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리 "자유 만끽하고 싶던 신입생 시절 연극 동아리 시작했다 연기에 구속"

입력 2017-12-29 17:01   수정 2017-12-30 05:20

영화 '1987'에서 87학번 연희 역


[ 박슬기 기자 ] 1990년생인 김태리(사진)에게 영화 ‘1987’에서 맡은 87학번 신입생 연희는 그리 멀게 느껴지지 않았다. 30년 전 연희의 마음은 지금 김태리가 느끼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두 인물 모두 갓 스물을 넘기고도 세상이 바뀔 거란 기대는 하지 않았다. 하지만 한 명, 한 명이 모인 광장은 큰 힘을 발휘했다. 광장에서 ‘희망’을 발견했다는 김태리를 만났다.

김태리가 연기한 연희는 당시 가장 보편적인 시민의 모습을 대변한다. 독재권력이 부당한 것도 잘 알고 그에 맞서는 이들의 선택이 옳다는 것 또한 알지만 저항했던 이들의 아픔과 상처를 자신이 감당하긴 힘들어 침묵에 동조한다. 하지만 삼촌 한병용(유해진)과 운명적으로 만난 한 남자(강동원)를 통해 갈등을 겪게 된다.

“연희랑 저랑 맞닿은 면이 있는 것 같아요. 영화를 본 다음 작은 믿음이 생겼죠. 나라가 힘들어지더라도 ‘다시 일어날 수 있는 길은 우리한테 있구나’라는 희망이요. 사실 전 유토피아와 디스토피아가 있다면 우리 사회는 디스토피아라고 생각했거든요.”

김태리는 지난해 광화문의 촛불집회를 통해 1987년을 간접적으로 느꼈다. 하지만 연희를 표현하려면 더 깊은 역사 공부가 필요했다. 1987년과 관련된 책을 읽고 팟캐스트나 영상도 참고했다. 그는 “무엇보다도 당시를 겪었던 선배 배우들과 감독이 해주는 말들을 많이 새겨들었다”고 했다.

영화에서 연희는 일련의 사건들을 통해 심경의 변화를 겪는다. 스무 살, 한창 멋 내고 즐길 나이에 시대에 대한 회의를 느끼고 고민에 빠진다. 실제 김태리의 신입생은 어떤 모습이었을까.

“제가 신입생일 때는 고민이란 게 없었죠. 교복을 벗고 새로운 세상에서 자유를 만끽하는 그런 느낌이었죠. 어딘가에 구속되기 싫은 신입생 생활을 한 것 같아요. 그래서 연극 동아리를 시작했는데 연기에 구속돼버렸죠. 하하.”

대학생 때 연기를 접한 김태리는 2016년 영화 ‘아가씨’(감독 박찬욱)로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데뷔작 하나로 신인여우상을 휩쓸었고, 그를 향한 시선과 기대는 1년 만에 확 바뀌었다. 김태리는 ‘충무로 신데렐라’로 불렸지만 기쁘지만은 않았단다.

“허탈한 기분이 들었어요. 영화 ‘1987’의 선택을 받았을 때 ‘이렇게 쉽게?’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죠. 어떻게 보면 치열함 없이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선택받은 게 큰 복이지만 어색했어요. 너무 쉽게 저를 선택한 건 아닌지, 또 저는 너무 쉽게 선택받은 건 아닌지 그런 생각들이 한동안 저를 괴롭혔죠. ‘아가씨’를 막 끝냈을 땐 ‘연기를 계속할 거니까 더 나아지는 모습을 보여주면 되겠지’라고 단순하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비는 시간, 여유 시간이 생기면 그 순간순간에 불안과 공포가 찾아오더라고요.”

힘들었던 속내를 털어놓으면서도 김태리는 마냥 밝게 웃었다. 그는 “부담이 있지만 스스로에게 더 집중하면서 즐겁게 연기하고 싶다”고 했다. 쉼 없는 노력으로 불안과 공포를 연기력으로 승화시키는 그의 새해 활약이 기대된다.

글=박슬기/사진=이승현 한경텐아시아 기자 psg@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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