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개사에 시장테스트기법 적용
8개사 매출 늘고 수출도 성사
[ 오경묵 기자 ]
영남대 창업보육센터에서 지난해 6월 창업한 유아용 혼합과일주스 판매업체인 프레쉬벨(대표 김근화)은 아기 변비에 도움이 되는 기능성 음료를 개발하면서 제품 이름에 채소 성분을 강조할지, 변비해결 기능을 강조할지를 고민했다. 이 회사는 영남대 창업보육센터의 도움으로 ‘야채얌얌’과 ‘응가쑥쑥’이라는 가상제품을 만들어 페이스북에서 두 달간 고객반응을 살폈다. 실제 제품이 나오기 전이어서 ‘구매’ 버튼을 누른 응답자들에게는 테스트임을 설명하고 선물을 주는 방식이었다. 20~30대 영유아 부모를 대상으로 선호도를 조사한 결과 ‘응가쑥쑥’에 대한 선호도가 월등히 높았다. 프레쉬벨은 페이스북 반응을 토대로 제품의 브랜드 콘셉트와 광고를 만들었다. 지난해 하반기보다 매출이 두 배 이상 늘었고 대형마트와의 계약에도 성공했다.
영남대 창업보육센터가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을 돕기 위해 ‘고객가치 시장테스트기법’을 창업기업에 적용해 기업의 성장에 도움을 주고 있다. 가상제품을 만들어 판매하거나 제조공정 일부를 고객기업에 실제로 적용해 제품개발에 반영하는 방법이다.
센터는 1억3000만원을 들여 올해 12개 스타트업에 이 기법을 적용해 8개 스타트업에서 매출 확대와 수출성공 등의 효과를 얻었다고 18일 발표했다. 센터가 이 기법을 적용한 것은 창업기업의 85%가 시장에서 원하지 않는 제품을 출시해 실패한다는 분석 때문이다.
정밀부품 제조기술로 2012년 창업한 누리티앤피(공동대표 김동우, 여환균)는 올해 금속분말사출기술의 사업화를 위한 투자를 앞두고 고민하고 있었다. 주고객인 소형정밀 부품업체들이 기존 정밀주조방식을 채택하고 있어 금속분말사출기술로 대체할지 판단이 서지 않았다. 이 회사는 센터의 도움을 받아 정밀주조방식을 채택하고 있는 기업을 상대로 공정에 적용했다. 정밀주조를 할 때 조도(반짝거림) 등 후가공에 드는 시간과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을 증명하자 고객기업들이 거래하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 회사 김동우 대표는 “스타트업이 대규모 투자를 하기 위해서는 물량확보가 중요한데 고객들이 과연 이 기술을 도입할지 판단하는 것은 어려운 문제”라며 “실제 고객사를 대상으로 시험해본 뒤 투자에 확신이 섰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증설 후 지난달 일본에 1억원 상당의 수출도 성사시켰다. 지난해 10억원이던 매출은 올해 15억원으로 늘었고, 내년에는 23억원이 목표다.
국내 최초로 USB 충전식 발열 헤어롤로 2015년 창업한 에스멜린(대표 신아영, 영남대 무역학부 4학년)도 이 기법을 적용해 지난해 1억원이던 매출이 올해 2억원으로 두 배 증가했다. 이 회사는 기존 벨벳소재가 잘 미끄러진다는 소비자 의견을 반영해 벨크로(찍찍이) 소재로 전환했다. 박창현 영남대 창업보육센터장은 “실제 제품이나 공정에 미리 적용해 창업기업의 성공확률을 높이는 과학적인 방법을 확대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대구=오경묵 기자 okmoo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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