행할 수도 있다는 외로움이 그를 괴롭혔다.
소설 속 배경과 두 주인공은 닮아 있다. 수많은 무덤 사이로 사람들이 분주하게 걸어다니는 경주는 삶과 죽음의 풍경이 묘하게 중첩된 공간이다. 살아 있어도 죽은 듯 삶을 영위하던 ‘나’와, 죽은 듯하지만 여전히 살아 있는 ‘그녀’가 교감하는 이야기들 또한 그렇다.
‘나’는 죽은 듯 누워 있는 그녀에게 알 수 없는 동질감을 느낀다. 주변 사람들도 “친자매보다 그녀와 더 닮았다”고 말한다. 그런 그녀에게 ‘나’는 계속해서 묻는다. “내가 보이나요” “날 기다렸나요” “나는 아직도 당신에게 가고 있는 중인가요.”
그녀는 주인공에게 온 세상이기도 하고, 동시에 자기 자신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녀와의 교감을 통해 서서히 자아를 마주하게 된 주인공은 비로소 자신다운 삶을 살아갈 용기를 얻는다. 능 주변에서 마치 돌을 갓 지난 아기처럼 걸음마를 익히며 힘겹게 걷는 노인을 바라보면서 ‘나’는 깨우치듯 말한다.
“한 발짝 내딛을 때마다 이 생에서 저 생으로 옮아가는 기분입니다. 때때로 우리가 간절히 갈망하는 다른 생은 어쩌면 한 발짝 너머에 있는 게 아닐까요."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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