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가사도우미 노동권, 산란일 표시 의무화… 만든다고 다 법은 아니다

입력 2017-12-27 17:50  

정부는 그제 국무회의를 열어 가사도우미도 4대 보험 적용을 받고 연차 유급 휴가를 쓸 수 있게 하는 내용의 ‘가사근로자 고용 개선 등에 관한 법 제정안’을 의결했다. 법안에 따르면 가사도우미는 노조를 결성하고 파업도 할 수 있게 된다. 가사도우미 권리를 법으로 보호해 직업안정성을 높이고, 이용자는 질 좋은 서비스를 받도록 한다는 게 취지다.

사회적 약자를 보호한다는 취지야 나쁠 게 없지만, 오랜 기간 사적 계약·대면고용 형태로 정착된 영역까지 국가가 법으로 통제하겠다는 것이 적절한지 의문이다. 법안 자체의 문제점과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다. 법안은 현행 파견근로자보호법과 충돌한다. 파견법상 가사근로는 파견 금지 업무다. 반면 정부 법안은 가사도우미를 이용하려면 인증을 받은 서비스기관과 계약을 맺은 뒤 파견받도록 했다.

현행법상 파견 근로자 지휘 감독은 서비스기관만 할 수 있는데, 가사업무 특성상 이용자가 가사도우미에게 근로 지휘를 할 수밖에 없다. 자칫 가정집이 ‘불법파견 논란’에 휘말릴 판이다. 4대 보험료와 최저임금까지 보장해야 하기 때문에 가사도우미 비용이 크게 오를 게 뻔하다.

가사도우미가 파업이라도 하면 개인 이용자는 속수무책이다. 이런 우려들 때문에 맞벌이 신혼부부 등이 가사도우미 이용을 꺼릴 가능성이 높다. 저출산 대책에도 도움이 안 된다. 일자리가 줄어드는데, 가사도우미로서도 반가울 리 없다. 전형적인 탁상행정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세계 최초의 계란 산란일자 표시 의무화도 마찬가지다. 살충제 잔류 문제가 생기니 산란일을 써 넣으면 되지 않겠느냐는 단순한 발상에서 나온 규제 만능, 탁상행정의 결과다. 문제가 생기면 규제를 가하면 된다는 식의 단순 사고가 그대로 드러난 것이다. 이런 식이라면 사과 같은 과일에서 농약 검출 문제가 불거지면 그때마다 사과를 딴 날짜까지도 적어 넣도록 하는 등 규제가 한도 끝도 없이 생길 수밖에 없다. 가사도우미 보호건, 산란일 표시건 무조건 법과 규제를 만들어 해결하려는 입법·규제 만능주의가 걱정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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