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부
"소비자들이 정말 원하는 제품 만들자"
냉장실 위쪽·냉동실 아래쪽 '지펠 T9000'
세탁조 위에서 손빨래 '액티브워시' 등 히트
북미 가전시장 점유율 5년새 두 배 증가
프리미엄 냉장고·세탁기는 1위 '우뚝'
[ 좌동욱 기자 ] 2016년 1월6일 세계 최대 전자쇼인 ‘2016 CES’가 열린 미국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 삼성전자가 사물인터넷(IoT) 냉장고인 ‘패밀리허브’를 출시했다. 패밀리허브는 21.5인치 대형 터치스크린으로 온라인 쇼핑과 뉴스·날씨 확인 및 음악 감상 등을 할 수 있는 세계 첫 IoT 냉장고였다. 하지만 전 세계 가전업체들은 시큰둥했다. “음식물을 신선하게 보관하는 것 이외의 냉장고 기능은 부가적일 뿐”이라는 평가가 주류였다.
미운 오리 새끼에서 백조로
시장의 반응은 달랐다. 소비자들은 환호했다. 4000달러 이상 프리미엄 냉장고 시장에서 삼성전자 점유율은 2015년 3분기 30.6%에서 2016년 3분기 72.4%로 수직 상승했다. 업계에서도 “집안 한구석에 놓여 있던 냉장고가 생동적으로 움직이는 첨단 정보기술(IT) 기기로 거듭났다”는 평가가 나오기 시작했다. 올초 CES에선 일본 샤프, 터키 베스텔, 중국 하이얼과 메이디 등 경쟁사들이 패밀리허브와 비슷한 냉장고를 앞다퉈 출시했다.
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부가 ‘소비자 중심 기술 혁신’으로 가전업계 역사를 다시 쓰고 있다. 소비자를 배려한 혁신 기술과 제품들이 잇따라 히트를 치면서 세계에서 가장 경쟁이 치열하다는 가전 시장에서 세계 1위 경쟁력을 견고하게 유지하고 있다.
생활가전사업부는 냉장고, 세탁기, 에어컨, 공기청정기, 청소기 등을 만드는 부서다. 2012년까지만 하더라도 삼성전자 내부에선 ‘서자’ 취급을 받던 조직이다. 반도체, 휴대폰, 텔레비전 등 다른 사업부가 세계 정상에 오른 것과 달리 국내에서도 확실한 경쟁력을 갖추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특단의 대책을 내놨다. 2012년 당시 소비자가전(CE) 부문장(사장)이던 윤부근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생활가전사업부장을 겸직시켰다. 경쟁사 기술을 따라가거나 새로운 기술을 과시하는 기존 전략에서 벗어나 고객들이 정말로 원하는 세밀한 요구나 고객도 잘 느끼지 못하는 불편들을 찾기 시작했다.
시장 흔든 소비자 중심 혁신
이런 고민이 쌓이고 쌓여 나온 혁신 제품들은 기존의 가전 시장을 뒤흔드는 게임체인저(시장의 흐름을 통째로 바꾸는 제품 또는 기술)가 됐다. 대표적인 사례가 2012년 7월 출시된 ‘지펠 T9000’ 냉장고다.
삼성전자는 소비자들이 8대 2의 비율로 냉장실을 더 자주 쓴다는 사실에 착안해 냉장실은 손이 닿기 쉬운 위쪽에, 무거운 음식이 많은 냉동실은 아래쪽에 설계한 ‘T-타입’의 내부 구조를 처음으로 선보였다. 아래에 있는 냉동실은 접이식 선반 구조를 채택해 높이가 큰 냄비나 식재료도 쉽게 수납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100년이 넘는 가정용 냉장고 역사에 처음 등장한 구조였지만 출시 이후 가전업계의 보편적인 디자인으로 자리 잡았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출시한 ‘무풍 에어컨’은 ‘찬바람이 더위를 가시게 한다’는 에어컨의 고정관념을 깨뜨린 신제품이다. 에어컨 탄생 114년 만의 혁신으로 평가받았다. 이런 혁신도 소비자의 조그마한 편의를 배려하는 데서 시작됐다. 한여름에 에어컨에 장시간 노출돼 냉방병으로 고생하는 소비자들에게 ‘찬바람’을 없애주겠다는 아이디어가 출발점이었다.
2015년 출시된 액티브워시는 세탁조 위에서 손쉽게 애벌빨래를 할 수 있는 단순한 기능을 첨가했을 뿐인데 소비자들이 폭발적으로 반응했다. 출시 14개월 동안 200만 대가 팔렸다. 20초당 한 대꼴이다. 삼성전자가 출시한 세탁기 중에서 가장 빠른 판매 속도였다.
모바일 최저가 검색에 익숙한 소비자들도 혁신적인 제품엔 아낌없이 지갑을 연다. 삼성전자의 북미 가전 시장 점유율은 2013년 9.9%에서 올 1~9월 18.9%로 두 배가량 상승했다. 냉장고(22.2%), 세탁기(19.6%)는 북미 시장 1위로 우뚝 올라섰다.
최익수 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부 상무는 “소비자를 배려한 기술 혁신이 수익성 높은 프리미엄 제품을 만들고 이런 제품이 다시 충성도 있는 소비자를 이끌어 오는 선순환 구조가 이뤄졌다”고 말했다.
좌동욱 기자 leftk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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