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포럼] 'B씨 문파'에 좌우된 개인투자가의 운세

입력 2017-12-27 18:15  

합리적 이유 있는 비트코인·바이오 열풍
너무 일찍 투기판 돼 후유증 클까 우려
무술년은 좋은 기업이 제값 받는 해 되길

이상진 < 신영자산운용 고문 >



연말 재테크 ‘투기’ 대상 공동 수상자는 비트코인(bitcoin)과 바이오(bio)다. 삼성전자가 주류 언론의 헤드라인 점유율은 높았지만 어디까지나 기관투자가용이고 개인투자가의 운세는 위의 두 ‘B씨 문파’에서 결정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근 세계적으로 제도권의 골칫거리가 된 비트코인은 ‘주거부정’의 가상화폐지만 워낙 유명세를 타고 있어 투기든 광풍이든 이제 정식 재테크 종목으로 취급하지 않을 수 없다. 한편 공동 수상의 ‘영예’를 안은 바이오·줄기세포·신약 분야는 ‘모세의 기적’이 곧 일어날 것이라고 믿는 신도(?)들이 몰려들면서 주가가 순식간에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보다 더 높이 날았다. 올해만 비트코인은 10배, 범(汎)바이오·신약 대표선수인 신라젠은 20배나 폭등했다. 그 밖에 바이오란 이름이 붙은 다수의 기업은 옥석 불문하고 부자들을 양산했다. 그래서 올해는 어떤 투자가에겐 절망의 한숨이, 어떤 투자가에겐 환희의 찬가가 나온 1년이었다.

긍정론은 4차 산업혁명으로의 급격한 패러다임 변화와 신성장산업에 목말라하던 투자가의 희망이 만든 화려한 불꽃놀이라고 말한다. 비판론은 대중의 통제 불가능한 탐욕과 투기세력이 야합한 투전판이라고 일축한다. 그러나 비트코인과 바이오 열풍에는 분명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 비트코인이 투자가의 관심을 끈 것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을 선두로 선진국이 살포한 천문학적인 통화 때문이었다. 전대미문의 통화 공급으로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화폐의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한 전문가가 많았다. 특히 달러화가 휴지조각이 될 것이라는 불안감이 팽배했다. 그래서 중앙은행이 아니라 익명의 개인이 만들고 사기를 칠 수 없으며 발행한도가 명확한 비트코인이 디지털 시대의 대안통화로 등장한 것이다.

그러나 현재로선 비트코인이 적절한 가상화폐가 되기는 힘들 것 같다. 우선 천방지축 널뛰는 가격으로는 안정을 생명으로 하는 통화가 될 수 없다. 나아가 정부가 절대권력인 ‘발권력’을 양보할지 궁금하다. 당국이 디지털 통화를 규제하면 가상화폐의 가치는 단숨에 추락할 수 있다. 상당수 정부가 디지털 화폐 대책을 세우는 중이다. 무엇보다도 정부의 담보가 없는, 개인들끼리 치고받는 무형의 상품은 그야말로 그림자놀이에 불과하다. 역설적으로 그래서 우리 시대 최고의 투기 대상이 돼버린 것인지도 모른다.

한편 바이오는 선진국의 경우 게놈 지도가 완성된 지 20년 가까이 되면서 이제 신약 개발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할 것이라는 기대가 있다. 줄기세포 연구도 놀랄 정도로 진척됐다. 그래서 미국에서도 바이오·제약주는 상당 부분 ‘이유 있는’ 투기의 대상이다.

그렇지만 한국의 바이오주는 정부가 혁신 벤처기업을 지원할 준비를 하는 와중에 안타깝게도 투기판이 너무 일찍 찾아온 것 같다. 그래서 오히려 혁신 바이오 기업의 성장을 막아 버릴 것 같아 불안하다. 과거 세계에서 가장 앞서던 줄기세포 연구가 한 사람의 과욕으로 싹이 잘린 것처럼 바이오주도 증시에서 난전이 됨으로써 비슷한 후유증이 되풀이되지 않을까 걱정이다. 더구나 비트코인이나 바이오주의 투자자 중 상당수가 평범한 주부, 직장인, 심지어 학생들이라는 소식에 등골이 서늘해진다.

정유년을 문자 그대로 풀이해보면 장정(丁)들이 부지런한 닭(酉)처럼 새벽같이 일어나 열심히 일해 풍년을 이룬다는 것이다. 그런데 24시간 비트코인을 캐는 컴퓨터에 매달리고 내용 불문 주가만 올라가면 ‘장땡’이라는 탐욕만 풍년(?)인 해로 끝나면 안 될 일이다. 더구나 다가오는 무술년은 개(戌)가 ‘풍성할 무(戊)’자와 만났다. 개떼(?)가 무리를 지어 돈이 된다면 무엇이든 마구잡이로 물어뜯는 그런 개띠 해가 되면 정말 난감하다. 부디 영리하고 용맹한 ‘진도개의 해’가 돼 사이비와 탐욕을 물리치고 좋은 기업이 제값을 받는 해가 되길 희망해본다.

이상진 < 신영자산운용 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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