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호의 생활 속 경제이야기] 산타클로스와 코카콜라

입력 2017-12-28 18:36  

역사상 콜라만큼 단기간에 전 세계인이 애용하는 음료가 된 경우는 없다. 그중에서도 코카콜라는 콜라를 세계에 알리는 데 크게 기여한 대표적인 브랜드다. 오늘날 코카콜라는 초당 4만 명이 즐기고 하루 7억 병이 팔린다고 한다. ‘오케이’ 다음으로 가장 많이 알려진 영어 단어가 ‘코카콜라’라고 하니 코카콜라는 실로 세계를 대표하는 음료라 할 것이다.

콜라를 최초로 개발한 사람은 미국의 내과 의사이자 약사였던 존 스티스 펨버톤 박사다. 모르핀 중독에 시달렸던 그는 모르핀을 대체할 수 있는 약물 개발에 몰두했다. 그러던 중 1885년 페루의 코카 잎에서 추출한 코카와 아프리카의 콜라 너트에서 추출한 카페인이 포함된 최음제 성격의 와인 음료수를 개발한다. 그는 이 와인 음료수가 과로, 변비, 우울증, 성기능 장애, 두통, 히스테리, 아편 중독 등에 효과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렇게 ‘제이컵 약국’에서 5센트에 판매한 약이 콜라의 시초가 됐다.

약으로 판매됐던 코카콜라는 1898년 미국 의회가 약품에 세금을 부과하자 새로운 전기를 맞게 된다. 세금 부과로 판매량이 줄어들 것을 우려한 제조사는 콜라의 성분을 변경해 약이 아니라 음료수로 판매하는 것이 적합하다고 판단했다. 이후 코카콜라 회사는 코카콜라가 음료수임을 인식시키기 위한 마케팅 전략을 수행했다. 가장 성공적이었던 게 산타클로스를 활용한 마케팅 전략이다.

오늘날 산타클로스 하면 수북하게 흰 수염을 기르고 붉은색 옷을 입은 푸근한 몸매의 인물을 떠올리게 된다. 처음부터 산타가 그런 이미지는 아니었다. 산타클로스는 성스러운 성직자나 요정의 모습으로 그려지곤 했다. 복장 역시 녹색이나 심지어 검은색 옷을 입은 산타도 존재했다. 산타클로스의 기원이 3세기 무렵 지금의 터키 지역에 해당하는 소아시아에서 활동했던 성 니콜라스에 있기 때문이다.

산타클로스를 오늘날과 같은 친숙한 이미지로 각인시킨 건 코카콜라 회사였다. 1931년 코카콜라 회사는 회사 로고와 동일한 색깔인 빨간색 옷과 콜라 거품 모양을 본뜬 흰 수염으로 산타클로스를 묘사한 광고를 내보냈다. 코카콜라 회사는 코카콜라가 아이들뿐만 아니라 온 가족이 편히 접할 수 있는 음료수로 각인되기를 원했다. 이뿐만 아니라 겨울철 차가운 탄산음료의 수요가 줄어들 여지가 있었다. 이 때문에 코카콜라 회사는 콜라가 겨울에도 즐기기 적합한 음료수라는 이미지도 함께 심어주고 싶었던 것이다.

산타클로스의 전형이 한 기업의 마케팅 성과로 만들어졌다는 사실은 기업 행적이 우리 삶에 얼마나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지를 되새겨보게 한다.

박정호 < KDI 전문연구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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