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형IB 선점 입지 굳히는 한투證…우회로 찾는 미래에셋대우

입력 2017-12-26 15:32   수정 2017-12-26 17:41


KB증권, 미래에셋대우 등 초대형 투자은행(IB) 2호 후보들의 발행어음 사업 인가가 줄줄이 보류되고 있는 가운데 한국투자증권이 선점 효과를 높이기 위한 행보에 나섰다. 초대형 투자은행(IB) 가운데 유일하게 발행어음 인가를 받은 만큼 시장 입지를 확고히 다져나가기 위한 조직 혁신에 나섰다.

발행어음 사업이 불투명해진 미래에셋대우도 7000억원 유상증자라는 승부수를 던지며 초대형 IB로 나가기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서는 중이다.

2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한국투자증권은 IB부문 확대를 위한 조직 개편을 실시했다.

IB 3본부를 신설한 것이 대표적이다. IB 3본부는 인수합병(M&A)과 사모펀드를 전담한다. 지난해 IB부문을 IB 1본부, IB 2본부로 확대 개편한 데 이어 올해 초대형 IB 1호 사업자로 선정되면서 또 다시 IB영업 강화에 나선 조치라는 게 증권업계의 설명이다.

IB 3본부는 기존 IB 1본부에 속해 있던 사업이 별도 부서로 독립하는 형태다. 기존 IB 1본부는 기업공개(IPO) 업무에 더욱 집중하고 IB 3본부는 프리 IPO(상장 전 지분투자)와 같은 자기자본투자(PI) 및 기업여신을 확대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단기금융업(발행어음) 인가로 기업금융 여력이 강화되면서 조직이 따로 떨어져나오게 됐다"고 설명했다.

단기금융업 인가를 얻은 증권사는 자기자본의 두 배 한도로 어음을 발행해 모은 돈으로 기업대출 등 투자에 나설 수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현재까지 초대형 IB 가운데 처음으로 금융위원회로부터 단기금융업 인가를 받았다.

해외 시장에서도 IB 영토 확장을 위한 조치에 나서고 있다. 이달 초에는 인도네시아 증권사를 인수했다. 자카르타 현지에 위치한 단팍(Danpac)증권사다. 한국투자증권은 단팍증권 지분 75%(약 400억원)를 신주 발행 후 인수하고 내년 초 금융당국 승인 절차를 거쳐 해외 법인으로 전환해 상반기 중 직접 현지 영업을 개시할 예정이다.

현재 인도네시아 현지에서 114개 증권사 가운데 중위권 위치에 속한 단팍증권사를 상위권 증권사로 성장시키기 위한 인사 조치에도 나섰다. 송상엽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 대표이사를 한국투자증권 인도네시아합작추진단장으로 임명했다. 신임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 대표이사는 가치투자 전문가 이채원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 CIO가 맡게 됐다.

한국투자증권이 발행어음 사업에서 입지를 굳혀나가자 미래에셋대우의 발걸음도 빨라졌다. 미래에셋대우는 지난해 미래에셋증권과 대우증권 합병을 하면서 규모 면에서는 1위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발행어음 사업 인가가 좌절되면서 초대형 IB 경쟁 대열에서는 뒤쳐졌다.

최근 공정거래위원회의 '일감 몰아주기' 의혹 조사로 발행어음 사업 인가가 보류됐기 때문이다. 이에 미래에셋대우는 대규모 유상증자에 나섰다. 우선주 1억3084만주를 유상 증자해 운영 자금 7000억원을 조달하겠다는 계획이다.

현재 7조3000억원대인 자기자본을 내년 1분기 8조원까지 늘리겠다는 것이다. 유상증자 이후엔 2위권 증권사들과의 자기자본 격차가 4조원 가까이 벌어진다.

초대형 IB으로서의 행보를 더는 지체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 나온 조치로 증권업계는 분석하고 있다. 발행어음 사업이 불투명해지자 미래에셋대우가 종합투자계좌(IMA) 사업으로 눈을 돌렸다는 것이다. IMA는 고객이 맡긴 원금을 보장하면서 증권사가 회사채 등에 투자해 은행 금리 이상의 수익을 돌려줄 수 있는 통합 계좌다. 수익성은 물론 증권사가 자체 신용을 바탕으로 원금을 보장하기 때문에 은행 예금에 버금가는 안정성을 보인다.

IMA 사업 인가를 받으면 은행 고객을 일부 확보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이 사업은 자기자본 8조원을 갖추면 금융 당국 인가 없이 업무에 착수할 수 있다. 원재웅 NH투자증권 연구원은 "IMA계좌는 실적배당상품으로 은행 계좌에 대한 대항마로 활용할 수 있다"며 "개인이 은행에 맡긴 자금이 증권사로 이동하는 '머니 무브' 시발점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금융 당국은 발행어음 사업 인가 단계를 뛰어넘어 바로 IMA 사업을 할 수는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에 미래에셋대우는 "이번 유상증자 건은 발행어음 사업 인가 보류 이전부터 준비하던 사안으로 IMA로 직행하려는 목적은 아니다"라며 "글로벌 M&A 등 해외 시장에서 IB 전략을 추진하기 위한 조치"라고 밝혔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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