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종 고준희 양, 친부가 야산에 유기 … 남은 의혹 3가지

입력 2017-12-29 11:28   수정 2017-12-29 11:32

'실종' 고준희 양, 숨진 채 발견…친부 "사망해 시신 야산에 버렸다"
경찰 "준희양 시신 유기 사건은 학대치사 가능성 있다"


'실종 여아' 고준희(5) 양의 친부 고 모(36) 씨는 28일 저녁 "아이가 숨져 군산 야산에 유기했다"고 털어놓았다.

12월 8일 실종신고가 접수된 고 양은 이미 4월 26일에 숨졌으며 고 양의 친부는 사망한 딸을 4월 27일에 야산에 묻었다고 진술했다.

고 양의 친부는 통신기록과 행적, 감식결과 등을 토대로 경찰이 집중 추궁하자 범행을 털어놨다.

실종된지 20여일이 되도록 부모들이 서로가 양육하고 있는 줄 알았다는 해명도 어이없었고 내연녀도 아닌 내연녀의 어머니, 즉 양 할머니가 고 양을 맡아 키우고 있었다는 것도 석연치 않았다. CCTV 어디에도 포착되지 않고 고 양이 살았다는 집에서는 머리카락 하나 발견되지 않았으며 어린이집은 4월부터 등원하지 않았다는 보도가 이어지며 강력범죄 의혹이 짙게 일긴 했지만 그래도 어딘가 무사하기를 바라는 마음이었다. '왜 슬픈 예감은 틀린 적이 없나'라는 노랫말이 생각나는 순간이다.

휴대폰을 바꾸며 흔적을 지운 고 씨가 왜 뒤늦게 딸의 실종신고를 한 것일까. 완전범죄라 생각했던 것일까. 고준희 양 사망에 대한 남은 의혹을 짚어봤다.


# 사망 8개월만에 실종신고 왜?

고 씨는 완전범죄로 미궁에 빠질 수 있었을 딸의 사망사건을 왜 경찰에 신고 했을까.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친부가 이혼소송 중이라 실종신고를 안하고는 설명이 안됐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이 교수는 29일 오전 CBS '김현정의 뉴스쇼' 전화인터뷰를 통해 "신고를 안 했으면 초등학교 입학 시점까지 지연될 수 있는 사건인데 왜 자발적으로 신고를 했을지 곰곰히 생각해 봤다"며 "본인들은 신고 직전 핸드폰도 바꾸고 사진도 없애며 증거를 다 없앴다고 생각하고 신고했을 것"이라고 답했다.

이 교수는 이어 "친부와 내연녀 관계도 좋지 않은 상태다. 이혼소송도 걸려 있어 친모가 아이의 행방을 찾을 거다. 내연녀가 사망에 대한 책임이 있었다면 친부는 빠져나가고 싶었을 것"이라며 "실종신고를 내서 아이가 실종된 것이라고 하면 어느 정도는 해명이 될 거라고 생각한 것 같다"고 부연 설명했다.

고준희 양의 시신은 29일 오전 4시 45분께 군산시 한 야산에서 발견됐다. 경찰이 고 씨의 자백 이후 대대적으로 수색해 쓰러진 나무 밑에서 발견했다. 혹독한 한 겨울 날씨에 시신을 감싸고 있던 건 단지 한 장의 보자기였다.

# 사망해서 유기했나? 살해해서 유기했나?

고 씨는 고준희 양의 시신을 유기했다고 자백하면서 "아이가 숨져서 유기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상식적으로 아이가 사고로 다치거나 사망했다면 병원을 찾는 것이 일반적인데 사망한 아이를 야산에 유기한다는 것은 범죄 의혹이 짙다는 방증일 수 있다.

고 씨가 살던 완주 봉동의 한 아파트 복도에서 혈흔으로 추정되는 얼룩이 발견된 바 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긴급 감정결과 사람의 혈흔으로 나왔지만 경찰은 이 혈흔이 사망한 고양의 것인지는 명확하게 파악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 내연녀의 가담 정도는?

고준희 양 사망 당시 고 씨 내연녀의 가담정도도 경찰이 확인해야 할 사항이다. 실종신고 당시 양 할머니에게 맡겼다고 한 것은 내연녀가 일정부분 고준희 양의 사망에 가담돼 있다고 의심이 가는 대목이다. 고 씨의 집에서 실종됐다고 하지 않고 할머니 집에 맡긴 이후 아이가 없어졌다고 한 것은 경찰 수사에 혼선을 주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추측이 가능하다.

실제 경찰은 실종 신고 일주일 만에 사건을 공개수사로 전환하면서 병력 수백 명과 소방인력 수십명을 투입해 대대적인 수색작전에 나섰다.

야간 수색 작업은 물론 군부대와 헬기까지 동원돼 인근 저수지까지 수색했다.

사건을 담당한 김영근 전주 덕진경찰서 수사과장은 29일 브리핑에서 "준희양 시신 유기 사건은 학대치사 가능성이 있다"면서 자세한 동기 등을 아직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고준희 양 시신을 찾기 위해 유기 현장을 다시 찾은 준희 양 친부는 범행 동기와 공모 여부, 유기 수법 등에 입을 다물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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