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울수록 성과 큰 헌법소원
10대 로펌 5년간 281건 맡아
승소한 사건은 13건에 그쳐
위헌 이끌어내면 명성 높아져
승소율 높이려 인재 꾸준히 영입
[ 김주완 기자 ] 산전수전 다 겪은 대형 로펌 베테랑 변호사도 다루기 쉽지 않은 사건이 있다. 헌법재판소의 헌법소원 사건이다. 헌법을 기준으로 각 법률 조항의 위헌 여부 등을 심사하는 헌법 재판의 특성상 기본적으로 신청인이 승소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위헌 결정이 나면 일반 민·형사 사건보다 파급력이 크고 주목도가 높아 로펌의 명성을 높이는 데 큰 역할을 한다. 대형 로펌들이 낮은 승소율에도 전문성을 높이며 헌재 사건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이유다.
수임은 지평과 화우 우위
19일 헌재가 국회에 제출한 ‘대형 로펌의 사건 담당 현황(청구인 대리 기준)’ 자료에 따르면 국내 10대 로펌이 2012년부터 올해 8월까지 맡은 헌재 사건은 281건으로 집계됐다.
헌재 사건을 가장 많이 맡은 곳은 지평이었다. 이 기간 49건을 수임했다. 다음은 화우로 4년8개월 동안 지평보다 1건 적은 48건을 맡았다. 김앤장(38건) 태평양(35건) 세종(27건) 율촌(24건) 바른(24건) 등도 20건 이상 헌재 사건을 대리했다. 로펌 관계자는 “위헌 판결을 받으면 법률 개정으로 이어지고 일반 국민의 관심도 쏠리기 때문에 로펌 홍보는 물론 변호사 개인의 경력에도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로펌이 헌재에서 위헌 또는 헌법불일치 등 승소한 사건은 많지 않다. 지난 4년8개월 동안 화우 다섯 건, 지평 세 건, 세종 두 건 등 10대 로펌이 13건을 승소했다.
이처럼 헌법 재판에서 신청인이 승소하기는 매우 어렵다. 전체 헌법 재판 사건으로 따져도 신청인 승소율은 지난해 4.61%에 불과했다. 2012년 4.46%, 2013년 4.48%, 2014년 3.18%, 2015년 5.68% 등으로 매년 6%를 밑돌 정도로 낮다.
‘전관 효과’가 거의 없다는 것도 헌재 사건의 특징이다. 2007년 1월부터 올해 8월까지 10년8개월 동안 헌법재판관 출신 변호사가 맡은 헌재 사건(판결이 나온 사건 기준) 104건 중 8건만 승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승소율로 따지면 7.7%에 불과하다.
간통죄 폐지 이끌어
승소율은 낮지만 대형 로펌들은 의미 있는 헌재 판결을 끌어내며 주목받았다. 화우는 2015년 국가가 법률로 간통을 처벌하는 것은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것으로 위헌이라는 헌법 판결을 받아냈다. 해당 판결로 간통죄 처벌 규정은 제정 62년 만에 폐지됐다. 지평은 지난해 국회의원 선거에서 비례대표 후보를 등록하는 정당은 후보자 한 명마다 1500만원의 기탁금을 내도록 한 공직선거법 규정이 헌법에 위배된다는 헌재 결정을 이끌어냈다. 세종도 지난해 아동과 청소년을 상대로 성범죄를 저질러 형이나 치료감호를 살고 나온 사람에게 10년 동안 아동·청소년 관련기관에 취업하지 못하도록 한 것은 위헌이라는 판결을 이끌었다. 바른은 작년에 재심으로 무죄가 확정된 군인에게 줄 퇴직급여에 이자를 가산하지 않는 것은 헌법에 어긋난다는 결정을 받아냈다.
전문가 영입·육성도 활발
헌재 판결은 사회적으로 파급력이 크기 때문에 로펌들은 관련 인력을 꾸준히 보강하고 있다. 헌법재판관 출신을 영입해 전문성을 높이는 경우가 많다.
조대현 전 헌법재판관은 2011년부터 화우에서 고문변호사를 맡고 있다. 지평에서는 이공현 전 헌법재판관이 대표변호사를 맡아 헌재 소송을 대리하고 있다. 목영준 전 헌법재판관은 김앤장 소속이다. 윤홍근 율촌 변호사는 판사 출신으로 헌재 헌법연구관을 지냈다. 이 밖에도 주요 로펌들은 판사 출신으로 헌법 관련 업무를 경험한 변호사를 지속적으로 충원하고 있다.
로펌 관계자는 “의뢰인은 헌법과 헌재 시스템을 잘 아는 헌재 출신 변호사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10년 동안 헌재 사건을 가장 많이 수임한 헌법재판관 출신은 이공현 변호사로 45건을 맡았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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