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근호 기자 ] “원자력발전소에서 일하면 무섭지 않냐고요? 기갑부대 장교로 군 생활을 할 때가 더 겁났습니다.”
‘원자력 안전 및 진흥의 날’(12월27일)을 맞아 전화 인터뷰를 한 석기영 한국수력원자력 품질안전본부 안전처장(사진)은 “원전이 위험하면 누가 가족을 데리고 내려와 여기서 일하겠느냐”며 “원전이 어떻게 작동하고 관리되는지 알면 오히려 원전에 대한 공포는 줄어들 것”이라고 했다. 한양대 원자력공학과를 졸업하고 1985년 한국전력에 입사한 그는 현재 안전처장으로 원전 안전과 관련한 업무를 총괄한다. 지난 5일엔 ‘제4회 자랑스런 한수원인(人) 상’을 받았다.
석 처장은 입사 후 고리원전에서 핵연료를 관리하는 일부터 시작했다. 그는 “갓 만들어진 신(新)연료는 손으로 만져도 된다”고 했다. 이 핵연료를 원자로에 넣고 조건을 맞추면 그제야 방사성 붕괴를 시작한다. 작동 후 모든 작업은 깊이 7m 이상 물속에서 이뤄진다. 그는 “물은 방사선을 잘 막는 물질 중 하나”라며 “원전에서 일하는 것보다 MRI(자기공명영상)나 CT(컴퓨터단층촬영)를 여러 번 찍는 게 더 피폭량이 많다”고 했다.
원전은 엄격한 기준을 적용해 설계하고 짓지만, 다 지어진 뒤에도 끊임없이 안전을 점검해 미비한 점을 보완한다고 한다. 예상치 못한 자연재해에 대비하는 것도 석 처장이 하는 일이다. 그는 “일본 후쿠시마 원전은 전기와 냉각수를 공급하지 못해 피해가 컸다”며 “한수원은 여차하면 외부에서 전력과 물을 공급할 수 있는 이동형 설비를 늘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원전 내부에 이중 삼중으로 방비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그마저 작동하지 않을 경우 외부에 준비해둔 장비로 물과 전기를 공급한다는 것이다. 미국도 지역 센터를 두고 이런 이동형 설비를 배치해 놓고 있다.
석 처장은 “많은 사람이 영화 ‘판도라’ 같은 사고가 나면 어쩌나 걱정하는데 영화는 영화일 뿐”이라며 “원전은 생각보다 훨씬 안전하게 관리되고 있고, 예상치 못한 자연재해에 대한 대비책도 세우고 있다는 것을 국민이 알아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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