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안전모 기술이 '낡은 표준' 바꿨다

입력 2017-12-25 19:31   수정 2017-12-26 05:50

통기 구멍 때문에 인증 못받아
고용부, 이달부터 기준 변경

융합 신기술 인증 2011년 시행
낡은 인증규정에 사업화 지연되는
점자보도블록 등에 활용해볼만



[ 박근태 기자 ]
전자 부품 제조회사인 기가테라(옛 KMW)는 2014년 첨단 산업용 안전모를 개발했다. 건설 공사장, 공장에서 쓰던 평범한 안전모에 무선통신 장치와 조명을 넣었다. 휴대폰이나 손전등을 불편하게 들고 다닐 필요가 없게 만든 것이다. 추락 사고가 나면 안전모의 위치 센서와 충격 센서가 신호를 전송해 위치도 찾을 수 있다. 안전모 앞쪽에는 바람이 드나드는 작은 통기 구멍도 만들었다. 하지만 이 첨단 안전모는 곧바로 시장에 나오지 못했다. 안전모에 추가한 새끼손톱보다도 작은 통기구멍과 통신장치, 조명장치가 발목을 잡았다. 산업용 안전모는 출시하기 전 안전인증을 받아야 하는데 고용노동부의 보호구 안전인증 고시에 따르면 산업용 안전모에 ‘구멍’이 있으면 안 되기 때문이다.


3년의 세월이 흘러 상황은 바뀌었다. 고용부가 그간의 업계 요청을 받아들였다. 이달 안전모 안전인증 기준에서 통기구멍에 대한 규제 조항을 없앴다. 첨단 안전모 생산의 발목을 잡았던 규제가 사라진 것이다. 김민선 한국생산기술연구원 국가산업융합지원센터 소장은 “새로운 기술 트렌드에 맞게 안전인증기준을 변경해 달라는 업계 요구를 반영한 첫 사례”라고 말했다.

시간이 오래 걸리긴 했지만 첨단 안전모 인증 기준이 바뀔 수 있었던 데는 2011년부터 시행된 ‘산업융합 신제품 적합성 인증제도’의 역할이 컸다. 기가테라가 2014년 스마트 안전모로 1호 인증을 받아 표준 변경의 물꼬를 텄고 이젠 다른 업체도 통기구멍이 있는 신형 안전모를 내놓을 수 있게 됐다. 이 제도는 안전모처럼 기존 인허가 기준으로는 시장에 출시하지 못하는 융합 제품의 신속한 출시를 지원하기 위해 마련됐다. 인증 신청에서 획득까지는 6개월이 걸린다.

기술표준과 인증은 편의에 따라 쉽게 바꿀 수 없다. 제품 품질과 소비자 안전을 보장하는 최후 보루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급격한 기술 발전과 융합이 이뤄지는 시대 흐름을 따라가지 못한다는 지적도 많다.

신기술에 대한 인증 기준이 없어 출시가 늦어진 사례도 많다. 기린정밀공업은 2015년 전기를 적게 쓰고 아름다운 빛을 내는 방송용 LED(발광다이오드) 조명을 개발했지만 LED를 광원으로 쓰는 무대조명 기준이 없어 1년이 지난 뒤에야 시장에 내놓을 수 있었다. 방송사들이 만든 기존의 기준에 조명이 있지만 LED 조명은 전기기기로 분류돼 관련 인증 기준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 회사 장원영 대표는 “2016년 융합 신제품 적합성 인증을 받아 방송사에 납품할 길이 겨우 열렸지만 인증받지 않은 중국 제품이 이미 국내 시장을 차지한 뒤였다”고 말했다. 국가기술표준원이 최근 기술 흐름 변화에 맞춰 인증 기준 개정을 추진하고 있는 스마트 계량기도 처음엔 출시하기 어려웠다.

융합 제품에 대한 인증제도가 도입된 지 6년이 흘렀지만 인증받은 품목은 7건에 불과하다. 제도가 아직 잘 알려져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인증 기준이 없는 융합 기술 제품을 개발한 기업들은 이 제도를 이용해 제품을 출시할 수 있다. 하지만 기업들이 융합 제품을 출시할 때마다 새 인증 기준을 요청하지 않으려면 기술 발전 속도에 따라 낡은 표준을 제·개정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 소장은 “표준이나 법령상 명시된 기준을 충족하는 경우에만 시장 진출이 가능하도록 하는 인허가 시스템만으로는 산업 융합 활성화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안산=박근태 기자 kunt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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