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수기업 노하우·일자리 기여도 커
'히든챔피언'으로 도약 기반 다져야
윤병섭 < 중소기업학회·명문장수기업연구회장 >
문재인 정부는 혁신적인 창업과 신산업 창출을 통해 한국 경제의 위기극복 해법을 찾고 있다. 그런데 우리 경제의 지속 가능한 성장과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는 신생 창업기업의 활발한 진입과 함께 장수기업의 역할이 중요하다.
장수기업은 고용과 생산을 유지하고 축적된 기술과 노하우를 다음 세대로 전달, 국가 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 신생기업의 평균 생존율은 창업 1년 후 62.4%에서 5년 후에는 27.3%로 낮아지지만 업력이 증가할수록 기업당 매출 및 자산이 급격히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장수기업은 신용을 생명처럼 중시한다. 거래처를 속이거나 배반하지 않고 상대방 처지를 생각한다. 장수기업의 신용 중시 사상은 일본의 경우 상점, 가게 및 음식점 입구에 상호를 새겨 걸어 놓은 무명천, 노렌(暖簾)에서 엿볼 수 있다. 노렌은 고객 중시 및 신용을 상징하는 일본 기업의 미학적 의식이며 시대정신이다. 역사가 흐르고 시대가 바뀌어도 고객이 기뻐할 제품을 만들겠다는 마음가짐이 배어 나온다.
장수기업은 지역사회 이해관계자를 아우른다. 기업이 성장할 수 있도록 발판을 마련해준 지역사회에 봉사하고 공헌하는 사회적 책임을 실천한다. 세월이 흘러도 가치와 전통을 소중히 여기는 이런 시대정신이 사회적 문화 기반을 지탱한다.
장수기업은 준비된 경영권 승계를 통해 경영의 안정을 꾀한다. 일본의 경우 가훈이나 사훈에 명시해 형제 중 후계자로 선정된 사람만 기업에 머물게 하고 다른 형제는 타 업무에 종사토록 하는 등 분쟁을 미연에 방지한다. 장자가 있더라도 경영자로서 자질이 부족하다고 판단되면 내부의 능력 있는 직원이나 사위 또는 외부 인재를 양자로 영입해 후계자로 세운다. 1625년 창업한 일본 전통 양조기업 후쿠미쓰야(福光屋)는 형제 중 1인에게만 가업을 물려주고 나머지 형제 및 혈족은 기업에 머물지 못하게 한다.
현재 200년 이상 된 장수기업은 57개국에 7212개가 있다. 일본 3113개, 독일 1563개, 프랑스 331개, 영국 315개, 네덜란드 292개 등이다. 우리나라는 근대적 기업 역사가 짧고 가업 승계에 대한 일부 부정적 인식 탓에 장수기업으로 성장하는 데 어려움이 많다. 100년 이상 기업은 두산, 동화약품, 몽고식품, 광장, 보진재 등 8개에 불과하다.
다행히 정부도 많은 기업이 세대를 이어 성장하고 글로벌 ‘히든챔피언’으로 도약해 경제사회 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명문 장수기업 성장 기반을 다지고 있다. 2014년 9월 ‘명문장수기업 확인제도’를 마련했고 지난 2월에는 45년 이상 업력의 중소기업 중 경제·사회적 기여, 연구개발, 일자리 창출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코맥스, 동아연필 등 6개 기업을 ‘명문장수기업’으로 선정했다.
이들 기업은 평균 업력이 56년으로 길고 일반 중소기업보다 매출은 14배, 고용은 10배, 연구개발(R&D) 비중은 약 2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공통적으로 시대 흐름에 발맞춘 인재 육성과 청년고용 확대에 힘쓰는 등 사람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아 업계와 지역사회의 좋은 일자리 창출에 크게 기여해왔다. 이처럼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바람직한 기업의 롤모델을 제시하고 우리 경제의 지속 가능한 성장 기반을 다지는 데 핵심 역할을 할 수 있는 명문장수기업을 적극 육성해야 한다.
윤병섭 < 중소기업학회·명문장수기업연구회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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