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 후·주말엔 자리 꽉차
스크린 승마장에선 2m 모형 말 타고 "이랴~"
작년 등장한 스크린 야구, 2년 만에 500곳 넘겨
골프장은 7000곳 돌파
폐업률 낮은 신산업 부상
[ 이우상 기자 ] 대한민국 스크린 스포츠
골프로 시작된 스크린 스포츠가 야구에 이어 승마 낚시 자전거 테니스 등 다양한 스포츠로 확산되고 있다. 도심 건물들이 속속 새로운 스포츠 공간으로 변신 중이다. 실제와 같은 환경과 느낌을 조성해주는 각종 정보기술(IT)이 스포츠와 결합하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업계에서는 노래방 PC방에 이은 새로운 놀이공간이 탄생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실제 같은 스크린 스포츠
서울 신천동에 있는 국내 1호 스크린 낚시터 피싱조이. 정면에 보이는 약 20m 벽에는 3차원 컴퓨터 그래픽으로 정교하게 그려진 낚시터 풍경이 펼쳐져 있다. 물소리와 새소리가 자연스럽게 흘러나온다. 낚시 의자(좌대)에는 성인 남성뿐 아니라 여성은 물론 어린이도 낚싯대를 들고 진지한 표정으로 앉아 있다. 좌대 15대가 빈틈없이 찼다. 여기저기서 ‘와’ 하는 함성과 ‘아’ 하는 탄식이 들려온다. 고기를 잡은 사람과 잡았다 놓친 사람들이 내는 소리다. 20대 여성 김모씨가 낚싯대를 잡고 물고기와 수분간 씨름하더니 빨간 참돔을 끌어올렸다. 주위 사람들이 소리치기 시작했다. “다섯 자네, 다섯 자!” 영락없는 낚시터다.
피싱조이를 운영하는 뉴딘플렉스의 송지헌 대표는 “추운 날씨 때문에 혹은 여가 시간이 부족해서 낚시를 떠나기 힘든 340만 명의 낚시족을 위해 스크린 낚시 프로그램을 개발했다”며 “내년에는 전국 10여 곳에 추가로 문을 열 계획”이라고 말했다. 피싱조이는 퇴근 시간 이후와 주말에는 15개 좌대가 꽉 차 월매출이 4000만원을 넘는다.
서울 청담동에 있는 비이씨(BEC)는 요즘 주말마다 자전거 동호인들의 집합소가 된다. 날씨가 추워지자 자전거 동호인들이 실내에서도 라이딩을 즐길 수 있는 비이씨로 몰리는 것이다. 이곳에서는 스크린 자전거 장비인 비텔리를 즐길 수 있다. 최소 2주 전엔 예약해야 말에 이용할 수 있다.
비텔리는 헬스장 자전거 대신 몸에 맞게 피팅한 본인 소유 자전거를 실내에서 탈 수 있게 해준다. 앞바퀴를 떼고 자전거를 장비에 고정시키는 방식이다. 자전거 앞 스크린에선 미시령, 북악스카이웨이 등 코스의 실사 영상이 속도에 맞춰 재생된다. 경사도에 따라 자전거가 기울기도 하고 내리막길에선 페달을 돌리지 않아도 속도가 난다. 속도가 빨라질수록 스크린 아래에 있는 팬에서 불어오는 바람도 세져 ‘다운힐’의 기분도 낼 수 있다. 비텔리를 개발한 국내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이씨쓰리(EC3)는 내년부터 BEC를 본격 프랜차이즈화해 지점을 확대할 계획이다.
낚시와 자전거뿐만 아니라 승마와 테니스 양궁 등도 스크린 스포츠로 나왔다. 탑홀스는 전국 41곳에서 스크린 승마장을 운영 중이다. 2m가 넘는 실제 크기의 모형 말에 탑승해 고삐를 움직이면 스크린 속 캐릭터도 따라 움직인다. 운동효과가 좋다는 입소문을 타면서 스크린 승마장은 전국적으로 100곳을 넘었다는 게 업계 추산이다.
스크린 테니스도 곧 선을 보인다. 스크린 야구장 스트라이크존을 운영하는 뉴딘콘텐츠는 이달 말 스크린 테니스장인 테니스팟 사업설명회를 열기로 했다. 회사 측은 스크린에 나오는 가상의 선수와 장시간 랠리(공을 주고받는 것)를 즐길 수 있어 테니스 팬들에게 큰 반향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자신했다.
폐업률 낮은 신산업
스크린 스포츠의 선두주자는 골프다. 골프존이 2006년 처음 선보인 스크린 골프는 성인 남성 사이에서는 국민스포츠의 하나로 자리잡았다. 전국 스크린 골프장은 7000곳을 넘어섰다. 일부에서는 과잉 경쟁을 우려할 정도다.
지난해부터 문을 열기 시작한 스크린 야구도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2년 만에 500곳을 넘어섰다. 리얼야구존이 208개, 스트라이크존이 158개, 레전드야구존이 100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창업·재창업이 잦은 외식창업과 달리 폐업률이 낮은 신산업이라는 것도 인기를 부추기는 요인이다. 스트라이크존은 지난해 1월부터 프랜차이즈사업을 시작했는데 아직 폐점 사례는 없다고 강조했다.
레이싱 카페도 상승세가 거세다. 지난달엔 월세가 비싸기로 유명한 서울 압구정동에서도 문을 열었다. 하반기에 처음 도입된 레이싱 카페는 40곳을 넘어섰으며 내년엔 200여 곳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골프 야구 등은 실제 스포츠의 열기가 스크린 스포츠로 번진 데 비해 레이싱 양궁 테니스 등은 스크린 스포츠 인기를 기반으로 큰 관심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골프존뉴딘 관계자는 “보통 도심을 벗어나 근교로 나가야 할 수 있는 운동을 가까운 곳에서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즐길 수 있는 장점 덕분에 스크린 스포츠를 이용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며 “센서와 화면 기술이 정교해지면서 만족도가 높아진 것도 인기 비결”이라고 설명했다.
이우상 기자 id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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