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 외 사망원인 3위
균형감각 떨어진 65세 이상 노인, 매년 30~45%가 낙상 경험
골절상 입으면 삶의 질 하락… 회복까지 6~12개월 걸리기도
빙판길 주의사항은
가벼운 엉덩방아에도 척추뼈 타격
손은 주머니 밖에 두고 빠른 걸음은 가급적 삼가해야
[ 이지현 기자 ] 함박눈이 내린 뒤 강추위가 계속되면서 도로 곳곳이 빙판이다. 눈이 녹으면서 바로 얼어 살얼음이 생긴 도로도 많다. 이맘때 주의해야 할 사고 중 하나가 낙상이다. 보건복지부 등에 따르면 낙상 사고는 겨울에 10% 정도 많이 발생한다. 땅이 얼어 미끄러운 곳이 늘어나는 데다 보온을 위해 옷을 두껍게 입거나 주머니에 손을 넣고 다니다 중심을 잃고 넘어지는 일이 많기 때문이다. 노년층은 낙상 사고로 목숨을 잃기도 하는 등 건강을 위협하는 요인 중 하나다. 낙상으로 엉덩이, 허벅지 부분의 뼈를 다치면 거동하지 못해 삶의 질이 떨어지고 합병증이 생길 위험이 크다. 겨울철 조심해야 할 낙상과 이로 인한 질환, 예방법 등을 알아봤다.
노인 10명 중 4명은 낙상 경험
낙상은 넘어지거나 떨어져 다치는 것을 말한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본인 의사와 관계없이 손바닥, 엉덩이 등 발바닥 외의 신체 부위가 바닥 면에 닿는 것을 낙상이라고 부른다. 사고 실신 경련 마비 등 다양한 원인 때문에 생긴다. 지난해 국내 사망 원인 통계에 따르면 질병 외 사망 원인 중 가장 많은 것이 자살, 교통사고, 낙상 순이었다. 낙상이나 추락 사고를 당하면 환자 상당수가 입원 치료를 받게 된다. 이 때문에 낙상 사고를 교통사고만큼 중요한 문제로 생각해야 한다고 지적하는 전문가도 많다.
낙상은 모든 연령대에서 일어날 수 있다. 하지만 노년층은 낙상으로 인해 입원할 확률이 더욱 높다. 65세 이상 노인의 30~45%가 매년 낙상을 경험하고 이 중 5~10%는 낙상을 여러 번 겪는다. 국내에서 낙상 사고로 인한 입원 환자는 점차 증가하는 추세다. 2011년 기준 24만5000명이던 낙상 입원 환자는 2015년 28만4000명으로 16% 증가했다. 65세 이상 고령층 입원 환자 증가율은 더욱 가팔랐다. 2011년 낙상으로 입원한 65세 이상 환자는 9만4000명이었지만 2015년 12만4000명으로 32% 증가했다. 고령화되고 평균 수명이 늘면 낙상 환자는 더욱 늘어날 우려가 크다.
노년층 특히 주의해야
노인은 나이가 들면서 신체 기관이 노화해 관절, 뼈, 근육이 약해지고 힘이 떨어진다. 균형 잡는 능력이 떨어져 쉽게 넘어지는 환자도 많다. 시력과 청력이 약해져 외부 자극에 둔감해지고 이 때문에 사고에 대처하는 민첩성이나 순발력도 떨어진다.
이은주 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 교수는 “겨울에는 추위 때문에 몸을 움츠린 채 주머니에 손을 넣고 걸어가는 일이 많아 균형 잡기 어려워진다”며 “빙판길을 보행할 땐 미끄러져 넘어지기도 한다”고 했다. 그는 “노인은 이때 바닥에 손을 짚으면서 손목뼈, 어깨뼈 골절이 젊은 층보다 쉽게 일어날 수 있다”며 “엉덩방아를 찧으면서 엉덩이뼈나 척추뼈 골절이 잘 생긴다”고 했다.
