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스마트폰] 삼성의 부활로 시작해 애플의 위기로 끝났다

입력 2017-12-29 10:31   수정 2017-12-29 10:48

삼성, 갤럭시S8로 실추된 신뢰 회복
애플, 각종 논란으로 이미지 추락
LG, G6 V30 호평에도 제자리걸음





올해 스마트폰 시장은 삼성전자의 '부활'과 애플의 '위기' 그리고 LG전자의 '고전'으로 축약된다.

삼성전자는 '갤럭시S8'과 '갤럭시노트8'을 성공시키며 '갤럭시노트7'이 실추한 이미지를 회복했고,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1위 자리를 되찾았다. 반면 애플은 '아이폰8', '아이폰8 플러스', '아이폰X(텐)'이 각종 구설수에 휘말리며 이미지가 실추됐고 구형 아이폰의 '고의적 성능저하' 논란까지 더해져 창사 이래 최대 위기를 맞았다. LG전자는 G6와 V30을 출시하며 재도약을 노렸지만 기대에 미치지 못한 성적표를 남겼다.

◆삼성 브랜드 신뢰도 회복…'8'이 다했다

삼성전자가 4월에 내놓은 '갤럭시S8'은 지난해 '갤럭시노트7' 발화 사태의 아픔을 씻어줬다. 인공지능 ‘빅스비’ 등 신기술을 탑재한 갤럭시S8은 ‘왕의 귀환’이라는 호평을 들으며 흥행 돌풍을 일으켰다.

갤럭시S8의 출시 전 국내 예약주문 대수는 11일만에 갤럭시노트7의 2.5배인 100만대에 이르렀다. 한 달도 채 걸리지 않아 전 세계에서 500만대가 판매됐고, 첫 3개월간 판매량은 전작인 갤럭시S7보다 15% 많았고, 출하량은 2000만대를 넘겼다.

갤럭시S8이 삼성 부활의 신호탄이었다면 갤럭시노트8은 쐐기였다. 9월에 출시된 갤럭시노트8은 국내 예약 판매량이 85만대에 이르렀고 11월 초에는 발매 48일만에 100만대 판매를 돌파했다. 노트시리즈의 신뢰도 회복을 숫자로 증명한 셈이다.

흥행 돌풍은 호실적으로 이어졌다. 삼성전자는 2분기 IM부문 영업이익 4조600억원을 기록했다. 직전분기에는 2조700억원을 기록했고 지난해 4분기에는 2조5000억원을 기록했다. 이같은 실적 회복은 갤럭시S8 외에도 '갤럭시S7'과 'S7엣지' 모델이 글로벌 시장에서 판매 호조를 기록한 덕도 크지만, 지난해 3분기 갤럭시노트7의 발화사태로 영업이익이 1000억원대로 내려앉았던 것에 비하면 괄목할만한 성과다. IM부문은 올해 3분기 영업이익 3조2900억원을 기록하며 호실적을 이어가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4분기 5년만에 처음으로 애플에 뒤졌던 분기별 글로벌 시장점유율(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 추산 출하 대수 기준)도 올해 1분기부터 다시 역전시켰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올해 삼성전자의 전세계 스마트폰 출하량은 3억1980만대, 점유율은 20.5%로 전망된다.



◆애플, 논란이 집단소송으로 확산…이미지 타격

애플에게 2017년은 논란의 해였다. 올해 애플은 신제품 출시때마다 각종 논란이 불거져 브랜드 이미지에 타격을 입었다.

아이폰8 플러스는 출시 이후 세계 곳곳에서 배터리가 부풀어 오르는 이른바 '스웰링 현상'이 나타나며 신뢰도에 금이 갔다. 애플은 원인을 찾겠다고 발표했을 뿐 현재까지 어떤 입장도 내놓지 않고 있다. 국내에서도 아이폰8 배터리 스웰링으로 인한 교환 사례가 발생해 기기 결함에 문제가 있음이 증명됐다.

10주년 기념작으로 내놓은 아이폰X은 출시 전부터 고가 논란에 휩싸였다. 아이폰X은 64GB 모델이 999달러, 256GB 모델이 1149달러로 기존 최고가 아이폰보다 약 200달러 비쌌다. 한국에서는 세금을 포함한 이통사 출고가가 무려 136만700원, 155만7600원이었다.

이외에도 페이스ID 보안 문제와 'M자 탈모' 디자인 등 구설수가 끊이지 않았다.초기 수율 문제로 인해 물량 공급도 원활하지 않아 소비자들의 신뢰를 잃었다.

정작 가장 큰 문제는 신제품이 아닌 구형 제품에서 불거졌다. 애플이 '아이폰6'의 성능을 고의로 저하시킨 것이 사실로 확인되면서 피해를 본 소비자들의 집단소송이 전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것.

구형 아이폰의 구동 속도가 늦어졌다는 주장은 이달 초부터 나왔다. 미국 뉴스 커뮤니티 사이트인 레딧에서는 “배터리 잔량이 떨어지면 아이폰 속도가 느려지도록 운영체계(iOS)를 변경했다”는 의혹을 제기됐다. 이에 대해 애플은 지난 20일 “아이폰6(사진)·6S·SE의 배터리 기능이 저하되면 갑작스럽게 전원이 차단되는데, 이를 막기 위해 구동 속도를 느리게 하는 기능이 iOS 업그레이드에 도입됐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신제품인 아이폰X의 판매를 늘리기 위한 ‘꼼수’라는 비판이 적지 않다.

애플을 대상으로 한 집단소송은 국내서도 현재 2건이 추진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미 미국에서 8건, 이스라엘에서도 1건의 소송이 제기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구형 아이폰 이용자들의 집단소송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로써 애플은 브랜드 이미지 하락으로 인한 주가 추락 및 제품 판매량 감소 등으로 전례없는 위기에 봉착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과 맞물려 아이폰 판매량 또한 전년 동기 대비 소폭 늘어나는 데 그칠 전망이다. 애플이 실적발표 당시 가이던스로 밝힌 올해 4분기 아이폰 매출액 전망치는 840억∼870억 달러로, 이와 비슷한 수준이다. SA 전망에 따르면 올해 애플 아이폰 출하 대수는 2억1810만대, 세계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은 2위인 14.0%로 전망된다.



◆LG전자, 제품 호평에도 점유율은 '답보'

LG전자의 스마트폰 사업은 2015년 2분기부터 올해 3분기까지 10분기 연속 적자를 냈다. 올해 G6와 V30 등 프리미엄 스마트폰을 냈고 제품의 성능에 대한 호평도 나왔으나 시장 점유율은 회복하지 못했다. SA 추산에 따르면 LG전자는 2015년 이후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이 3%대에 머무르고 있다. 올해 3분기 기준 순위는 7위인 것으로 알려졌다.

LG전자는 이미 애플과 삼성의 확고한 양강 체제가 형성된 프리미엄 시장에서 히트작을 내지 못하고 있는 데다 중저가폰 부문에서는 중국 업체들 사이에서 경쟁력 확보가 어려워지면서 부진이 장기화되는 추세다.

최근 3년간 LG전자의 휴대전화 사업을 담당해 온 MC 사업본부장 조준호 사장은 11월 말에 물러났고, 황정환 부사장이 신임 본부장으로 임명됐다.

이진욱 한경닷컴 기자 showg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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