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시대' 사라질 일자리 vs 살아남을 일자리

입력 2017-12-24 08:45   수정 2017-12-24 13:19



지난해 바둑 두는 인공지능 로봇 알파고가 정식 대국에서 최고의 프로기사 이세돌 9단을 이겼을 때 우리는 엄청난 충격을 받았다. 영화에서나 봤던 로봇이 인간의 능력을 뛰어넘는 시대가 곧 도래할 것 같은 엄청난 공포 또한 엄습했다.

한 때 많은 사람들이 '인터넷 정보검색사' 자격증을 취득하기 위해 공부했다. 인터넷을 통해 엄청나게 방대한 정보가 유통될 것이므로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정보를 신속 정확하게 찾아주는 '인터넷 정보검색사'가 유망할 것이라 전망한 것이다.

하지만 취업포털 '파인드잡'이 자격증 보유 구직자 1000여명을 대상으로 '취득 후 가장 후회했던 IT 관련 자격증'을 물어보니, 전체 응답자의 35%가 '정보검색사 자격증 취득을 가장 후회한다'고 답했다.

지금 와서 보면 당연한 일이다. 구글(Google)이 훨씬 더 빠르고 정확하게 인터넷 정보검색을 해주기 때문에 우리는 더 이상 인간 정보검색사가 필요없다.

지난 대선의 화두로도 떠올랐던 '4차 산업혁명시대'는 어느덧 우리 가까이 와 있으며 향후 10년~20년 후에는 더욱 잔혹한 산업 혁명이 계속해서 일어날 것이다.

뉴욕증권거래소 하면 떠올랐던 이미지는 플로어 트레이더(Floor trader, 주식거래인)가 우렁찬 목소리로 뭔가를 소리 높여 외치는 모습이지만 이제는 한명의 트레이더 앞에 12대의 모니터만 있는 모습으로 변모했다.

뉴욕증권거래소 주식 거래의 75% 이상이 로봇에 의해 이루어 진다고 한다.

이처럼 어떤 일을 하는데 필요한 절차와 동작인 '알고리즘'을 갖춘 일 중 대다수는 앞으로 로봇이 차지하게 될 것이다.

모든 부모라면 자신의 자녀가 10년~20년 후 안정적인 직장에서 종사하길 원한다. 대다수 부모들은 옆집 아이와 아이를 비교하며 잘나고 못나고를 따지고 있지만 실제 우리 아이들의 진짜 경쟁자는 로봇이다.

로봇이 지금처럼 인간의 작업 영역에 빠르게 침투하고 있는 상황에서 어떤 대비를 해야 가능할까.



이채욱 윤선생영어교실 스마트연구본부장은 <직업 흥미, 가치, 지식, 역량과 제 4차 산업혁명에 따른 고용대체 위험도 분석>이라는 논문을 통해 로봇 시대 미래의 교육방향에 대한 시사점을 제안했다.

이 본부장은 "정해진 대로, 절차에 따라, 무난하게 할 수 있는 일을 선호하는 가치관을 가질 때 로봇에게 일자리를 뺏길 가능성이 가장 크다"고 밝혔다. 사무직 노동자와 행정직 공무원이 대표적이다.

앞으로는 로봇은 따라올 수 없는 '인간만의 4대 역량'인 능동적 학습, 시스템 평가, 비판적 사고, 판단 및 의사결정 역량을 배양해야 하며 시키는 대로 잘 따라 하는 착하고 모범적인 아이는 가장 먼저 희생될 수 있다는 것이 요지다.

"로봇은 국·영·수를 잘해요. 인간은 다른 걸 해야죠."

로봇공학자인 한재권 한양대 교수는 이같이 말했다.

김대식 카이스트 교수는 "적어도 10년~20년 후 기계가 국·영·수를 우리보다 잘할 거라는 건 우리도 충분히 예측할 수 있다. 10대 아이들이 학교에서 열심히 국·영·수를 배운다는 것은 불도저가 등장하는 시대에 열심히 삽질을 잘하는 방법을 배우고 있다는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이 본부장은 신간 <내 아이와 로봇의 일자리 경쟁>을 통해 "국·영·수를 그렇다고 지금 당장 안가르칠 순 없다"면서 "국·영·수가 필요없다는 말은 현재 상황의 심각성을 일깨우는 말일 뿐이고 로봇 시대에 대비해 생각이 가장 먼저 바뀌어야 할 사람은 우리 부모들이다"라고 강조했다.

