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국을 '세계의 큰 봉우리'로 만들 책무가 우리에게 있다

입력 2017-12-17 18:59  

역사상 우리보다 작았던 '거대 강소국' 많아
국운 융성, 영토·인구 아닌 비전·의지에 달려
스스로 '큰 봉우리' 세울 다짐과 결기 절실



문재인 대통령의 3박4일간 중국 국빈방문이 우여곡절 끝에 종료됐다. 청와대는 “이번 방중(訪中)은 120%의 성과를 냈다”고 자평했다. 북핵 위기를 해소할 ‘4대 원칙’을 중국과의 합의로 이끌어냈고, 중국 측 사드 보복의 사실상 철회를 의미하는 경제·무역 채널 재가동을 확약받은 것 등을 주요 성과로 꼽았다. 청와대 일각에선 “전임 정부가 망쳐 놓은 한·중 관계를 정상화하느라 고생하고 있다”는 말도 나온다.

북한의 위협을 머리에 인 채, 한·중 사이의 꼬인 실타래를 푸는 데 정부 나름의 고충이 적지 않을 것이다. 임박한 평창 동계올림픽의 성공적인 개최를 위해 중국을 ‘흥행카드’로 활용하려는 다급함도 이해할 수 있다. 그런 이유로 인해 서두른 ‘연내 방중’이 청와대 자평과 달리, 적지 않은 문제를 드러냈다는 비판도 있다. “노골적인 외교의전 무시와 홀대를 받으면서 국가 위신을 떨어뜨렸다”며 개탄하는 여론이 만만치 않다.

아무리 급해도 지켜야 할 원칙과 정도(正道)를 잊거나 건너뛰어서는 곤란하다. 대한민국의 궁극적 안보뿐 아니라 국가의 품격까지 담보해야 ‘자존(自尊) 외교’도 빛을 발하는 것이다. ‘4대 원칙’은 시진핑 주석이 강조해온 것을 수용한 것이고, 사드 보복 해제라는 것도 중국이 ‘한국의 맹렬한 반성과 이행’을 요구한 전제 아래 나왔음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문 대통령이 베이징대 연설에서 “중국은 주변국과 어울려 있을 때 그 존재가 빛나며, 높은 산봉우리가 주변의 많은 봉우리와 어울리면서 더 높아지는 것과 같다”고 한 발언은 주석(註釋)이 필요하다. 상대방을 띄우는 이런 외교 수사(修辭)가 국제사회에서, 특히 중국인들에게 한국의 자기비하로 해석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옛 고구려와 발해가 동북아의 거대한 봉우리였다는 역사까지 가지 않더라도, 대한민국이 동북아를 비롯한 아시아, 나아가 세계의 ‘큰 봉우리’로 우뚝 솟게 할 책무가 우리에게 있음을 상기해야 한다.

근대 세계사를 돌아보면 국가 흥망성쇠는 인구나 영토, 자원의 규모에 좌우되지 않았다. 대항해시대를 연 선구자는 유럽 서쪽 변방의 포르투갈이었다. 네덜란드는 국토 상당 부분이 바다보다 낮은 약점을 거꾸로 조선·해운강국으로 탈바꿈시켜 한 시대를 풍미했다. 경상도 크기의 벨기에도 콩고 등 국토의 10배가 넘는 해외 식민지를 차지했다. 하나같이 대국들 틈바구니에서도 스스로 ‘큰 봉우리’를 지향한 강소국들이다. 산업혁명 발상지이자 ‘해가 지지 않는 제국’을 건설한 영국도 인구는 한국과 엇비슷하고, 면적도 한반도보다 약간 큰 정도다. 나라의 번영은 물리적 크기가 아니라 지도자의 큰 꿈과 비전, 불굴의 의지, 모험정신에서 나온다.

대한민국이 이들 나라보다 못할 이유가 없다. 1970년대 말 중국 지도자 덩샤오핑이 개혁·개방에 나설 때 롤모델로 삼은 나라가 한국이었다. “하면 된다”는 신념 아래 국운(國運)의 나래를 폈던 기개와 의지가 한국인 가슴속에 살아 꿈틀거리고 있다. 이 에너지를 미래지향적인 비전과 마스터플랜, 로드맵으로 담아내 국력을 결집하는 것이 국가 지도자들의 최우선 과제가 돼야 한다. 대한민국을 ‘세계의 큰 봉우리’로 일으켜 세우겠다는 국민 모두의 다짐과 결기가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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