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산입범위에 정기상여금 포함 가능성 열어
재계 요구에 수용 검토
"규제개혁은 '기득권 깨기'… 가상화폐 규제 일변도 안돼"
[ 오형주 기자 ]
취임 반년째를 맞은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새해를 앞두고 ‘색깔’을 분명히 드러내고 있다.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 필요성을 공개적으로 밝힌 데 이어 노동시장 유연화를 중기적 목표로 제시했다. 규제 일변도로 흘러가는 정부의 가상화폐 대응에도 제동을 걸었다. ‘경제 컨트롤타워’로서 확고한 정책 주도권을 잡았다는 자신감이 곳곳에서 묻어났다. 한때 불거진 ‘김동연 패싱(건너뛰기)’ 논란을 불식시키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최저임금 ‘치고 나간’ 김동연
김 부총리는 지난 2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송년 기자간담회에서 “최저임금 산입범위는 최저임금위원회 태스크포스(TF)가 논의해 내년 1월 결론 낼 예정”이라며 “그렇지만 (최저임금 산입범위를) 개선할 필요성은 분명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줄곧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를 주장해온 기업계 요구에 정부의 경제사령탑이 처음 공감을 나타낸 것이다. 최저임금에 정기 상여금 등을 포함하는 산입범위 조정이 이뤄질 것이란 전망에 힘을 실어준 발언이다.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는 정부 내에서도 ‘뜨거운 감자’다. 7일 김현철 청와대 경제보좌관은 중소기업계와의 간담회에서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에 적극 공감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은 20일 국회에서 열린 ‘국정운영 성과와 과제’ 토론회에서 “최저임금은 최저임금위원회에서 결정해야 할 사안”이라며 다소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정권 핵심 관계자들이 최저임금 산입범위와 관련해 이견을 노출한 상황에서 김 부총리가 과감히 확대 필요성을 주장하며 치고 나간 것이다.
노동시장 구조개혁과 관련해서도 ‘친(親)노동’ 소리를 듣는 문재인 정부의 핵심 각료로서는 다소 결이 다른 목소리를 냈다.
김 부총리는 “우선은 실업수당·급여와 전직훈련 강화 등 노동시장 안정성을 높이는 데 방점을 두고 있는 건 사실”이라면서도 “안정성이 어느 단계로 올라가면 중기적으로는 사회적 대타협을 통해 유연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가상화폐 규제 신중해야”
김 부총리는 규제개혁 이슈에서도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규제 철폐의 문제는 규제로 형성된 보상체계와 기득권 생태계를 깨는 문제와 연결된다”며 “이를 위해선 많은 국민이 알 수 있게 이슈화되고 사회적 공론화가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정부부터 법규를 적극적으로 해석하고 시행령, 시행규칙, 심지어 법규조차 없는 ‘서랍 속 규제’를 완화하는 데 적극 나서겠다”며 “기재부와 경제부처가 솔선수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가상화폐 규제와 관련, 블록체인 등 신기술 발전을 방해해서는 안 된다는 뜻도 분명히 했다. 김 부총리는 “가상화폐는 투기적 성격이 강해 투자자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이라면서도 “새로운 산업분야로서의 성격도 있는 만큼 블록체인 등 신기술 발전에 장애가 없도록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법무부와 금융위원회 등 규제 위주 관점의 부처들과 달리 신성장 영역으로 보는 시각을 굽히지 않은 것이다.
김 부총리는 내년 경제전망에서도 자신감을 숨기지 않았다. 그는 “내년에는 1인당 국민소득 3만달러 시대로 진입할 것이 확실시된다”며 “혁신성장, 일자리, 저출산·고령화 등 중장기적 위협 적극 대처에 초점을 맞춰 경제정책 방향을 내놓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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