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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대체투자 시장은 올해 대형 부동산 거래가 이끌었다. 연초 부영의 서울 을지로 삼성화재 빌딩 인수가 마무리됐고, 수송스퀘어(이지스자산운용), KEB하나은행 본점 빌딩(부영-우선협상대상자) 등 초대형 빌딩의 입찰도 진행됐다. 연말에는 판교 알파돔시티의 6-3, 4블록 빌딩과 단위면적당 최고가를 기록하며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을 완료한 더케이트윈타워의 입찰이 이뤄졌다.
그중에서 가장 주목받는 거래는 이지스자산운용의 시그니처타워 인수다. 지난 6월 7260억원(3.3㎡당 2400만원)에 사들였다. 거래 규모나 난이도 면에서 돋보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국경제신문 자본시장 전문매체 마켓인사이트 취재팀은 이 거래를 성사시킨 이지스자산운용 정석우 상무(사진)를 올해의 국내 대체투자부문 딜 메이커로 꼽았다.
입찰당시 건물의 절반을 사용하고 있는 아모레퍼시픽이 내년 1월부터 서울 용산 신사옥으로 옮겨가기로 확정돼있던 가운데 매각이 진행됐다는 점이 문제였다. 지난 3월 본입찰에는 이지스자산운용 말고도, CBRE글로벌인베스트먼트-아부다비투자청 컨소시엄을 비롯해, 블랙스톤-미래에셋, 골드만삭스, 아쎈다스 등 외국계 투자자가 대거 참여했다. 이들은 대규모 공실 발생이 예정된 이 건물을 ‘밸류애드(value add) 자산’으로 분류했다. 낮은 가격으로 건물을 사들여 임차인을 채워 되팔겠다는 계획으로 접근했다.
하지만 정 상무의 생각은 달랐다. 건물이 서울 핵심업무지구(CBD) 외곽에 있지만, 강남에서의 접근성은 오히려 더 뛰어나고, 건물 상태(컨디션)도 좋아 투자 가치가 있다는 판단이었다. 다만 경쟁이 심해 낮은 가격을 써내면 거래를 따내기 힘든게 문제였다. 남들과 다르게 건물을 ‘코어(핵심)자산’으로 만들어야 했고, 이를 위해선 건물을 코어로 바라볼만한 근거와 전략이 필요했다.
정 상무는 총액인수에 나서기로 한 KB증권의 안효재 부동산금융3부장(이사), 한화투자증권의 유재석 스트레티직프로덕트 센터장과 머리를 맞댔다. 그 결과 리츠(REITs·부동산투자회사) 형태로 부동산을 매입할 때 간혹 사용하는 ‘임차권 보증펀드’를 활용하자는 아이디어가 나왔다. 대규모 공실 리스크를 없애 밸류애드 건물을 코어로 만들겠다는 복안이었다. 금융구조가 완성됐다. 한화투자증권이 임대수입보전 보장 금액 150억원을 수수료로 받는 대신, 5년간 적정 임대료 및 관리비에서 미달하는 수익을 투자자들에게 보전하기로 했다.
이지스자산운용은 입찰제안은 다른 운용사와 달랐다. 가격 등의 조건 뿐 아니라 밸류애드 자산을 코어로 만든 아이디어를 인정받았다.
자금 모집도 수월해졌다. 기존에 약정돼있던 국민연금 부동산 블라인드 펀드 자금(550억) 외에도, 잔여 펀드 자금(3740억)을 국민연금, 고용노동부의 산재해보상기금, 주택도시기금을 통해 조달했다.
부동산 금융업계 관계자는 "국내 초대형 빌딩인 남산 스테이트타워(아부다비투자청) SFC 및 GFC(싱가포르투자청) 등은 모두 외국계 투자자가 주인"이라며 "이지스자산운용의 아이디어가 없었다면 역시 외국계 자본에게 건물이 돌아갔을 것"이라고 했다.
김대훈 기자 daep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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