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식 세계화' 바람에 현지 생산
[ 도쿄=김동욱 기자 ] 일본이 아시아 각국에서 일본 품종 쌀 재배에 나서고 있다. ‘일식의 세계화’에 발맞춰 해외에서 일본 품종 쌀 생산을 늘려나간다는 계획이다.
25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최근 일본 농업 사업자나 식품개발 기업이 아시아 각국에서 일본 품종 쌀 생산과 가공 판매를 늘리고 있다. 일본 시장은 인구 감소 탓에 성장성이 없고, 해외로의 쌀 수출은 생산원가가 높고 수송비 부담도 만만찮아 타산이 맞지 않기 때문이다. 때마침 세계 각국에서 ‘일식 붐’이 일면서 일본쌀 수요가 늘어난 점도 일본쌀의 현지생산에 한몫했다고 이 신문은 분석했다.
지난달부터 베트남 하노이에 있는 일식집 오후쿠로테이에선 베트남 현지에서 생산한 일본 품종 쌀로 음식을 만들고 있다. 일본 농업회사 아지치팜이 베트남에서 생산한 ‘아키사카리’, ‘고시토히카리’, ‘하나에치젠’ 등 세 종류 일본쌀 품종을 사용하고 있다. 가격은 2㎏에 약 500엔(약 4762원)으로 일본에서 수출했을 때에 비해 절반 이하로 부담을 줄였다.
아지치팜은 올봄부터 베트남에서 일본쌀 시험재배를 시작했고, 여름에는 하노이 인근 경작 면적을 1.5㏊에서 10㏊로 넓혔다. 가을에는 이나카야라는 현지법인도 설립했다. 이모작이 가능한 베트남 기후조건을 고려해 현지 생산에 적합한 일본쌀 품종을 선정하고 쌀 파종부터 수확, 건조, 정미 과정을 모두 관리하고 있다.
또 다른 일본 농업회사 서부개발농산은 2015년부터 하노이에 자회사를 설립해 ‘고시히카리’ 등 10여 종의 일본쌀을 시험재배하고 있다. 야마자키라이스는 내년에 중국 현지 농업법인과 연계하기로 했다.
이처럼 일본이 베트남 등 해외에서 일본쌀 재배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것은 일식의 세계화 영향이 크다. 일본 농림수산성이 공개한 아시아 각국의 일식 레스토랑은 6만9300여 개로 2015년 대비 50% 가까이 늘었다. 일본쌀 수요는 늘었지만 수출 시 가격 부담이 작지 않고, 검역 문제 등으로 수출이 어려운 나라도 있어 현지 생산으로 방향을 틀었다는 설명이다.
일본 농업계는 1인당 쌀 소비량이 일본보다 많은 아시아 국가들이 신규시장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토 다케노리 아지치팜 사장은 “쌀뿐만 아니라 쌀가루를 이용한 가공식품까지 포함하면 동남아시아가 쌀 소비가 줄어들고 있는 일본보다 성장 가능성이 더 크다”고 말했다.
도쿄=김동욱 특파원 kimd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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