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린 숙제' 연내 끝내려는 듯 서둘러 밀어붙인 정규직 전환

입력 2017-12-29 17:25   수정 2017-12-30 06:05

현장에서


[ 심은지 기자 ] 12월 마지막주에 정부 부처와 공공기관들이 마치 ‘밀린 숙제’를 하듯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계획을 쏟아냈다.

인천국제공항공사 노사는 지난 26일 비정규직 3000명을 직고용하기로 합의했다. 다음날에는 행정안전부 정부청사관리본부가 3076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기로 했고 국토교통부가 23개 산하기관 비정규직 3063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한다고 밝혔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달까지 매주 1000명가량이던 정규직 전환 규모(확정 인원 기준)는 12월 들어서는 2주차에 4600여 명, 3주차 6300여 명, 4주차 1만9000여 명으로 늘어났다. 공공부문 비정규직 중 26일까지 정규직 전환이 확정된 인원은 올해 목표치(7만4000명)의 83.3%인 6만1708명에 달했다. 27일 이후 확정된 인원까지 감안하면 90% 안팎으로 추정된다. 고용부 관계자는 “처음엔 눈치를 보던 기관들이 성공사례가 나오자 벤치마킹을 하면서 속도가 붙은 것”이라고 해석했다.

하지만 현장에선 연내 정규직 전환 성과를 보이기 위해 무리하게 노사 간 타협을 밀어붙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의 취임 후 첫 방문지로 주목받은 인천공항공사가 대표적이다. 용역 결과 직접 고용 인원을 전체 비정규직 1만 명 중 854명만 두는 방안부터 보안 방재 인력을 제외한 4504명을 직고용하는 방안까지 천차만별이어서 노사 간은 물론 노노(勞勞) 간 견해차가 컸다. 그런 상황에서 공개 공청회를 한 지 한 달 만에 돌연 노·사·전문가 협의회에서 3000명 직고용을 확정했다.

후폭풍은 이어지고 있다. 인천공항공사 정규직 노조는 전환에 합의한 노조 지도부를 퇴진시켰고, 비정규직 노조는 “직고용 배제 대상이 적절치 않다”며 여전히 반발하고 있다.

모범사례가 있다고 본뜰 수 있는 사안인지도 의문이다. 기관마다 비정규직 고용 형태와 성격, 재정 건전성이 다르기 때문이다. 앞서 정규직 전환의 모범사례로 꼽혔던 서울교통공사는 7월 산하기관 소속 무기계약직 2442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한다고 나선 이후 5개월째 진통을 겪고 있다. 무기계약직은 천막농성, 정규직은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연내 밀린 숙제를 끝내려는 의무 때문에 근로자들의 미래를 흔드는 건 아닌지 고민해야 한다.

심은지 경제부 기자 summi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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