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플러스]기관투자가들이 보는 내년 증시 전망은?

입력 2017-12-19 14:08  


연말을 앞두고 코스피지수가 지지부진한 흐름을 이어가는 가운데 기관 투자가들이 내년 증시에 대해 신중한 자세를 취하고 있다는 보고서가 나와 눈길을 끈다.

19일 유승민 삼성증권 투자전략팀장은 "11월 말 이후 주요 국내 기관투자자 30여 곳과 미팅을 진행한 결과, 전반적으로는 내년 전망에 대해 신중한 시각이 우위를 나타냈다"며 "극히 일부만이 예상을 넘는 강세장을 전망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유 팀장은 "올해 글로벌 증시 및 코스피 랠리에도 불구하고, 국내 기관투자자들은 대체로 여전히 침착하고 자제하고 있는 모습이 역력했다"며 "내년에 대해 신중한 입장이 다수였는데 이러한 경향은 운용 실무보다 경영의 비중이 커진 헤드급에게서 더욱 뚜렷하게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이는 올해 국내외 증시 랠리에 따른 직관적인 판단, 또는 과거 버블 이후 급락 사례를 일반화한 오류 때문이라고 유 팀장은 진단했다.

김일구 한화투자증권 연구원 역시 "1999~2000년 닷컴버블이라는 혹독한 경험을 하고 난 글로벌 증시에는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과 관련해 암묵적으로 넘지 말아야 할 선을 설정하고 있다"며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 증시는 닷컴버블 붕괴 이후 주가지수가 기업이익의 17배를 넘어서지 않고 있다"고 분석했다.

2003~2004년 브릭스(BRICs)를 비롯한 신흥국의 높은 경제성장률 덕분에 낙관론이 팽배할 당시에도 주가수익비율(PER)은 17배를 넘지 않았고, 미국과 유럽, 일본 중앙은행의 양적완화와 글로벌 경제의 회복을 기반으로 주가가 상승한 최근 강세장에서도 이를 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유 팀장은 "경험이 많은 투자자들일수록 강세장 이후 급락장을 경험한 트라우마가 클 수 있다고 본다"면서도 "2017년 강세장은 펀더멘털(기초체력)과 동떨어진 버블이 아니었고, 충분히 이성적인 시장 흐름이었다"고 강조했다.

또한 올해 20% 상승한 MSCI전세계지수(MSCI AC World Index) 추이에 비춰 랠리 다음해 조정은 직관적 판단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해당 지수가 제공된 1988년 이후 전년 대비 15% 이상 상승한 사례는 올해를 제외하고 총 11회였는데, 강세장 이후 다음해에 주가가 하락한 경우는 3번에 불과했다는 지적이다.

전 세계 교역이 활발해지면서 경제 성장을 이끌고 있고, 주요 선진국에서 설비투자가 재개되고 있는 등의 거시경제 환경에 비춰 내년에도 강세장이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유 팀장은 내다봤다. 글로벌 경제의 '골디락스'가 이어지면서 완화적 통화정책이 증시 랠리를 가속화, 올해와 달리 '비이성적 과열'이 출현할 가능성도 점쳤다.

그는 "주목할 점은 신중한 국내 기관 투자가조차도 글로벌 매크로(거시경제) 환경이 우호적이라는 점에 대해서는 동의했다는 점"이라며 "이 같은 상황 인식과 자산운용 계획의 괴리는 매우 중요한 위험이고, 자칫 유연하지 못한 일부 기관투자자들은 향후 지속될 강세장 후반에 뒤늦게 적극 참여하는 '페인 트레이드'로 내몰릴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최근 한달간 유가증권시장에서 기관은 3조4315억원어치 주식을 순매수하며 외국인(2조2984억원 순매도)과 기관(1조8595억원 순매도) 차익실현 매물로부터 지수를 방어하고 있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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