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민 < 교수·서울대 벤처경영기업가센터 >
지난달 정부는 혁신창업생태계 조성방안을 발표했다. 향후 3년간 10조원 규모의 혁신모험펀드를 신규로 조성하고, 벤처캐피털 투자의 ‘보통주 비중’을 확대해 모험성을 강화한다는 것이 주요 골자다. 보통주 투자 비중을 높여 모험성을 강화한다는 말은 그동안 벤처투자가 우선주 중심으로 이뤄져 벤처기업의 역동성을 지원하기에 부족했다는 일각의 시각을 표현한 것이다. 하지만 이들의 주장처럼 투자자가 보통주로 투자하면 창업 생태계가 살아나고 투자가 활성화될까. 유감스럽게도 그렇지는 않다.
여기서 말하는 우선주는 상환전환우선주(RCPS)다. 주식 보유자가 일정 기간이 지난 뒤 투자금 상환을 요청하거나 보통주로 전환할 수 있는 권리가 붙은 우선주다. 우선주는 일견 투자자에게 유리하고 기업에 불리한 방식으로 보인다. 하지만 우선주 투자는 벤처 투자의 성공과 실패 경험이 쌓이면서 자연스럽게 발생한 현상이다.
벤처캐피털이 어떤 기업에 보통주로 투자하면 상장이나 인수합병(M&A) 이외에는 투자 회수가 힘들다. 반면 우선주는 기업이 축적한 이익잉여금 범위 내에서 투자금을 돌려줄 수 있다. 우선주를 상환해 창업자는 지분율을 높일 수 있고, 투자자는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다. 벤처캐피털은 상환할 만큼 이익을 내지 못한 기업의 우선주는 손실로 처리한다. 우선주 상환으로 회수된 자금은 다른 창업기업에 재투자된다. 창업 생태계에 돈이 돌게 하는 역할이다.
우선주의 전환 기능은 ‘보유효과’와 ‘정보 비대칭성’으로 발생하는 문제를 보완하는 역할도 한다. 어떤 대상을 소유하면 애착이 커져 객관적으로 가치를 책정하지 못하는 심리 현상을 ‘보유효과’라 한다. 창업자들이 자신이 설립한 기업의 가치를 실제보다 높게 보는 이유다. 보유효과가 강하면 거래는 쉽지 않다. 정보의 비대칭성은 창업자와 투자자가 가지고 있는 정보의 수준이 다르다는 것을 의미한다.
보유효과와 정보의 비대칭성으로 창업자와 투자자가 판단하는 기업가치는 다를 수밖에 없다. 그래서 보정장치가 필요하다. 우선주는 보통주로 전환할 때 전환가격을 조정하는 기능(리픽싱)을 가질 수 있는데 이를 통해 창업자와 투자자가 보는 기업가치의 간극을 좁힐 수 있다.
하지만 보통주는 다르다. 투자하는 시점에 투자자와 창업자 중 누군가 이득을 보면 다른 사람은 손해를 보는 ‘제로섬 게임’이 된다. 보통주라면 투자가 이뤄지지 않을 투자안도 우선주라면 합의가 가능해진다. 이처럼 우선주 투자는 불확실성을 줄여 창업기업에 투자를 확대하는 유인책이 된다.
개선해야 할 것은 아직도 일부 투자계약에 남아 있는 창업자에 대한 불공정 요소다. 기업 운영의 실패를 창업자가 무한 책임지도록 하는 일부 불공정 계약은 기업과 창업자를 분리하지 않아서 발생한다. 투자계약서에서 창업자를 분리해 별도의 주주 간 계약서를 작성하고 창업자가 과도한 실패 부담을 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 실패한 창업자가 다시 도전할 수 있다.
이영민 < 교수·서울대 벤처경영기업가센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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