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F-16, 러시아 Su-30과 MIG-29, 프랑스 라팔이 후보 기종이었다. 2004년, 탁신 친나왓 당시 태국 총리는 주요 수출품인 닭과 전투기를 물물교환하는 방식으로 무기 도입을 추진했다. 태국이 가장 먼저 의사를 타진한 곳은 러시아였다. 러시아는 브라질에서 닭을 수입하고 있었기 때문에 제안을 거부했다. 미국은 협상 중이던 2006년 봄, 태국에서 발생한 쿠데타를 이유로 퇴짜를 놓았다. 유럽 주요 닭 생산국인 프랑스도 받아들일 리 만무했다.
태국이 마지막으로 눈을 돌린 곳이 스웨덴이었다. 스웨덴은 최신예 전투기 JAS-39 양산체제에 들어가던 상황이어서 수출길 확보가 시급했다. 최종 계약 조건은 ‘전투기 6대에 냉동 닭 8만t’. 냉동 닭 1마리가 평균 1㎏인 것을 감안하면, 8000만 마리가 전투기 값으로 지급된 셈이다.
절충교역(折衷交易)의 한 예다. 절충교역은 무기를 판매할 때 반대급부로 수입국의 요구조건을 일정부분 받아들이는 방식이다. 태국과 스웨덴처럼 현물로 무기를 맞바꾸는 경우도 있고, 무기 수입국이 거래 대금을 지급하고, 수입국은 확정된 금액만큼 제품을 수출하는 방법도 있다. 물품 수출 대신 핵심기술을 이전받기도 한다.
우리나라도 대규모 무기 수입 시 절충교역 방식으로 진행한다. 미국으로부터 KF-16 전투기를 도입하면서 T-50 고등훈련기 설계 기술을 이전받은 것이 대표적이다. T-50과 이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경공격기 FA-50은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수출 효자 품목이 됐다.
한화가 그제 노르웨이와 2452억원 규모의 K-9 자주포와 장갑차 수출 계약을 체결했다. K-9 자주포는 세계에서 성능을 인정받은 국산 명품무기다. 부가가치가 높은 첨단 방위산업에서 나온 모처럼의 쾌거다. 대금 일부는 노르웨이산(産) 미사일과 고등어로 받는다.
우리나라는 무기수출 시 절충교역 컨트롤타워가 없어 방위산업 업체들이 애를 먹는다. 정부 부처 간 협조가 제대로 되지 않아 대금 일부인 현물을 처리하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수출을 따내고도 조건을 지키지 못해 계약이 깨지거나 벌금을 무는 일도 흔하다. 한국산 잠수함 전차 자주포 등의 해외 성가가 높아지고 있는 터여서 수출 파기에 따른 국내 방산업체의 손실이 만만치 않다. 정부 내 컨트롤타워 구축이 시급하다.
김태철 논설위원 synerg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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