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테크업체들, 소액 해외송금 업무 본격화

입력 2017-12-19 22:33  

센트비·핑거·핀샷 등 서비스
불안정한 가상화폐 방식 대신
해외 송금 업체들과 제휴

연 11조 규모 송금시장 놓고
은행·핀테크 업체 경쟁 커질 듯



[ 이현일 기자 ]
소액 해외송금업 핀테크(금융기술) 업체들이 하나둘 영업을 시작하고 있다. 불안정한 가상화폐 방식 대신 외국계 은행 서울지점이나 해외 송금업체 등과 제휴해 서비스를 내놨다. 연간 11조원 규모의 해외 송금시장을 지키려는 은행과 핀테크 업계 간 경쟁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19일 금융계에 따르면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센트비는 지난 11일부터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지역에 대한 소액 해외송금업 영업을 시작했다. 이곳 외에도 건당 3000달러 이하, 업체별 연간 개인 누적 송금액 2만달러 이하 소액해외송금업 인허가를 받은 12개 업체 가운데 3곳이 최근 영업을 개시했다. 핑거는 베트남, 핀샷은 필리핀, 글로벌머니익스프레스는 네팔 지역 송금 서비스를 시작했다. 정부가 핀테크 업체에 해외 송금업의 빗장을 열기로 하고 관련 법을 시행한 지 5개여월 만이다.

업체들은 당초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를 기반으로 한 소액 해외송금을 꾀했다. 가상화폐가 기반이 되면 여러 단계의 송금 과정을 생략할 수 있어 비용을 낮출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상화폐값이 널뛰기하면서 핀테크 업체들은 다른 방식을 도입했다. 가상화폐값 변동에 따라 업체 자체가 큰 손실을 볼 수 있어서다. 금융당국이 금융회사에 가상화폐 관련 업무를 하지 못하도록 한 것도 이 같은 결정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센트비는 해외 협력 은행에 미리 은행을 통해 목돈을 보낸 뒤 고객 요청에 따라 현지에서 돈을 지급하는 ‘프리펀딩’ 방식을 선택했다. 핑거 역시 이 방식을 채택했다. 다른 업체들은 여러 건의 송금을 하나로 묶어 한꺼번에 송금해 수수료를 낮추는 ‘풀링’ 방식을 쓰는 것으로 전해졌다.

업체들은 외국인 근로자의 송금 시장에 집중할 계획이다. 송금 수수료는 기존의 절반 이하로 낮췄다. 센트비는 인도네시아에 100만원을 보내면 총수수료가 1만7000원 정도다. 은행 창구에선 송금 수수료와 전신료에 중개은행·수취은행 수수료와 환전수수료까지 붙어 100만원을 송금할 때 5만원가량을 수수료로 낸다. 대부분 현지 은행으로만 송금할 수 있는 은행의 송금과 달리 핀테크 업체는 전당포나 현금 배달업체 등 다양한 곳으로 송금할 수 있다는 점도 내세운다. 최성욱 센트비 대표는 “외국인 근로자들이 모이는 성당과 사원,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영업을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중은행 간편 해외송금 서비스와의 경쟁에도 대비하고 있다. 은행들은 최근 수수료를 대폭 내린 해외송금 서비스를 속속 선보이고 있다. 국민은행의 ‘원 아시아 해외송금’, KEB하나은행의 ‘원큐트랜스퍼’ 등이 대표적이다.

소액 송금업체들은 수수료를 더 낮추기보다는 편의성을 높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 각 국가 언어로 모바일 앱(응용프로그램)이나 웹사이트를 개설하고 현지인을 고용해 고객센터에 배치하기도 했다. 한국어와 영어에 서툴고 비대면 거래에 필요한 각종 증명서가 없는 외국인은 온라인 거래를 하는 게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한 소액 송금업체 관계자는 “외국인 근로자에게 은행 모바일 뱅크를 써보라고 하면 열에 아홉은 가입도 못하고 실패한다”며 “해당 국가 언어로 모바일 앱을 만들면 외국인 근로자들의 이용이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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