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한 해가 저물어 간다. 되돌아보는 한 해는 후회, 미련, 아쉬움, 회한으로 가득하다. 보람찬 일도 많았다. 그래도 아쉬움과 후회가 더 크게 다가오는 이즈음이다. 다사다난했던 2017년! 한 해가 끝나갈 즈음 돌아보는 세월은 늘 다사다난했다. 다사다난이 일상이다. 그래서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는 《명상록》에서 “눈 앞에 펼쳐지는 모든 일은 봄에 꽃이 피고 여름에 열매가 열리는 것처럼 지극히 정상적이고 예측 가능한 것들이다”고 했나 보다. 그는 “일상에서 벌어지는 일을 보고 놀라는 것을 우리는 부끄럽게 여겨야 한다”고도 덧붙였다.
필자의 일상은 기업경영 아니면 나눔 활동으로 비교적 단순하다. 경영에서 가장 주력한 일은 임직원과의 소통이었다. 연초에는 부문별 사업전략회의에 일일이 다 참석했다. 함께 머리를 맞대고 계획을 수립하고 추진방안을 마련했다. 여름에는 전 직원과 바비큐 파티를 하며 스킨십을 다졌다. 고기를 구워 나눠주고 맥주를 함께 마시며 서로를 이해하는 시간을 가졌다. 기억에 남는 보람찬 시간이었다.
나눔과 봉사도 지속해서 했다. 연탄 배달, 김장 나누기, 쪽방촌 위문 등은 매년 하는 행사지만 늘 보람을 느낀다. 틈틈이 세계공동모금회에도 나가 한국의 나눔 문화를 세계에 알렸다. 따지고 보면 특별할 것 없는 일상으로 한 해를 다 보낸 셈이다.
올 한 해 후회와 아쉬움이 남는 일은 더 이상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돌이킬 수 없는 일에 집착하는 것은 시간 낭비다. 바꿀 수 있는 일, 새롭게 추진할 일에 집중하는 게 현명하다. 서울성모병원 호스피스완화센터 박명희 수간호사의 얘기가 생각난다. 한 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나중에’라고 미루지 않고 하고 싶은 일을 지금 하는 것이 최선이다”고 했다. 매일매일 수많은 죽음을 보면서 깨달은 삶의 철학이다.
대단한 일도 아주 작은 일에서부터 시작된다. 필자도 지금부터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 생각이다. 특히 감사하는 삶을 살고 싶다. 성경에 ‘범사에 감사하라’는 말씀이 있다. 범사는 일상적인 모든 일을 뜻한다. 결국, 살아 있는 것 자체가 감사할 일이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한국을 ‘동방의 등불’이라고 축원했던 인도의 시성 라빈드라나트 타고르는 “감사의 분량이 행복의 분량이다”라고 했다. 감사할 줄 알아야 행복할 수 있다는 말이다. 김형석 연세대 철학과 명예교수는 《백 년을 살아보니》라는 책에서 60~75세를 인생의 황금기라 했다. 이 기준으로 보면 필자도 인생의 황금기에 있다. 늘 감사하는 마음으로 인생의 황금기를 행복하게 살아야겠다.
최신원 < SK네트웍스 회장 swchoi@sk.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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