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손으로 시장 개척한 한국인들
중남미서 수주 1위 포스코건설
무사고로 공사기간 지키자
발주처서 보너스 지급도
리튬 개발사업 진출 검토
[ 박수진 기자 ] 포스코건설은 한국에서 도급 순위 3~5위의 2군 기업이다. 중남미에선 얘기가 다르다. 발전소와 플랜트 등 건설 수주에서 한국 기업 중 단연 1위다.
김현진 포스코건설 칠레 산티아고법인장은 “남들이 서쪽을 볼 때 동쪽을 봤다”고 말했다. 2000년대 초·중반 중동 건설 붐이 한창일 때 한국 메이저 건설업체들은 서쪽으로 경쟁적으로 달려갔다. 저가 출혈 경쟁은 피할 수 없는 부작용이었다. 포스코건설은 ‘레드 오션’을 피해 동쪽을 봤다. 중동보다는 작지만 장기적으로 성장 가능성이 있는 시장을 선택했다. 아르헨티나의 가스 공급 중단으로 칠레가 석탄발전을 고려하던 때였다.
김 법인장은 기회를 포착했다. 일이 순조롭지는 않았다. 2005년 벤티나스 석탄화력발전소 건설 프로젝트에 처음 입찰했다. 당시 발주사의 첫 반응은 “무슨 제철소가 발전소 건설 사업에 들어왔느냐”는 것이었다. 김 법인장은 칠레 정부 관계자들을 포스코로 초청해 공장 부지 내에서 가동 중인 부생가스발전소를 보여줬다. 먼지 하나 없이 깔끔하게 제철소에서 필요로 하는 전력을 공급하는 시스템을 보여주며 설득했다.
김 법인장은 2006년 공장 수주 후에도 건설에 정성을 들였다. 당시만 해도 스페인 등 유럽 기업들은 설계 변경과 공기 지연을 밥먹듯 했다. 포스코건설은 약속한 공기를 준수하고 사고 없이 발전소를 준공했다. 2011년 칠레 앙가모스 석탄화력발전소는 조기 준공했다. 발주처는 포스코건설에 700만달러의 보너스를 지급했다.
이런 소문이 퍼지자 페루 파나마 아르헨티나 브라질에서도 주문이 쏟아졌다. 포스코건설은 2006년 중남미 진출 7년 만에 누적 수주 100억달러를 돌파했다. 김 법인장은 “포스코건설의 중남미 성공은 한 곳에 머물지 않았기 때문에 가능했다”며 “그동안의 중남미 사업 경험을 기반으로 리튬 개발사업 진출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산티아고=박수진 특파원 ps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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