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미아 기자 ] 지난 8월18일 군인 세 명이 순직한 ‘K-9’ 자주포 화재 사고. 육군이 구성한 민·관·군 합동조사위원회는 사고 원인을 ‘장비 오작동’이라고 26일 발표했다. 하지만 K-9 제작사인 한화지상방산은 조사 과정과 결과에 강력 반발했다.
조사위는 이날 “승무원이 격발 스위치를 작동하지 않았는데 격발 해머와 공이가 비정상적으로 움직였고, 폐쇄기가 제대로 닫히지 않은 상태에서 장약의 연소 화염이 유출됐으며 뇌관이 이상 폭발해 사고가 일어났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한화지상방산과 현대위아 등 K-9 제작사 측은 “조사 결과에 동의하기 어렵다”고 했다. 한화 관계자는 “업체들은 ‘이해당사자’란 이유로 이번 사고 조사 과정에서 배제됐다”며 “조사 결과도 통보받지 못했고, 어떤 내용으로 작성됐는지도 확인할 길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사고가 나면 제작사가 조사 과정에 참여하는 게 기본 상식”이라며 “K-9에 대해 가장 잘 알고 있는 제작사와 K-9 설계를 맡은 국방과학연구소(ADD)가 이해당사자란 이유만으로 조사에 참여하지 못한 건 말이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조사위 관계자는 “4개월의 조사 기간 중 3개월간 업체와 같이 조사는 하되 사고 원인 식별에서만 배제한 것”이라며 “업계에서 보낸 자료는 논리적 타당성이 떨어졌고, 탄도학 교과서에서 벗어난 내용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추가 조사 과정에서 기준에 미달하는 K-9이 더 있었다”고까지 했다. 그런데 ‘전체 중 몇 대나 기준에 모자라냐’는 질문엔 “해당 업체에서 동의하지 못해 말해줄 수 없다”고 즉답을 피했다. K-9 제조사들이 동의하지 않는데도 이번 사고 원인을 발표한 것과는 상반된 답변이었다.
K-9은 국산 무기 중 대표적 수출 효자 제품으로 꼽힌다. 터키 핀란드 인도 등에 이어 지난 20일엔 노르웨이와도 수출 계약을 맺었다. 하지만 이번 사고 조사 결과가 해외에 알려지면 어떻게 될까. 방산업체들은 이미지가 실추될까봐 발을 동동거리고 있다. 육군과 조사위가 한국 방산의 수출 길까지 책임져주지는 못한다.
이미아 정치부 기자 mi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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