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안 잡히자 꺼내든 '마지막 수단'… 결국 종부세 인상으로 가나

입력 2017-12-27 17:33   수정 2017-12-28 09:30

새해 경제정책 방향 - 보유세 개편

보유세 개편 첫 공식화
김동연 부총리 "보유세 인상
여러 시나리오 검토하고 있다"

공정시장가액 비율 높이거나
공시가격 올리는 방안 유력



[ 임도원 기자 ] 부동산 대책 중 ‘맨 마지막 수단’으로 예고했던 보유세 카드를 정부가 결국 꺼내들기로 했다. 정부는 27일 발표한 내년 경제정책방향에 ‘보유세 개편방안 검토’를 포함시켰다. 문재인 정부가 보유세 개편을 공식화한 것은 처음이다. 정부가 보유세 개편을 공식화하면서 관련 논의가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2003년 노무현 정부 당시 도입했던 종합부동산세 인상이 우선적으로 검토될 가능성이 높다.

◆보유세 인상 검토 안 한다더니…

정부는 그동안 보유세 개편을 공식적으로 부인해왔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8월 취임 100일 첫 기자회견에서 “부동산 가격 안정을 위해 보유세 인상을 검토하지는 않고 있다”고 밝혔고,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지난 9월 언론 인터뷰에서 “보유세 인상은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6·10 부동산대책’과 ‘8·2 대책’이 연달아 나왔는데도 집값이 좀체 잡히지 않자 여당을 중심으로 기류가 바뀌었다. 더불어민주당 출신의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13일 “이제는 보유세 문제에 대해 집중적인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 됐다”며 불을 지폈다.

김 부총리도 이날 경제정책방향 발표 후 브리핑에서 “보유세 인상에 대해 다양한 방안이 제기되고 있고, 가능한 여러 시나리오를 검토 중”이라며 “세율 외에도 공시지가 조정 등 여러 대안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보유세 개편은 영향이 크기 때문에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며 “다주택자의 부동산 보유에 대한 조세 형평성 문제, 거래세와 보유세 간 조합 문제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추진하겠다”고 덧붙였다.


◆공정시장가액 비율 높일 듯

정부는 ‘부자 증세’를 내걸고 일단 종부세 인상 작업에 나설 전망이다. 집을 가진 모든 사람을 대상으로 걷는 재산세는 조세저항이 훨씬 더 클 수밖에 없어서다. 기재부 관계자는 “현행 2주택 이상 보유자에 대한 과세를 강화하든지, 3주택 이상 보유자에 대한 기준을 새로 만드는 방안이 검토될 것”이라고 말했다. 종부세는 현재 1가구 1주택은 공시가격 9억원 이상이 과세 대상인 반면, 2주택 이상은 합산 공시가격 6억원 이상으로 세 부담이 커진다. 2005년 도입 당시에는 세율이 1~3%였다가 2008년 이명박 정부 때 0.5~2%로 낮아졌다.

종부세 인상은 법 개정 없이도 가능하다. 공시지가 중 실제 과세하는 금액인 공정시장가액 비율 조정을 통해서다. 종부세의 공정시장가액 비율은 법상 60~100% 범위이고, 시행령에는 이를 80%로 정해 놓았다. 공시가격이 1억원이라면 실제 과세표준은 8000만원이라는 뜻이다. 다주택자에 대해 종부세 공정시장가액 비율을 100%로 올리면 그만큼 세 부담이 늘어난다. 통상 시세의 60~70% 수준인 공시가격을 현실화해 시세 수준에 가깝게 올리거나, 세율 자체를 높이는 방법도 있다. 다만 공시가격 변동이나 세율 인상은 부동산 법제 전반을 건드려야 하는 만큼 신중히 접근해야 하는 사안이다.

◆임차인에게 세 부담 전가 우려

전문가들은 과거 실패한 정책을 다시 꺼내는 것에 대해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박기백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집값이 올랐다면 공시가격 상향으로 종부세 대상자들은 자동적으로 세금을 더 내게 된다”며 “가뜩이나 징벌적 성격을 가진 종부세 납세자들의 조세저항이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하우스푸어의 경제적 부담을 키운다는 문제점도 있다. 김 부총리도 지난 9월 언론 인터뷰에서 보유세에 대해 “보유 자체에 과세하니 (납세 대상자가) 소득이 없으면 과세하기 어렵다는 문제가 있다”고 인정했다.

부동산 시장을 왜곡시킬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종부세 부담으로 인해 주택 구매 대신 임차 수요가 늘면 전·월세 가격 상승으로 이어져 세입자들의 고통이 커질 우려가 있다”며 “집주인들이 종부세 부담을 세입자에게 전가시킬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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