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도 '필로티' 구조… 공기 빨아들여 유독가스 순식간에 퍼져

입력 2017-12-22 18:38  

1층 주차장 단순화재가 29명 참사로 커진 이유는

필로티 현관은 유독가스 통로
1층 천장 배관 작업 중 불똥이 스티로폼에 옮겨붙어 화재
외벽 가연소재 타고 순식간에

소방점검 했다지만…
1층 로비 알람밸브 폐쇄
건물 전체 스프링클러 무용지물
"필로티 출입문 방화문 설치 필요"



[ 박상용 기자 ]
29명의 사망자를 낸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참사의 주원인으로 가연성 외장재와 함께 ‘필로티 구조’가 지목되고 있다. 1층 출입구를 통해 산소가 대거 유입되면서 화염과 유독가스를 풀무질해 건물 전체가 순식간에 화마에 휩싸였다는 분석이다. 통상적인 필로티 구조상 지상 출입구가 하나뿐이어서 건물 안에 있던 사람들은 발화와 동시에 고립됐다.

◆12분 만에 10층 건물 삼키는 구조

22일 소방당국에 따르면 전날 불은 1층 필로티 주차장 배관열선 설치 작업 중 시작됐다. 천장 공사를 하던 중 튄 불꽃이 방습 등의 목적으로 설치된 11㎜ 스티로폼에 옮겨붙었다. 이 스티로폼이 주차장에 있던 차량에 옮겨붙어 불길이 번졌다. 불은 건물 외벽에 설치된 외장재 드라이비트를 타고 순식간에 건물을 휘감았다.

상당수 전문가들은 드라이비트 외장재와 함께 필로티 구조를 참사의 주원인으로 거론하고 있다. 필로티는 건물 1층에 기둥만 세우는 건축방식을 말한다. 아파트나 다세대주택 같은 공동주택에서는 이 공간을 주차장이나 쓰레기 수거 공간으로 활용하는 사례가 많다. 지하 주차장을 만들지 않아도 돼 공사비가 절감된다는 장점이 있다.

2015년 130여 명의 사상자를 낸 의정부 아파트 화재사고 이후 소방학계에서는 필로티 건물이 화재에 취약하다는 연구 결과를 잇따라 발표했다. 당시 사고가 난 아파트도 드라이비트로 외장을 마감한 필로티 건물이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11월 한국화재소방학회가 발간한 논문집 중 ‘필로티 구조 건물의 화재 위험성 연구’에 따르면 10층짜리 필로티 건물 1층 주차장에서 불이 날 경우 12분15초면 건물 전체로 유독가스가 퍼진다. 이번에 화재가 난 건물은 9층짜리로 이보다 더 적은 시간이 소요됐을 것이란 추정이다. 연구에 따르면 연기가 2층까지 도달하는 데는 불과 3초밖에 걸리지 않는다. 2층 여성 사우나에서 사망자가 20명이나 나온 이유인 셈이다.

◆스프링클러 먹통… 소방점검 제대로 했나

사고 당시 건물 모든 층에서 스프링클러가 작동하지 않은 것도 참사를 키웠다. 홍철호 자유한국당 의원이 소방청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화재 당시 1층 로비에 있는 스프링클러 설비의 알람 밸브가 폐쇄됐다. 화재가 발생하면 이 밸브의 압력이 떨어지면서 배관이 열려 스프링클러가 작동해야 한다. 그러나 밸브가 작동하지 않아 건물에 설치된 356개 스프링클러는 무용지물이 됐다는 설명이다.

이 건물의 스프링클러 설비는 지난해 7월20~31일 소방안전관리자 점검 때와 같은 해 10월31일 제천소방서의 소방특별조사에서는 모두 정상적으로 작동한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달 30일 소방시설점검업체 점검에서는 스프링클러 설비 누수와 보조펌프 고장 등이 지적됐으나 이후 정비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필로티 건물에 대한 방재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1층 필로티 출입문을 방화문으로 만들어 건물 상층부로 화염이 번지는 걸 막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김유식 한국국제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방화벽이 설치돼야 하는 옥내구역과 달리 필로티 건물 1층은 옥내구역이 아니어서 내부로 올라가는 문이 방화문이 아니라 유리문으로 돼 있다”며 “2년 전 의정부 화재 때도 똑같은 부분이 지적됐지만 참사가 되풀이됐다”고 말했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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