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3년간 매출 지속 감소
핵심재료 반도체값 상승도 부담
자동차 안테나사 인수 등 사업 다각화
"글로벌 셋톱박스 업계 구조조정
마무리되는 내년이 반등기회"
[ 김진성 기자 ] ▶마켓인사이트 12월17일 오후 3시7분
TV용 셋톱박스 제조업체인 휴맥스의 실적 악화가 3년째 이어지고 있다. 유료방송 시장의 성장세가 꺾이면서 셋톱박스 판매량이 줄어든 여파가 컸다. 이 회사는 새 먹거리인 자동차 전자장비(전장) 사업에 적극 투자하며 돌파구를 모색하고 있다.
◆올해 영업이익 90% 감소
휴맥스의 모태는 1989년 설립된 건인시스템이다. 노래방기기 등 전자기기를 생산하는 회사였다. 1997년 위성용 셋톱박스를 판매하면서 본격적으로 셋톱박스 제조사업에 발을 들였다. 국내뿐만 아니라 북미 중남미 유럽 중동 아시아 등 해외 각지로 판매처를 넓혀 매출 1조원대 기업으로 성장했다. 미국 아리스, 프랑스 테크니컬러와 함께 글로벌 3대 셋톱박스 제조업체로 발돋움했다.
하지만 최근 3년간 회사 외형은 조금씩 줄어들고 있다. 2014년 1조4438억원이던 매출이 지난해 1조3505억원으로 감소했다. 전방산업인 유료방송 시장의 성장세가 멈춘 게 셋톱박스 판매에 악영향을 주고 있다는 분석이다.
미국 시장조사기관 IHS에 따르면 전 세계 셋톱박스 생산량은 2015년 2억9000만 대까지 증가했지만 지난해 2억7600만 대로 감소했다.
휴맥스의 올 1~3분기 매출은 1조945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15.2% 늘었다. 여전히 글로벌 상위업체로서 지위를 유지하며 다양한 매출처를 가진 게 실적변동 위험을 줄여주고 있다는 평가다. 미국 최대 통신사인 AT&T를 고객으로 확보하고 있는 북미 시장에서 안정적인 수익을 내고 있다.
다만 비용 부담으로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다. 이 회사의 올 1~3분기 영업이익은 18억원으로 전년 동기에 비해 90.2% 급감했다. 2015년 485억원이던 이익 규모가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다. 셋톱박스업체 간 경쟁 심화로 제품가격이 하락한 탓이다. 최근 반도체 시장의 슈퍼호황으로 주요 원재료인 D램 가격이 올라 제조 원가 부담이 커진 점도 악재였다.
휴맥스는 사업다각화를 통해 셋톱박스사업 부진 만회를 노리고 있다. 2012년 차량용 오디오와 내비게이션 등을 제조하는 대우아이에스(현 휴맥스오토모티브)를 200억원에 인수하며 자동차 전장사업에 뛰어들었다. 지난달 말에는 자동차용 안테나 제조업체인 위너콤을 270억원에 사들이며 전장사업에 한층 더 힘을 실었다.
하지만 아직까지 신사업 효과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오히려 휴맥스오토모티브의 실적은 점점 악화하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해 45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적자전환했다. 지난해 매출은 2170억원으로 전년보다 9.2% 줄었다. 휴맥스는 지난 1일 경영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휴맥스오토모티브를 흡수합병했다.
투자를 위해 차입을 늘리면서 휴맥스의 재무상태는 나빠졌다. 2015년 2.4배이던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 대비 총 차입금 비율이 올 3분기 10.6배까지 치솟았다. 나이스신용평가는 휴맥스의 단기 신용등급을 ‘A2-’에서 ‘A3’로 떨어뜨렸다.
휴맥스 주가도 약세다. 지난 15일 종가는 9620원으로 올 들어 30% 떨어졌다. 주가가 장기간 하향곡선을 그리자 이 회사는 지난 2월 발행한 200억원어치 전환사채(CB)의 전환가격(주식으로 바꿀 수 있는 가격)을 잇달아 낮췄다. 발행 당시 1만1950원이었던 전환가격은 세 차례 조정을 거쳐 9560원까지 내려갔다.
◆“글로벌 시장 ‘빅3’로 재편”
주식시장 전문가들은 셋톱박스 시장 구조조정이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되는 내년에는 휴맥스가 반등 기회를 잡을 것으로 보고 있다. 2015년 테크니컬러가 미국 시스코의 셋톱박스사업을 인수하고 지난해 아리스가 당시 글로벌 3위 셋톱박스업체였던 영국 페이스를 인수하는 등 최근 글로벌 셋톱박스 시장은 인수합병(M&A)이 활발했다.
박원재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아리스와 테크니컬러, 휴맥스 등 빅3 업체를 중심으로 글로벌 셋톱박스 시장이 재편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진성 기자 jskim102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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