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전속결 승부수 띄운 안철수
"통합 찬반으로 재신임 묻겠다"
반대파엔 "거취 정하라" 압박
호남중진들 반발… 내전 돌입
"안철수, 끌고서라도 데리고 와라"
의총서 격앙된 발언 쏟아져
내년 6월 지방선거 변수될까
안철수발 정계개편에 '촉각'
[ 김형호 기자 ] 국민의당이 바른정당과의 통합 문제를 놓고 내전에 들어갔다. 안철수 대표가 20일 전격적으로 전 당원 투표를 통한 통합 추진을 선언하자 반대파 의원들은 당 대표 불신임 결의안으로 실력 저지에 나섰다. 양측의 갈등이 정상적 논의 수준을 지나 사생결단식 진흙탕 싸움으로 변질되는 모습이다.
◆승부수 던진 안철수
안 대표는 20일 국회 정론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당 대표직을 걸고 바른정당과의 통합에 대한 전 당원 의견을 묻고자 한다”며 전 당원 투표를 제안했다. 당원들에게 직접 찬반을 묻는 여론조사로 반대파 의원들을 제압하겠다는 것이다. 안 대표 측은 의원들의 반대 여론과 달리 당원 사이에서는 찬성 여론이 높다고 판단하고 있다.
안 대표는 “지난 한 달 동안 전국을 다니며 우리 당의 나아갈 방향에 대해 진솔한 의견을 들었다. 당원과 지지자들의 목소리는 울타리를 과감하게 뛰어넘어 중도개혁 세력을 결집해 새로운 도전의 길로 나아가란 명령이었다”며 통합 당위성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제 당의 혼란을 조속히 정리하고 마음을 모아야 할 때”라며 “통합 찬반으로 대표 재신임을 묻겠다”고 못 박았다.
통합에 반대하는 호남 의원들을 겨냥해서는 ‘구태정치’라며 직격탄을 날렸다. 그는 “일부 중진이 근거를 알 수 없는 호남 여론을 앞세워 통합에 반대하며 대표 재신임을 요구하고 있다”며 “당이 미래로 가는 길을 가로막고 서서 정치적 이득에 매달리려는 사람이 있다면 거취를 분명히 해야 한다”고 통합에 반대하는 호남 의원들을 압박했다. 안 대표는 21일 전 당원 투표를 위한 당무위원회를 소집하는 등 속전속결 의지를 내비쳤다. 전 당원 투표 찬성 여론을 앞세워 내년 1월까지 바른정당과의 통합을 마무리하겠다는 계산이다.
◆폭발 직전으로 치닫는 당내 갈등
안 대표가 사실상 통합 반대 의원들을 ‘패싱’하는 우회 카드를 꺼내들면서 국민의당은 발칵 뒤집혔다. 당초 통합 논의를 위해 예정됐던 이날 오후 의원총회는 안 대표 성토장을 방불케 했다. 안 대표와 친안(친안철수)계 의원들이 상당수 불참한 가운데 열린 의총에서 정동영 의원은 “의총을 앞두고 알박기 기자회견을 하는 것은 어디서 배워먹은 정치냐”며 “전 당원 투표는 당헌에 위배되며 원천무효”라고 비판했다.
안 대표의 의총 출석을 놓고 송기석 비서실장과 실랑이를 벌이던 유성엽 의원은 “끌고라도 오라”고 말해 권은희 의원 등 친안계 의원들의 반발을 샀다.
통합 반대파 의원들은 이날 의총에서 안 대표 사퇴와 사과를 요구하는 불신임 결의안을 의결했으나 친안계 의원들은 결의안이 통과되지 않았다며 효력 무효를 주장했다. 김동철 원내대표는 “의결이라는 표현을 쓰지 않았지만 참석 의원 다수가 안 대표 불신임에 대한 총의를 모았다는 게 정확한 표현”이라며 사실상 의결로 매듭지었다. 이에 따라 전 당원 투표안 처리를 위한 21일 당무위원회 회의가 정상적으로 이뤄질지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안 대표가 바른정당과의 통합 추진을 공식화하면서 내년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계 개편 가능성이 거론된다. 통합 정당이 제3당으로 자리매김하는 3당 체제가 되거나 통합에 반대하는 국민의당 의원들이 탈당해 더불어민주당, 자유한국당, 통합 정당, 국민의당 탈당파의 새로운 4당 체제가 열릴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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