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 승리 위한 조치"
배덕광·엄용수 등 현역의원 4명
친박계 권영세·김희정도 탈락
다음 총선서 공천받기 어려워져
'복당파' 당협위원장 입성 가능성
친박, 강력한 당내 투쟁 나설 듯
서청원 "고얀 짓…못된 것만 배워"
[ 박종필 기자 ]
자유한국당이 17일 지방조직 정비를 명분으로 현역 의원 4명에 대해 지역구 책임자인 당원협의회 위원장 자격을 박탈하기로 했다. 서청원(8선, 경기 화성갑) 유기준(4선, 부산 서·동) 배덕광(재선, 부산 해운대을) 엄용수(초선, 경남 밀양·의령·함안·창녕) 등 4명 모두 친박(친박근혜)계 의원이다. 당내에서는 ‘홍준표식 인적 청산’을 통한 당 대표 친정체제 구축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홍문표 사무총장과 이용구 당무감사위원장은 이날 당무감사 결과 발표 기자회견을 열고 ‘기준미달’ 판정을 받은 62곳의 지역구 명단을 공개했다. 홍 총장은 “한국당이 야당으로서 참으로 어려운 상황”이라며 “지방선거 필승을 위한 조치”라고 주장했다. 이 위원장은 “이번 당무감사는 어떤 정치적 고려 없이 계량화해 평가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기준미달 평가를 받은 당협위원장은 곧바로 사퇴 수순에 들어간다. 기준 미달로 분류된 지역구의 당협위원장은 20일까지 재심사를 신청할 수 있고 추후 최고위원회 의결을 통해 당협위원장 박탈 여부가 최종 결론 난다. 재심사 결과가 뒤집히지 않는 한 한국당 전국 당협위원장 214명 가운데 29%가 교체되는 셈이다.
당무감사위는 지난달 감사위원과 사무처 당직자로 구성된 지방출장단을 꾸려 2주간 전국 당 조직을 실사했다. 여기에 여론조사와 대선 득표율 등의 데이터를 더해 평가를 계량화했다. 현역의원 지역구를 비롯해 서울 강남·영남 등 한국당 지지세가 강한 곳은 55점이 넘어야 낙제를 면할 수 있다.
당협위원장 박탈 조치는 현역과 원외 정치인 모두에게 치명타다. 당협위원장 자리를 내놓으면 내년 6월 지방선거에서 기초단체장 등에 대한 공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음은 물론 다음 총선에서 공천을 받기 어려워진다.
서 의원은 당내 최다선이면서 친박계 좌장이다. 유 의원은 박근혜 정부 해양수산부 장관을 지낸 핵심 친박으로 분류된다. 정치권 관계자는 “건축허가 비리 사건에 연루돼 1심에서 의원직 상실형을 받은 배 의원과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검찰 기소된 엄 의원을 제외하면 당무감사의 칼끝이 서 의원과 유 의원을 겨냥했다고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현역이 아닌 원외 친박계 전직 의원들도 ‘살생부’에 대거 이름이 올랐다. 새누리당(자유한국당의 전신)의 사무총장을 지낸 권영세 전 의원, 박근혜 정부 여성가족부 장관을 지낸 김희정 전 의원, 박민식·전하진 전 의원 등도 퇴출 대상에 포함됐다.
서 의원은 이날 당무감사 결과를 보고받고 “고얀 짓이다. 못된 것만 배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조직 혁신의 일환으로 당무감사를 단행한 홍 대표를 겨냥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대상이 된 다른 당협위원장들은 대거 재심청구를 하거나 홍 대표 체제를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여는 등 당내 투쟁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바른정당에서 한국당으로 넘어온 ‘복당파’ 의원들은 당협위원장 지위를 회복할 가능성이 높다. 김성태 원내대표와 강길부 김영우 여상규 이진복 정양석 홍철호 의원 등 복당파 7명의 지역구와 겹치는 한국당 원외 당협위원장 모두 ‘기준미달’ 판정을 받았기 때문이다. 복당파 의원들이 현역 프리미엄을 안고 지역구를 되찾을 가능성이 크다. 이들은 앞으로 홍 대표와 김 원내대표 ‘투톱 체제’의 지원군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박종필 기자 j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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