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심성미 기자 ] 김초혜 시인이 손자에게 사랑을 담아 매일 일기처럼 쓴 편지와 손자 조재면 군이 할머니에게 답장한 편지를 묶은 《행복편지》(해냄)가 출간됐다.
김 시인은 시집 《사랑굿》으로 인기를 끈 시인이자, 《태백산맥》을 쓴 조정래 작가의 부인이다. 김 시인은 손자가 9살 되던 해인 2008년, 하루도 빼놓지 않고 매일 손자에게 편지를 썼다. 김 시인이 중학교에 입학했을 때 오빠에게 받은 톨스토이의 《인생독본》 같은 선물을 손자에게 주고 싶은 마음에서였다. 1년간 쓴 편지를 모아놓으니 가죽 노트 5권 분량이었다. 그는 손자가 중학교에 입학하던 2013년 편지를 선물로 줬다. 김 시인이 쓴 편지는 2014년 《행복이》란 제목으로 출간되기도 했다.
중학교 때부터 객지에서 기숙사 생활을 한 재면군은 할머니의 편지를 읽으며 가족들에 대한 그리움을 달랬다. 해가 바뀔 때마다 ‘인생독본’으로 삼았다. 손자는 보답으로 틈틈이 답장을 썼다.
“지나온 일 중에서 잘못된 일은 언제나 반성하는 습관을 갖도록 하거라. 그렇다고 반성이 탄식이 돼서는 안 되고, 잘못된 일을 다시는 반복하지 않기 위해 반성을 해야 한다는 말이다.…”(2008년 1월18일)
“할머니, 사람은 누구나 다 잘못을 저지를 수밖에 없다는 말씀에 다소 용기를 얻을 수 있었어요. 자기반성이 없는 사람은 발전할 수 없다는 말씀도 도움이 됐어요. 다른 사람이 저지른 잘못은 모두 용서하고, 자기 자신이 저지른 잘못은 절대로 용서하지 말라는 말씀 꼭 기억하겠습니다.…” (2015년 1월18일)
손자에 대한 할머니의 끝없는 애정과 함께 할머니에 대한 손자의 존경심을 느낄 수 있다. 일흔이 넘은 시인이 주는 지혜로운 조언들은 청소년뿐 아니라 성인들도 읽어봄직 하다. (해냄, 288쪽, 1만4500원)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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