로봇이 쉽게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을 분석해서 사람만의 차별화된 역량과 제 4차산업혁명에 따른 고용대체 위험도를 분석하는 것은 로봇시대 미래 교육의 방향에 대한 구체적이고 실용적인 시사점을 제안한다.



사라질 일자리는 기계에게 위임했을 때 비용이 더 싸게 들고 효율적인 일자리다. 즉 더 이상 필요없는 기술을 활용하는 일자리가 먼저 없어질 것이다.

살아남을 일자리는 그럼 무엇인가. 옥스포드대학 <고용의 미래> 연구보고서를 보면 가장 없어질 확률이 낮은 직업은 레크리에이션 치료사로 나타났다.

이 밖에 로봇의 일자리 침공으로부터 가장 안전한 직업은 사회복지사, 직업상담사, 의사 및 외과의사, 치과의사, 정신건강 카운슬러, 간호사등이다. 이들 직업이 로봇에 의해 대체될 확률은 1% 이내다.

요즘 아이들이 선호한다는 교육관련 직업은 어떨까.

초등교사, 유치원교사, 중고등교사, 교육관리자, 교육 및 개발 전문가 등의 고용대체 위험도는 매우 낮았다.

청소년들이 선망하는 예술이나 문화컨텐츠 관련 직종 역시 안전하다. 애니메이터, 음악감독 및 작곡가, 패션 디자이너, 제작자 및 감독, 작가 및 저술가 등도 독창성과 감성이 핵심이므로 사람의 일자리로 남을 가능성이 높다.

오히려 가장 무난하고 안정적인 직업으로 여겨지는 공무원과 회사원은 대체확률이 가장 높은 위험한 직군으로 나타났다.

이 본부장은 "아이들이 살아갈 세상이 10년 후 20년 후 막연히 변할 것 같다는 건 알지만 부모들은 어떻게 해야할 지 모른다"면서 "아이들 가르칠때 자기 생활 경험에 따라 과거 패러다임을 강요하려면 차라리 가만히 있는게 낫다"고 지적한다.

4차 산업혁명에 대한 대비는 단순히 코딩학원에 다니는 것이 아니다.

이 본부장은 "'태종태세문단세'를 외우게 하는 시대는 지났다"면서 이제는 아이들과 '왜 어떤 왕 뒤에는 '조'가 붙고 어떤 왕에게는 '종'이 붙었는지 역사 토론을 해보는 것이 훨씬 유익하다"고 말한다.

4차 산업혁명이란 사람 사물 공간을 초연결 초지능화시켜 산업구조 사회시스템을 혁신하는 것을 말한다.

이 본부장은 4차 산업혁명시대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아이들에게 4C를 가르치라고 조언한다.

창의성(Creativity), 비판적 사고(Critical Thinking), 협동 능력(Collaoration), 의사소통 능력(Communication)등의 역량을 키우기 위해 프로젝트 방식의 교육을 통해 여러 사람이 힘을 합해서 새로운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 자체를 배운다면 로봇과의 경쟁에서 승산이 있다.

한 분야만 파고드는 폭 좁은 현대식 전문가보다는 여러 분야의 지식을 융합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는 원시 시대 수렵 채집인의 특성이 필요하다.

4차 산업혁명과 관련해서는 화두가 되는 용어는 '융합'인데 이 융합을 위해 2가지 서로 다른 분야를 결합시킬 수 있는 창의성, 해당 분야들의 기존 관행에 의문을 던질 수 있는 비판적 사고력, 두 분야의 전문가들과의 소통 및 협업 능력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이 본부장은 "정답은 내 아이에게 있다. 아이 개성이 무엇이냐를 정확히 진단하고 대중을 따라가기 보다는 대중이 따라오는 아이로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이가 게임중독인 것 같다고 고민을 토로해 오시는 부모들이 많습니다. 한 시간만 하게 해야 하느냐, 아니면 두 시간까지는 허용해도 되느냐 걱정하시는데 4차 산업혁명시대에 정답은 없습니다. 전 그 부모님들께 이렇게 말씀드립니다. '게임에 집중하는 아이는 그 어떤 다른 분야에도 집중할 수 있다'고요. 게임을 좋아하든 뭘하는 아이든 부모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그런 아이들은 오뚜기처럼 일어서는 인재로 자라날 수 있습니다. 내 자신을 믿고 내 아이를 믿으세요."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
영상 신세원 / 표 노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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