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국종 "귀순병에 1만2000㏄ 대한민국의 피 들어가"
배우 밀라노 "성폭력 피해 봤다면 '#Metoo' 써달라"
[ 성수영 기자 ]
“올해 1년은 5년에 일어날 일이 한번에 일어난 것 같다.”(박성택 중소기업중앙회장)
박성택 회장의 말처럼 “2017년은 역사에 남을 대형 사건·사고들이 한꺼번에 쏟아진 한 해다. 새봄이 오기도 전에 전해진 “피청구인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는 명징한 말은 혼란의 전조에 불과했다. ‘적폐 청산’을 앞세운 문재인 정부의 ‘개혁 드라이브’도 많은 말을 만들어냈다. 때로는 환호성이, 때로는 파열음이 터졌다. 이념과 가치를 둘러싼 치열한 논쟁도 날선 언어의 공방을 불렀다.
격랑에 휩쓸린 한반도 주변 정세도 ‘말 전쟁’이라 부를 만큼 거칠게 진행되고 있다. 국내외 정치지도자와 리더들의 가볍고 날선 말에 상처도 많았다. 또 헌신과 희생을 마다하지 않은 영웅들의 한마디에 환호도 많았다. 한국경제신문은 위기와 도전, 탐욕과 헌신, 거짓과 진실의 말이 혼란스레 뒤섞였던 한 해를 돌아보며 ‘올해의 말말말 50’을 선정했다.
전쟁 위기 고조시킨 ‘말 전쟁’
북한의 6차 핵실험과 잇단 탄도미사일 도발은 세계를 전쟁의 공포로 몰아넣었다. 7월4일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 발사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자극해 한반도 정세를 얼어붙게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8월8일 뉴저지주 트럼프 내셔널 골프클럽에서 기자들에게 “북한이 미국을 위협하면 전 세계가 지금껏 보지 못한 화염과 분노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고, 이에 북한은 “괌 폭격을 검토하겠다”고 응수했다.
새 정부 들어 최저임금 인상, 탈(脫)원전 정책 등 급격한 정책 변화로 재계 곳곳에서 탄식이 나왔다.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이 문재인 대통령과의 재계 회동에서 “신고리 5, 6호기 건설을 중단하면 매출 타격이 불가피하다”고 직접 호소할 정도였다. “대기업이 근육만 키워 관절이 못 버티는 위기에 빠졌다”(최태원 SK그룹 회장)는 자성의 목소리도 나왔다.
위기를 기회로 바꾸려는 도전 정신이 빛난 한 해이기도 했다. 세계 각국은 위기 속에서도 신성장동력을 찾으려는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6월 “한마디로 말하자면, 기업가는 새로운 프랑스”라며 창업국가(스타트업네이션) 비전을 야심차게 선포했다. 박현주 미래에셋금융그룹 회장도 “벽이었던 것을 문으로, 좁은 문이었던 것을 넓은 길로 만드는 혁신가가 되겠다”고 다짐했으며 허남권 신영자산운용 사장은 증시가 크게 조정받던 8월 “위기 상황에서 투자해야 한다. 주식이 싸져 홀가분하게 사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혼란 속에서도 빛난 헌신과 희생의 말
‘탐욕’도 올해 빼놓을 수 없는 키워드다. 세계적으로 저금리 기조가 계속되면서 곳곳에서 투기 광풍이 불었다. 주식 부동산은 물론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 시세가 급등하면서 하루종일 시세만 쳐다보고 있는 ‘비트코인 좀비’들이 등장했다. 시세 급등을 기원하는 “비트코인 가즈아~!”라는 표현은 유행어로 자리잡았다.
관련 당국도 넋놓고 있지만은 않았다. “가상화폐 열풍은 비이성적 과열”(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자기가 사는 집이 아니면 좀 파시라”(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며 각종 규제책을 쏟아냈다.
‘복마전’에 지친 국민을 위로한 건 사회를 위해 조용히 헌신한 이들이었다. 총상을 입은 북한 귀순병사를 살려내고도 “귀순병 몸속에 1만2000㏄의 대한민국 국민의 피가 흐르고 있다”며 공을 돌린 이국종 아주대병원 권역외상센터장, “이름 밝히는 건 추접스러운 일”이라며 30억원 기부를 숨긴 채 세상을 떠난 ‘강골 검사’ 변무관 전 검사장의 헌신은 많은 이들의 가슴에 큰 울림을 남겼다.
민낯 드러낸 명사들…“무엇이 진실인가”
어느 한 여배우의 용기가 그동안 가려져 있던 세계적인 명사들의 ‘추악한 민낯’을 드러내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당신이 성폭력 피해를 본 적이 있다면 주저하지 말고 ‘#Metoo’라고 써달라”는 미국 영화배우 앨리사 밀라노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메시지는 세계적인 성폭력 고발 캠페인으로 이어졌다.
정부 의료 정책이 포퓰리즘으로 치닫는다고 지적한 발언도 주목받았다. 이동욱 대한의사협회 국민건강수호 비상대책위원회 사무총장은 11월 ‘문재인 케어, 무엇이 문제인가’ 기자간담회에서 “병원비 걱정이 없는 나라는 북한과 쿠바뿐이다. 공짜 점심은 없다”며 문 대통령 공약인 ‘병원비 걱정 없는 든든한 나라’ 구호는 허구라고 지적했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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