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철비' 정우성 "천만 공식? 그게 뭔가요" [인터뷰②]

입력 2017-12-20 08:08  

영화 '강철비' 엄철우 役 정우성 인터뷰



정치 발언부터 풍자까지…. 정우성은 소신 있는 발언으로 자신의 생각을 가감 없이 털어놓는 배우다. 그는 이번 인터뷰에서 역시 곧은 생각이 드러나는 답변들로 기자들의 귀를 쫑긋하게 했다.

정우성이 지난 14일 개봉한 영화 '강철비'(감독 양우석)로 연말 극장가를 달구고 있다. '강철비'는 북한 내 쿠데타가 발생해 북한 권력 1호가 남한으로 피신하면서 펼쳐지는 이야기로, 정우성은 극 중 북한 최정예 요원 엄철우 역을 맡았다.

"엄철우는 북한 1호에 대한 충성심으로 움직이는 게 아니에요. 국가지도자이니까 지킬 뿐이고 사실은 북에 남아있는 아내와 딸의 생명을 지키는 아버지의 심정으로 싸우는 거예요."

정우성은 달리는 차에 매달려 총을 쏘는 등 짜릿한 첩보 액션을 펼쳤다. 특히 액션 연기가 처음인 조우진과 호흡하며 부상 예방을 위해 더 긴장하고 신경 써야 했다고.

"다른 액션 신을 찍을 때보다 두세배 정도 체력을 소모한 것 같아요. 열심히 해도 잘 한다는 이야기를 듣긴 힘들거든요. 선배가 대충 하면 현장 분위기가 가라앉지만 누군가가 먼저 열정을 보이면 그 열정이 현장 전체에 전이되죠. 그래서 죽을 것 같이 연기했어요."

'강철비' 연출을 맡은 양우석 감독은 2013년 '변호인'으로 천만 흥행을 거둔 바 있다. 한 해에 한 두 편씩 천만 영화들이 탄생하면서 가족애, 역사의식 등 천만 공식 요소가 떠올랐다. 그리고 천만 관객을 동원한 감독의 차기작에는 기대가 더욱 커졌다.

그야말로 검증된 연출자와의 협업이지만 정우성은 "배우가 감독을 보고 작품을 선택하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라고 꼬집었다.


"감독 전작에 대한 기대를 차기작에 얹으면 온전한 작품이 완성되지 않아요. 시나리오 속 세계관을 보고 선택해야지, 유명세에 따른 선택은 너무 어리석은 거죠. 그러다 보면 천만 공식에 기준을 맞추게 되고요. 그런데 천만 공식이란 건 없잖아요? 양우석 감독은 이 시대에 필요한 담론을 무겁지 않게 던질 수 있는 사람이라 좋았어요. 준비가 철저하고 뚝심이 대단한 좋은 화자죠."

작품에 이어 캐릭터 선택에 있어서도 정우성만의 철칙이 있다. 이전에 해본 캐릭터는 또다시 연기하지 않는 것이다. 그는 한계에 부딪치더라도 계속해서 맞닥뜨리고 충돌하며 배우로서의 뚝심을 대중에게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청춘의 아이콘'이라는 수식어에 머무르지 않으려고 '비트'와 비슷한 영화는 또 선택하지 않았어요. 수식어에 갇히는 게 싫거든요. 전 도전과 위험을 즐겨요. 안정적이지 않을 수도 있지만 반짝하면 그 이후 엄청난 영향을 미치게 되니까요."

정우성은 내년 하반기 개봉할 차기작 '인랑' 촬영을 이제 막 마쳤다. 그는 '강철비'로 관객과의 만남을 가진 뒤 잠시 숨을 돌릴 예정이다.

한예진 한경닷컴 기자 geni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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