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지방공무원은 지난해 말 기준 30만3401명으로 전년(29만9273명)보다 4128명 늘었다. 그런데도 지자체마다 갖가지 명목으로 공무원을 더 늘려달라는 요구가 쏟아지고 있다. 최소한의 제어장치마저 사라지면 지방공무원 증가속도가 지금보다 더 빨라질 것은 볼 보듯 뻔하다. ‘파킨슨의 법칙’을 들먹일 필요도 없이 지방정부가 비대해지면 그만큼 규제가 많아지고 행정 서비스 질이 떨어질 것은 자명하다. 지금도 지방으로 가면 잘 보이지 않는 은밀한 규제나 간섭이 넘쳐난다는 게 기업들의 하소연이다.
정부는 지방분권을 위해서라지만 이번 조치가 다가오는 지방선거와 무관하지 않다는 의혹을 떨치기 어렵다. 가뜩이나 무책임한 선심성 공약이 우려되는 판에 지자체 정원과 조직관리의 고삐가 풀린다고 해 보자.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대선에서 내세운, 공무원 17만4000명 증원 등 공공부문 일자리 81만 개 창출 같은 공약이 지자체 선거에서도 쏟아지지 말라는 법이 없다. 그렇지 않아도 지자체 재정자립도가 갈수록 악화되는 마당이다. 지자체 부실화가 걷잡을 수 없는 지경으로 치닫게 되면 그땐 누가 책임을 질 것인가.
제대로 된 지방분권을 바란다면 지역의 성장과 일자리를 창출할 기업 유치, 창업, 혁신 클러스터 등을 위해 지자체 간 행정 서비스 경쟁으로 가도록 하는 게 정상이다. 청와대 반대로 막혀 있는 ‘규제프리존’도 지자체 곳곳에 들어서면서 혁신성장이 가속화되고 성장과 일자리의 과실이 지역에 떨어질 수 있게 해야 한다. 중앙정부도 그렇지만 지방정부 자체가 몸집을 불린다는 것은 이 모든 기회를 포기하겠다는 것이나 다름없다. 그 피해는 결국 지역민에게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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