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지자체마저 '큰 정부'로 키우는 지방분권은 안 된다

입력 2017-12-27 17:51  

행정안전부가 지방자치단체의 공무원 정원을 규제해 온 ‘기준 인건비’ 제도를 내년부터 사실상 폐지하는 내용의 ‘지자체 행정기구와 정원기준 등에 관한 규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이렇게 되면 지자체는 인건비성 경비 총액을 초과해 인건비를 쓰는 경우에도 제약을 받지 않게 된다. 지자체의 인력·조직 운용 권한이 대폭 확대된다는 전망이 나온다.

전국 지방공무원은 지난해 말 기준 30만3401명으로 전년(29만9273명)보다 4128명 늘었다. 그런데도 지자체마다 갖가지 명목으로 공무원을 더 늘려달라는 요구가 쏟아지고 있다. 최소한의 제어장치마저 사라지면 지방공무원 증가속도가 지금보다 더 빨라질 것은 볼 보듯 뻔하다. ‘파킨슨의 법칙’을 들먹일 필요도 없이 지방정부가 비대해지면 그만큼 규제가 많아지고 행정 서비스 질이 떨어질 것은 자명하다. 지금도 지방으로 가면 잘 보이지 않는 은밀한 규제나 간섭이 넘쳐난다는 게 기업들의 하소연이다.

정부는 지방분권을 위해서라지만 이번 조치가 다가오는 지방선거와 무관하지 않다는 의혹을 떨치기 어렵다. 가뜩이나 무책임한 선심성 공약이 우려되는 판에 지자체 정원과 조직관리의 고삐가 풀린다고 해 보자.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대선에서 내세운, 공무원 17만4000명 증원 등 공공부문 일자리 81만 개 창출 같은 공약이 지자체 선거에서도 쏟아지지 말라는 법이 없다. 그렇지 않아도 지자체 재정자립도가 갈수록 악화되는 마당이다. 지자체 부실화가 걷잡을 수 없는 지경으로 치닫게 되면 그땐 누가 책임을 질 것인가.

제대로 된 지방분권을 바란다면 지역의 성장과 일자리를 창출할 기업 유치, 창업, 혁신 클러스터 등을 위해 지자체 간 행정 서비스 경쟁으로 가도록 하는 게 정상이다. 청와대 반대로 막혀 있는 ‘규제프리존’도 지자체 곳곳에 들어서면서 혁신성장이 가속화되고 성장과 일자리의 과실이 지역에 떨어질 수 있게 해야 한다. 중앙정부도 그렇지만 지방정부 자체가 몸집을 불린다는 것은 이 모든 기회를 포기하겠다는 것이나 다름없다. 그 피해는 결국 지역민에게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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