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트라·대동스틸 등 14개 업체 수상
업력 30~40년·높은 기술력 공통점
[ 조아란 기자 ]
1985년 설립된 파트라는 의자에 쓰이는 부품 제조와 판매를 주력으로 하는 회사였다. 창업주인 한무길 사장의 뒤를 이어 2003년 한상국 대표가 취임하면서 도약의 계기를 마련했다. 자체브랜드 파트라로 의자를 본격적으로 생산하기 시작한 것이다. 한 대표는 의자가 허리와 골반을 지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만큼 의자 시장이 커질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는 취임하기 전 회사에 아이디어를 내 2000년 선보인 자체브랜드 의자 파트라에 연구개발(R&D) 인력과 자금을 집중 지원했다. 회사에는 창업주 한 사장이 의자 부품을 개발하며 십수 년간 축적한 기술력이 쌓여 있었다.
사업구조를 바꾸는 진통 속에서도 회사는 연매출이 2013년 215억원에서 지난해 286억원으로 33% 증가했다. 임직원도 같은 기간 72명에서 83명으로 15%가량 늘었다. 세계 약 70개국으로 수출도 한다. 파트라는 21일 서울 상암동 중소기업DMC타워에서 열린 ‘2017 가업승계, 아름다운 바통터치’ 행사에서 중소벤처기업부장관상을 받았다. 경영승계를 통해 기업 경쟁력을 높이고 지역사회에도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창업주와 2세가 손잡아 도약
이날 파트라를 비롯 대동스틸, 네오프린텍 등 14개 중소·중견기업이 가업승계기업상을 받았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주최하고 한국경제신문사, 중소기업진흥공단, 중소벤처기업부, 기업은행이 후원한 이 행사는 대를 이어 30년 이상 기업을 경영하고 있는 장수 기업인들의 사기를 높이기 위해 2009년부터 매년 열리고 있다.
이날 수상한 업체들은 창업주의 도전정신에 2세의 아이디어를 더해 기업 성장을 이끌었다는 공통점이 있다. 중기부장관상을 받은 옥외광고 운영기업 케이아이엠지도 2세의 경영 아이디어가 혁신 성장으로 이어진 사례다. 이 회사는 창업주 김용희 회장의 아들 김세윤 대표가 2013년 취임하면서 사업을 다각화했다. 이전까지는 간판광고를 주력으로 했는데 2009년 당시 회사 기획부문 전무로 일하던 김 대표의 아이디어로 정보기술(IT)과 옥외광고를 결합한 일종의 디지털 안내판인 디지털 사이니지 시장에 진출했다. 김 대표는 취임 이후 이 사업에 힘을 실으며 광고 시장의 스마트화를 주도했다는 평을 받았다. 매출 성장세에 힘입어 케이아이엠지는 2013년 27명이던 임직원이 지난해 약 세 배인 76명으로 늘었다. 임직원에게 교육 기회를 지원하고 출산 및 육아휴직을 장려하는 등 직원 복지를 위한 밑바탕도 마련됐다.
이상훈 중기부 국장은 축사에서 “튼튼한 기업이 탄생해 고용 창출 등으로 사회에 기여하고 존경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기업의 업력은 단순한 숫자가 아니라 어려운 현실에서 얼마나 오래 버틸 수 있는지를 나타내는 뿌리를 의미하는 만큼 정부도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 우물 판 높은 기술력
가업승계 기업들은 수십 년간 한 우물을 파 높은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는 것도 특징이다. 1967년 설립된 주물업체 삼창주철공업은 44년간 주물 분야에서 쌓은 기술력을 인정받아 해외에서 더 명성이 높다. 산업용 플랜트 건설, 냉난방기 설치 시 필요한 배관 자재와 밸브 등을 생산하는 이 회사는 작년 매출 179억원 중 72%인 130억원을 수출로 올렸다. 창업주 이희준 사장의 아들 이규홍 대표는 1972년부터 이 회사에 근무하며 기술을 개발하다 1981년 대표를 맡았다. 취임 후에도 한국생산기술연구원 등의 연구기관과 협력해 연구활동을 해왔고, 2012년에는 자체 기술연구소도 설립해 각종 국제규격에 맞는 부품을 생산하고 있다.
1974년 설립된 재료 시험기 전문업체 흥진정밀도 2014년부터 작년까지 175% 매출 증가라는 초고속 성장을 이뤄냈다. 1982년 회사가 개발한 시멘트 압축강도 시험기는 국내 시장 점유율 46%를 차지할 정도로 안정적으로 매출에 기여하고 있다.
창업주의 2세 정태련 부사장은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긴 안목으로 R&D에 투자하고 있다. 이 회사는 1988년부터 올해까지 17건의 신제품을 개발했다. 최근에는 제조 시 시멘트 사용량이 적어 ‘그린 콘크리트’로 불리는 콘크리트의 품질 시험기 등을 개발하는 등 친환경성이 중요해지는 건축, 토목 산업 변화에도 대비하고 있다.
조아란 기자 arch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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