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품업계 대표 '블루오션'
매출 1조 시장 창출
스펀지로 찍어 바르는 제품
주차티켓 도장에서 힌트
1초에 한 개씩 팔려나가
샤넬·랑콤·디올도 따라와
[ 민지혜 기자 ] 아모레퍼시픽의 쿠션은 경쟁이 치열한 화장품업계에서 ‘블루오션’을 찾아낸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2008년 아이오페 ‘에어쿠션’이 처음 나왔을 때 다른 회사들은 “이게 도대체 뭐냐”고 의아해했다. 콤팩트 케이스 안에 들어있는 액상 형태의 파운데이션을 스펀지로 찍어 바르는 이상한 제품이었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자외선 차단제에 메이크업 베이스 기능을 더한 혁신적 제품을 먼저 알아보기 시작했다. 출시 2년 만에 쿠션 연간 판매량은 50만 개가 됐다. 이때부터 탄력을 받아 2012년엔 600만 개, 2013년 1260만 개가 팔려나갔다. 2015년엔 3300만 개가 팔리면서 ‘1초에 1개씩 팔리는 화장품’으로 성장했다. 쿠션을 쳐다보지 않았던 샤넬 랑콤 디올 입생로랑 맥 나스 등 글로벌 브랜드들도 모두 쿠션을 내놓고 있다.
쿠션을 처음 개발한 건 아모레퍼시픽 기술연구원의 최경호 연구임원(사진)이다. 자주 덧발라야 하는 자외선 차단제의 불편함을 개선하고 싶었다. 화장한 얼굴 위에 덧발라도 좋은 방법을 찾던 중 주차 티켓에 찍어주는 도장을 보곤 “이거다” 싶었다. 균일하게 액체를 밀착시키는 스펀지를 만들기로 했다. 최 연구임원은 인주, 목욕용 스펀지 등 200여 가지를 3600번 이상 테스트했다. 그 결과 80여만 개의 미세한 구멍이 있는 발포 우레탄 폼 스펀지가 가장 적합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숱한 시행착오를 거쳐 ‘세상에 없던 화장품’ 에어쿠션은 2008년 3월 출시됐다.
아모레퍼시픽은 에어쿠션을 안정적으로 대량 생산하기 위해 2011년 자동화 생산 시스템을 도입했다. 쿠션 단일 품목 매출액이 300억원을 넘어서자 쿠션을 다른 브랜드에서도 내놓기 시작했다. 그 결과 2015년 아모레퍼시픽의 쿠션 매출은 8000억원을 넘었고 지난해엔 1조원을 돌파했다. 쿠션 카테고리 하나만으로 국내 전체 화장품 시장을 주도하기 시작한 것이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의 쿠션은 올해까지 총 1억4000만 개 이상 팔려나간 ‘베스트셀러’가 됐다.
아모레퍼시픽의 쿠션은 상업적 성공뿐 아니라 화장 문화를 바꿨다는 점에서도 성공적인 블루오션 사례로 평가받는다. 글로벌 리서치기관인 TNS코리아가 800명의 국내 여성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76%가 쿠션으로 화장 수정이 간편해졌다고 답했다. 화장하는 데 걸리는 시간도 평균 13분에서 7분으로 줄었다. 아모레퍼시픽은 쿠션과 관련해 국내와 해외를 합쳐 206건의 특허를 출원했고 등록한 특허가 35건(2017년 2분기 기준)이다.
아모레퍼시픽은 2015년에 쿠션 전용 연구소인 씨랩(c-lab)을 신설했고 최근엔 초미립 분산 및 3차원 담지체 기술을 담은 ‘4세대 쿠션’을 출시했다. 미세 입자의 3차원 벌집 모양으로 만든 스펀지는 더 자연스럽고 촉촉한 피부표현을 가능케 했다. 쿠션은 습한 기후의 동남아시아 여성은 물론 얇은 피부표현을 원하는 중동지역 여성들 사이에서도 인기를 끌며 ‘K뷰티’를 주도하고 있다.
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은 “아이오페 에어쿠션은 전 세계 여성들의 화장문화를 바꾼 혁신적인 제품”이라고 말했다.
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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