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부로 마련된 이 곡은 첼로와 더블베이스의 낮고 묵직한 선율로 시작됐다. 점점 두터워진 화음은 어둠에서 광명을 밝히는 빛이자 통로처럼 느껴졌다. 이윽고 바리톤 김동섭은 노래했다. “오 벗들이여, 더 즐겁고 기쁨에 찬 노래를 부릅시다. 기쁨!” 뒤를 이은 소프라노 박소영, 메조소프라노 백재은, 테너 김승직 등 솔리스트들과 서울시합창단, 한경시민합창단원도 웅장한 스케일로 희망과 화합, 인류애를 노래했다.
금난새 한경필하모닉 음악감독은 기악과 성악, 어느 하나에 치우치지 않은 고른 소리를 내보였다. 70세 고희의 나이가 연상되지 않을 정도로, 오랜만에 힘찬 몸짓과 손놀림으로 215명의 합주를 이끌어냈다.
이날 공연은 금 감독 특유의 생기 넘치는 기획력이 돋보인 무대였다. 1부에서 익숙하면서도 달콤한 오페라 아리아를 통해 화려한 봄날의 분위기를, 2부에선 ‘환희의 송가’로 천상의 행복을 노래했다. 팔색조 같은 선명하고 투명한 여러 빛깔이 교차하는 듯했다. 비록 합창 교향곡 전 악장을 연주하진 않았지만 한경필하모닉의 합주력은 4악장 연주로도 충분히 그 실력을 드러내 보였다.
테너 플라시도 도밍고와 함께 내한 콘서트 무대에 오르기도 했던 박소영은 오펜바흐의 오페라 ‘호프만의 이야기’ 중 ‘인형의 노래’에서 깜찍한 인형 연기와 함께 초절정 기교를 선보였다. 오페라 마술피리의 밤의 여왕처럼 얼음장 같은 고음의 열연에 관객은 탄성을 쏟아냈다. 김동섭은 오페라 ‘카르멘’ 중 ‘투우사의 노래’를 부르며 관객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이끌어냈다. 관객은 그의 노래 중간중간 “올레”를 외치며 김동섭의 노래를 받쳐주는 역할을 했다.
솔리스트들의 이중창도 돋보였다. 박소영과 백재은은 오페라 ‘라크메’ 중 ‘꽃의 이중창’으로 겨울에도 마치 봄이 온 듯한 감수성 어린 하모니를 선보였다. 김승직과 김동섭이 함께한 오페라 ‘진주조개잡이’의 ‘신성한 사원에서’ 무대는 서정적이면서도 장중하게 객석을 감싸안았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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