노년층에게 낙상 사고가 더욱 위험한 이유는 골다공증 환자가 많기 때문이다. 뼈가 약해지는 골다공증 환자는 노년층이 많을수록 늘어난다. 미국에서는 인구 10%인 2500만 명이 골다공증 환자라는 통계도 있다. 국내 골다공증 환자는 200만 명으로 추산된다. 골절상을 당하는 골다공증 환자는 한 해 5만~10만 명 정도다. 장일영 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 전문의는 “낙상은 65세 이상 노인 사고사의 주원인”이라며 “노인은 작은 낙상으로도 큰 손상을 입을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그는 “낙상으로 입원한 노인의 50% 정도가 수술이 잘 돼도 1년 안에 사망하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노인이 낙상으로 인한 골절상을 입으면 삶의 질이 떨어지고 각종 합병증이 생길 위험도 높다. 신체적, 정신적, 사회적 기능이 떨어지고 경제 부담도 생긴다. 회복이 잘 되더라도 넘어지는 것에 두려움이 생겨 일상생활에 문제가 되기도 한다. 외출이나 운동을 잘 하지 않고 집에만 있으려 해 여러 심각한 건강 문제가 생길 위험이 크다. 불안 우울 등의 증상으로 삶의 질도 떨어진다. 고관절 등이 골절되면 회복까지 6~12개월 정도 걸리고 회복되더라도 3분의 1 정도만 이전 상태로 활동할 수 있다. 골절 때문에 오래 누워 있으면 욕창 폐렴 폐색전증 근육위축 등 합병증이 생기기 쉽다. 고관절 골절은 수술이 잘 돼도 수술 후 1년 안에 사망할 확률이 13~37%로 높다. 환자 40%가 집으로 퇴원하지 못하고 요양병원이나 시설로 가게 된다. 암에 걸리는 것과 마찬가지로 무서운 질환인 셈이다.
낙상 사고 당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낙상과 골절을 막기 위해 예방이 중요하다. 낙상은 균형 감각이 떨어지고 근력이 약해지면 당하기 쉽다. 노년층이 많이 복용하는 고혈압 약이나 신경안정제 등으로 어지럼증 부작용이 생길 위험이 커 주의해야 한다. 평소 균형 감각을 높이고 근력을 키울 수 있는 운동을 꾸준히 해야 한다.
낙상 사고를 당할 때 바닥은 시멘트, 흙, 장판, 빙판, 타일 순으로 많다. 노인 낙상은 평지를 걷거나 계단을 오르면서 발생하는 일이 잦다. 미끄러지고 걸려 넘어지고 발을 헛디뎌 사고가 난다. 음주로 인한 낙상 사고도 많다.
겨울에는 빙판길을 조심하고 무리한 활동을 하지 말아야 한다. 집 안도 낙상 사고를 많이 당하는 장소 중 하나다. 미끄러져서 넘어지기 쉬운 환경을 줄이는 것이 필요하다. 발에 걸리기 쉬운 전기 플러그나 장애물을 없애고 집안 조명을 어둡지 않게 유지해야 한다. 시력에 문제가 있거나 마르고 근육량이 적은 사람일수록 낙상 사고 위험이 커진다. 시력을 교정할 수 있는 안경이나 렌즈 등을 잘 착용해야 한다. 항상 천천히 일어나고 앉는 것이 좋다. 너무 추운 날에는 외출을 삼가는 것도 도움된다. 장갑을 끼고 손은 주머니 밖에 둬야 한다.
낙상으로 인한 골절을 심각한 질환으로 인식할 필요가 있다. 이 교수는 “가벼운 엉덩방아에도 쉽게 허리뼈나 엉덩이뼈가 부러질 수 있다”며 “간단한 타박상 정도로 쉽게 생각하고 민간요법 등으로 버텨보려다 치료 시기를 놓쳐 고생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도움말=이은주 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 교수
장일영 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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