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인터뷰] 이진욱 해브앤비 대표 "남들 다 중국갈 때 닥터자르트로 '격전지' 미국 공략… 역발상 전략 통했죠"

입력 2017-12-24 17:46  

무역협회·한경 선정 '한국을 빛낸 올해의 무역인상'

BB크림 몰랐던 미국 시장에 2011년 국내 첫 진출
로레알 등 글로벌 브랜드와 경쟁하며 인지도 쌓아
고기능성 '닥터자르트' 수출 절반 이상 미·중서 올려

2015년 에스티로더가 2대 주주… R&D·마케팅 협력
아이폰·유니클로처럼 업계 대표주자 될 것



[ 이우상 기자 ] “세라마이딘에서 촉촉한 펭귄은 날 수 있어요.”

해브앤비의 닥터자르트 보습 화장품 ‘세라마이딘’ 광고에는 한류 스타 대신 하늘을 나는 노란 펭귄이 나온다. 이 펭귄들이 사막 위를 날아 촉촉한 곳(세라마이딘)으로 찾아간다는 내용이다. 피부과용 전문 화장품(더마코스메틱)이라는 이미지에서 벗어나 피부가 민감하지 않은 누구나 사용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친근하게 전달하기 위한 광고다.

해브앤비의 대중화 전략은 국내외에서 효과적으로 먹혀들었다. 해브앤비는 지난 1월부터 9월까지 34개국에 제품을 수출해 3000만불 수출탑을 받았다. 이진욱 해브앤비 대표는 K뷰티의 글로벌화에 기여한 공로로 한국무역협회와 산업통상자원부, 한국경제신문사가 공동 시상한 ‘2017년 한국을 빛낸 올해의 무역인’ 상도 최근 받았다. 이 대표는 “세계 더마코스메틱 기업 중 대중친화적인 브랜드 전략을 쓰는 곳은 우리뿐”이라며 “우수한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와 유쾌한 브랜드 이미지가 닥터자르트의 성장 비결”이라고 말했다.


▷올해의 무역인에 선정된 것을 축하합니다.

“2004년 회사 설립 후 화장품 사업에 뛰어들 때부터 해브앤비를 글로벌 기업으로 키우고 싶은 욕심이 있었습니다. 글로벌 상품으로서 화장품의 가능성을 높게 봤기 때문입니다. 국내에서 유명한 화장품들은 모두 국경과 문화를 가리지 않고 세계 시장에서 판매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 값이 비싸 일반 대중화장품과는 괴리가 있었죠. 저가 제품보다 품질은 높이고 수입 화장품보다 가격을 낮추면 상품성을 세계에서 인정받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개발한 화장품 브랜드가 ‘닥터자르트’입니다. 초기부터 닥터자르트의 브랜드 전략이 중요하다고 봤습니다. 브랜드 없이는 글로벌 시대에 소비자에게 각인되기 어려울 뿐 아니라 차별점을 드러낼 수 없기 때문입니다. 닥터자르트의 자르트(Jart)는 화장품에 ‘예술을 더했다’는 뜻입니다. ‘조인(join)’과 ‘아트(art)’의 합성어입니다. 올해의 무역인상은 닥터자르트가 글로벌 브랜드로 자리잡기 위해 내디딘 첫걸음을 인정해준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차별화된 수출 전략이 있었습니까.

“권역별로 차이가 있습니다. 특히 나라마다 시장의 성숙도와 트렌드에 따라 선호하는 제품이 달랐습니다. 가령 2011년 미국 시장에는 BB크림이라는 게 없었습니다. 이미 아시아에서는 널리 쓰이는 제품이었지만 미국에는 해브앤비가 가장 먼저 BB크림을 선보였습니다. 나라마다 인기 있는 제품에도 차이가 있었습니다. 아시아는 미백(브라이트닝) 제품이 인기입니다. 흰 피부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어서죠. 서구권에서는 보습용 제품이 인기가 더 많습니다. 건조한 날씨가 잦은 지역일수록 특징이 더욱 뚜렷합니다.”

▷중국엔 비교적 늦게 진출했습니다. 이유가 궁금합니다.

