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7년 9차 개헌에서 신설된 경제민주화 조항(119조 2항)은 독일 바이마르헌법에서 비롯된 개념으로 알려져 있다. 1차 세계대전 이후 1919년 제정된 바이마르공화국 헌법은 제151조에 “경제생활의 질서는 모든 국민에게 인간다운 생활을 보장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정의의 원칙에 합치해야 한다. 이 한계 내에서 개인의 경제적 자유는 보장된다”며 정부 개입의 근거를 마련했다.
이후 1949년 제정된 현행 독일 기본법(헌법)에서는 경제 질서의 근간에 관한 명시적인 규정은 없다. 기본법 제104조의b에서 △경제적인 균형의 장애 제거 △연방영역에서 상이한 경제적 조정 △경제성장의 촉진 등을 위해 연방이 주에 재정보조를 제공한다는 수준이다. 독일 헌법에서 오래전에 폐기한 경제민주화 조항을 우리 헌법은 30년 동안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스위스 헌법은 국가가 억제 조치를 강구하기 위한 목표를 ‘실업 및 물가인상을 방지’하는 데 두고 있다. 한국 경제민주화 조항이 목표로 삼고 있는 적정한 소득의 분배와 시장의 지배, 경제력의 남용 방지와 구분된다.
이탈리아는 공화국의 임무 조항에 국가가 개입할 수 있는 경우를 비교적 상세하게 명기하고 있다. ‘시민의 자유와 평등을 사실상 제한하며, 인간의 완전한 발전을 방해하고 국가의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인 조직에 노동자가 효과적으로 참여하는 것을 방해하는 모든 경제적 및 사회적 장해를 제거하는 것이 공화국의 임무’라고 규정했다.
미국 헌법에는 공공성, 토지공개념, 노동, 경제민주화 등 경제에 관한 내용을 직접 규정한 조항이 없다.
김기만 기자 mg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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