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객 급증 현상은 양면성이 있다. 다양한 계층이 해외여행을 즐기는 시대가 됐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반도체 편중론’이 없지 않지만 경기회복에 따른 자연스런 현상이라는 분석도 있다. 하지만 여행수지 적자가 한 해 150억달러에 달하고, 18년 연속 적자라는 측면을 보면 얘기는 달라진다. 1억2000만 명 인구 중 올해 1800만 명(출국률 14%)이 해외여행을 한 일본과 비교해 봐도 그렇다.
해외 여행객이 국내로 오는 외국인 방문자의 두 배가 된 것은 취약한 ‘관광인프라’와 결부시켜 볼 필요가 있다. 국내에 ‘놀거리’ ‘볼거리’ ‘먹거리’부터 취약하다. ‘K컬처’로 한동안 해외에서 ‘한류’붐도 일으켰지만 국내에는 K팝 전용 대형극장도 없다. 화성시에 추진됐던 유니버설스튜디오는 수년간 논의만 거듭하다가 무위로 끝났다. 끝내 수도권 규제의 벽을 뚫지 못했다. 지난해 상하이에서 개장한 아시아 최대 규모의 디즈니랜드가 관광객을 불러모으는 것과 비교된다. 내국인도 갈 수 있는 유일한 카지노는 강원도 오지에 있고, 국립공원에 케이블카 하나 건설하기도 너무나 어렵다. ‘의료관광’까지 오랫동안 ‘영리병원 불가’라는 구호에 막혀버렸다.
삼계탕 정도에다 저가쇼핑 코스로는 외국인을 불러들이는 데 한계가 있다. 내국인들이 해외로 몰려나가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이 돈이면 국내보다 해외여행이 차라리 낫다.” 우리가 흔히 듣고 말하는 이 말에 문제의 핵심이 들어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관광공사는 관광 인프라를 다시 짜야 한다. 지난 10월 추석 때 최대 열흘 연휴로 만든 임시공휴일 지정이 내수 부양에 효과가 있었는지도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 지방자치단체들도 개성 만점에 재미 넘치는 축제를 적극 개발해나가야 한다. 한국 온천 휴양지가 일본의 온천 명소와 경쟁하는 시대다. 내국인을 겨냥한 국내 관광시장의 경쟁은 그대로 중국인관광객 유치전으로 이어진다. 원화 강세, 저비용항공사(LCC) 노선 증대도 여행수지 적자 요인이라지만 근본 원인은 아니다.
‘호모 루덴스’(놀이하는 인간) 시대, 국제 관광대전(大戰)에 민관이 따로 없고 중앙과 지방도 따로 없다. 서비스 규제 혁파와 고품격 관광자원 개발, 해법은 이미 나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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