“국내 경쟁사들이 2011년부터 중국에 진출하기 시작했는데 우리 회사는 2013년에 갔으니 2년 이상 늦은 셈이었죠.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중국에 서둘러 진출하지 않은 것이 오히려 시장 안착에 도움이 됐다고 봅니다. 중국 시장이 각광받고 있을 때 해브앤비는 미국으로 향했습니다. 직원들의 반대도 심했지만 저는 먼저 미국으로 가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했습니다. 미국이야말로 세계 유명 화장품 브랜드가 모두 모이는 ‘격전지’라고 봤습니다. 미국 시장에서 인정받을 수 있어야 비로소 글로벌 브랜드로서의 자격이 생긴다고 판단했습니다. 대중적인 친근함을 내세우는 더마코스메틱 제품은 닥터자르트 외엔 없어 자신도 있었습니다. 닥터자르트 덕분에 더마코스메틱을 이용하는 소비층도 더 넓어졌습니다. 더마코스메틱은 이전까지는 ‘처방’ 개념이 강한 화장품입니다. 소비 연령층도 높았습니다. 그런데 닥터자르트가 친근함 유쾌함 등을 핵심 브랜드 이미지로 내세우면서 소비 연령층을 20대까지 끌어내렸습니다. 그 결과 미국은 해브앤비 전체 수출액의 30%를 차지하는 핵심 수출국이 됐습니다. 지난해 4월부터 올 3월까지 1년 동안 860만달러어치를 미국에 수출했습니다.

닥터자르트는 2013년 미국 시장 진출에 성공하면서 ‘글로벌 브랜드’로 인정받을 수 있었고 이를 바탕으로 중국 시장에도 비교적 안정적으로 진입할 수 있었습니다. 에스티로더 로레알 등 쟁쟁한 글로벌 화장품 회사들과 미국 시장에서 경쟁하는 브랜드라는 이미지가 생긴 덕분입니다. 중국 수출 비중은 20.2%로 미국, 홍콩에 이어 세 번째로 높습니다.”

▷어떤 제품이 해외에서 반응이 좋았습니까.

“세라마이딘이 대표적입니다. 건조해진 피부를 진정시키고 관리해주는 보습 크림입니다. 피부 위로 보습 장벽을 구축해 수분 증발을 차단해주는 역할을 합니다. 수분이 빠져나가는 통로가 되는 각질 사이 틈과 깨진 각질 틈도 메워주지요. 민감성 피부 자극 테스트를 완료한 제품이어서 민감한 피부에도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습니다. 입소문이 퍼지면서 2015년부터 효자 노릇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회사 매출의 30%를 세라마이딘이 책임집니다. 강력한 보습 성능 덕분에 날씨가 건조한 나라에서 인기가 특히 많습니다.”

▷에스티로더에서 투자받아 유명해졌습니다.

“에스티로더와는 꽤 오랫동안 의견을 교류해왔습니다. 협의 끝에 서로 시너지를 낼 방법을 찾았으며, 그 결과 2015년 10월 에스티로더로부터 지분 투자를 받았습니다. 해브앤비의 2대 주주가 된 에스티로더는 연구개발과 해외 마케팅에 협력을 아끼지 않기로 했습니다. 에스티로더로부터 받은 조언과 각종 지원이 지난해 유럽 진출에 큰 도움이 됐습니다. 현지 소비자들의 소비패턴 등 시장 자료는 물론 각종 마케팅 노하우를 제공해줘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었습니다. 앞으로의 협력이 더 기대됩니다.”

▷해외에서 K뷰티의 위상은 어떻습니까.

“세계 화장품 시장에서 ‘메이드 인 코리아’가 지닌 특별한 위상이 있습니다. 세계적으로 한국 여성의 아름다움은 K팝과 한국 드라마 등 대중문화를 통해 잘 알려져 있습니다. 해외 고객들은 특히 한국 여성의 피부에 대해 환상이 있습니다. 닥터자르트의 해외 진출에는 이런 이미지가 도움이 됩니다. 지난해 16개국이던 수출국을 올해 상반기까지 34개국으로 늘렸습니다. 세계 명품이 몰려드는 프랑스 독일을 비롯해 유럽 중동 중남미에 진출했습니다. 화장품 시장 성숙도가 낮은 아프리카 대륙을 제외한 세계에 판로를 구축했다는 데 의미가 큽니다. 유럽 시장은 특히 명품 브랜드가 몰려 있어 ‘본진’으로 향하는 것과 같습니다. 올해로 진출 1년차인 유럽에는 세라마이딘과 BB크림 등 25개 제품을 공급하고 있는데 내년엔 제품 종류를 40개까지 늘릴 계획입니다.”

