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경북도청 대외통상교류관에서 열린 김관용 경북지사의 송년기자 간담회장. 헤드테이블에 초청된 세 사람이 특별히 눈에 띄었다. 이재훈 경북테크노파크 원장과 김희곤 경북도 독립운동기념관장, 귀농 9년차인 ‘오 마케팅’ 농장 김명순대표다.
국내 최초이자 유일의 기초 3선, 광역 3선. 24년의 자치단체장 시대를 마감하는 마지막 송년간담회에 김 지사는 왜 이들을 초청했을까.
이 날 세 사람은 공무원은 물론 일부 언론들도 잘다루지않았던 경북의 ‘위기’를 직간접으로 언급했다. 이재훈 원장은 경북경제의 위기, 김희곤 관장은 정신적 가치의 위기를, 김명순씨는 지방소멸의 위기를 이야기했다. 김 지사가 위기를 돌파해온 비결이 녹아있었다. 이 원장은 높아진 혁신지수를, 김관장은 경북의 정체성 찾기, 김 대표는 농민사관학교 이야기를 들려줬다.
이 원장은 삼성전자의 평택, 하노이, 호찌민 이전, LG 디스플레이의 파주, 베트남 이전을 언급했다. 전적으로 김 지사의 책임은 아닐 수도 있겠지만 이들 대기업을 지키지못했다는 것은 김 지사에게는 뼈아픈 부분이다. 포항의 위기도 언급됐다. 중국 철강산업 부상으로 포스코가 휘청되면서 경북 경제의 심장, 구미 포항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이 원장은 김 지사가 위기를 극복한 요체는 경북의 혁신지수를 높였다는 데 있다는 색다른 진단을 내놨다. 물론 김 지사는 삼성, LG를 지키지못했지만 도레이의 지속적인 투자를 이끌어냈다. 여기에 민선 12년동안 국가투자예산 5배 확대, 산업단지 63개 증가, GRDP 36조원 성장, 6173건, 53조원의 투자도 유치했다. 하지만 이런 수치를 구미, 포항민등 경북민들은 체감하기 어렵다. 삼성, LG의 전승기 시절보다 지금이 못하고 미래는 여전히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구미와 포항의 중소기업 사장이나 자영업자를 만나면 구미, 포항시장, 경북지사에 대한 평가가 후하지못하다. 일부 선도기업이 변신에 성공했을지 몰라도 2,3차 협력업체들과 자영업주들은 살기가 여려워졌기때문이다. 삼성, LG, 포스코가 잘나가던 때 보다 못한 데 대한 원망과 미련이 더 크다.
이 원장의 분석은 미래지향적이다. 4차산업혁명시대에 경북이 살아남기위해서는 속도는 더딜지라도 혁신지수를 높여 강소기업을 지속적으로 육성하는 것이 경북이 살아남는 유력한 해법이기 때문이다. 대기업이 빠진 자리를 중소기업이 어느정도 메웠고 그들을 히든챔피언(강소기업)으로 키우는 것이 경제 분야 위기 극복에 대한 김 지사의 진정한 혜안이었다는 것이다.
경북은 2006년 대비 2017년 연구센터가 230개에서 1400개, 연구원은 1만8000명에서 2만6000명으로 늘었다. 혁신지수가 전국 평균 0.1% 늘 때 경북은 0.5%, 5배가 증가했다. 덕분에 제조기업수도 1만8000개에서 2만6000개로 증가했다. 2011년 무너진 GDP와 수출도 2015년도부터 회복됐다.
경북은 제조업이 GRDP에 미치는 영향이 44%로 세계1위다. 화려한 그날을 다시오게 할 수는 없지만 혁신지수를 높여 경북을 구할 싹을 티우고 준비해왔다. 경북이 추진하는 신산업은 모두 이런 혁신과 관계된 프로젝트들이다.
미국,독일의 제조기업이 귀환하는 리쇼어링처럼 삼성이나 LG가 돌아오면 좋을 것이다. 하지만 이걸 바라는건 현명하지 못하다. 중소기업이나 한계기업들도 경북 제조업의 혁신지수를 높이는데 동참해 흐름에 올라타는 길뿐이다.
기초단제장을 포함해 경북의 국회의원들이 도지사 출마를 잇따라 선언하고 있다. 하지만 먼저 책임있는 부분에 대해 고해성사부터 해야한다. 경북이 위기에 처했을때 위기를 진단하고 돌파하기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에 대해 스토리가 없다면 김 지사를 넘어서기가 어렵다는 판단이 든다.
'우문현답'. 김 지사가 늘 이야기하는 '우리의 문제는 늘 현장에 답이 있다'다. 출마를 선언하는 인사들이 경북의 기업과 도민들이 괴롭고 어려울 때 현장에서 고락을 같이하며 얼마나 고뇌하고 번민했을까. 유권자에 대한 울림의 크기는 그 정도의 차이와 진실성에 달린 것 같다.
오경묵 기자 okmoo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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