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천 화재 참사가 난 스포츠센터 건물주에 대해 경찰이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하는 것을 검토하면서 어떤 혐의를 적용할지에 관심이 쏠린다.
24일 경찰 수사본부에 따르면 경찰은 전날 오후 6시부터 건물주 이모(53)씨가 입원해 있는 원주 세브란스기독병원을 찾아가 4시간가량 대면 조사를 했다.
이 과정에서 안전 관리상 일부 문제점을 발견한 경찰은 이씨를 참고인에서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해 입건할 방침이다.
경찰은 앞서 이 건물 시설 관리자 2명도 소환 조사했다. 이들 가운데 한 명은 발화 지점으로 추정되는 1층 천장에서 얼음 제거 작업을 벌였다고 경찰에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역시 위법 사실이 드러나면 즉시 입건 조처하겠다는 게 경찰의 방침이다.
이씨와 관리자 등에게 적용될 것으로 예상되는 혐의는 대략 3가지다.
우선 업무상 과실치사상과 소방시설 설치 및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는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생존자와 목격자 등의 진술을 종합하면 화재 당시 건물 내 356개의 스프링클러가 모두 작동하지 않았다. 이 건물은 특정소방 대상물로 법에 따라 스프링클러가 설치돼 있었지만, 정작 불이 났을 때는 무용지물이었다.
가장 많은 희생자(20명)가 난 2층 여성 사우나의 비상구 통로를 철제 선반으로 막아 놓은 것 역시 명백한 소방법 위반이다. 소방안전 및 방화 관리에 대한 총괄 책임을 지고 있는 이씨와 관리자 2명에게 이런 관리부실에 대한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건물주 이씨에게는 건축법 위반 혐의가 추가로 적용될 수도 있다. 2010년 8월 9일 사용 승인이 난 이 건물은 애초 7층이었다. 이후 두 차례에 걸쳐 8층과 9층이 증축됐다. 이중 9층 174.9㎡(53)평은 불법 증축된 것으로 확인됐다.
또 이 과정에서 캐노피(햇빛 가림막)가 설치되고 불법으로 용도변경이 이뤄졌을 가능성이 있다. 음식점으로 등록된 8층이 수개월 전까지 원룸으로 사용됐다는 증언도 나왔다.
다만 이씨가 지난 8월께 경매로 이 건물을 인수했기 때문에 불법 증축이나 용도 변경이 이전 소유주의 책임인지는 더 따져봐야 한다.
이씨는 리모델링을 거쳐 지난 10월 이 건물 내 사우나와 헬스장 시설 운영을 재개했는데, 불과 2개월 만에 참사가 발생했다. 경찰은 이씨에 대한 혐의를 입증하기 위해 곧 추가 조사를 벌일 계획이다.
또 화재 현장 목격자 4명, 탈출자·부상자·유족 34명 등 총 38명을 상대로 당시 상황에 대한 진술을 확보, 사고 원인 규명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한편 지난 21일 오후 3시 53분께 이 스포츠센터에서 발생한 대형화재로 인해 29명이 숨지고, 36명이 다쳤다.
한경닷컴 뉴스룸 o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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