▷어떤 브랜드를 만들고 싶나요.

“‘건강한 아름다움’이란 브랜드 가치를 소비자에게 전달하고 싶습니다. 해브앤비는 2005년 국내 최초로 BB크림을 제조해 피부과 병원에 공급한 데 이어 2006년엔 닥터자르트 브랜드로 일반 소비자에게 선보였습니다. BB크림은 본래 피부과에서 치료 후 자외선과 외부 자극으로부터 피부를 보호하려고 쓰는 제품이어서 해브앤비가 지향하는 브랜드 가치를 알리는 출발점이 됐습니다. 화장품은 겉으로 꾸미는 것보다 내면의 아름다움을 키워낸다는 가치를 중시하고 있기 때문에 닥터자르트는 아직까지 색조화장품을 내놓고 있지 않습니다. 기초화장품과 색조화장품 사이의 베이스 메이크업 제품이 주력입니다.”

▷앞으로 계획은 어떻습니까.

“닥터자르트 등이 해외에서 성과를 내면서 매출은 2014년 335억원에서 올해 3500억원으로 성장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닥터자르트를 ‘아이폰’ ‘유니클로’같이 업계의 상징적인 브랜드로 자리매김하고픈 욕심이 있습니다. 애플의 아이폰은 충성도 높은 고객들로 유명합니다. 신제품이 나온다고 하면 고객들은 새벽부터 줄을 섭니다. 유니클로는 저렴한 보급형 제품임에도 신뢰성과 가성비를 바탕으로 전 연령층에서 인기를 누리고 있습니다. 아이폰처럼 충성도가 높으면서도 유니클로처럼 신뢰성과 가성비가 뛰어난 친근한 제품으로 닥터자르트를 키우는 게 꿈입니다. ”


■ 이진욱 대표는

이진욱 해브앤비 대표(41)는 20대 후반까지는 화장품과 관련 없는 삶을 살았다. 대학에서 건축학을 전공한 뒤 건축감리회사에서 일했다. 화장품에 관심을 갖게 된 건 우연이었다. 2003년 얼굴에 난 트러블을 치료하러 피부과에 들렀다가 BB크림에 열광하는 젊은 여성들을 보게 됐다. BB크림은 지금은 화장품 코너에서 쉽게 살 수 있는 일반 화장품이지만 당시엔 일부 연예인만 입소문을 듣고 피부과에서 사는 고가 화장품이었다.

바르기만 하면 얼굴빛이 밝아지고 자외선도 막아주는 BB크림. 이 대표는 이 제품이 세계에서 통하는 상품으로 성장할 수 있다고 확신했다. 2004년 28세의 젊은 나이에 자본금 5000만원으로 화장품 회사 해브앤비를 설립했다. 같은 해 12월 ‘닥터자르트’란 이름으로 BB크림을 출시했다. 국내 기업으로선 최초였다. 피부과 의사인 매형을 비롯해 여러 피부과 의사에게 도움을 받은 덕분이었다.

2011년엔 세계적인 코스메틱 편집숍 세포라에 입점했다. 국산 BB크림 중엔 처음이었다. 이 대표가 내세운 것은 합리적인 가격이었다. K뷰티의 가치를 미국 시장에서 인정받은 닥터자르트는 유럽 중국 등 34개국에서 판매되고 있다. 이 대표는 “올해 글로벌 화장품 회사로서의 기반을 닦았다고 본다”며 “내년엔 개척한 해외 판로를 강화하는 데 힘쓰겠다”고 말했다.

△1976년 전북 전주 출생
△전주고, 원광대 건축학과 졸업
△2001년 육군 장교 전역, 영화종합기술단 건설감리
△2004년 해브앤비 설립
△2005년 닥터자르트 브랜드 출시
△2011년 DTRT 브랜드 출시

이우상 기자 id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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