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사의 글로벌 임상도 한국 유치
[ 임락근 기자 ] 하마리 바드코리아 대표(사진)는 2014년 11월 미국 뉴저지에 있는 바드 본사에서 열린 사업계획 발표회에서 “6년 안에 매출을 두 배로 늘리겠다”고 호언장담했다. 그해 7월 한국지사를 맡고 나서 처음으로 본사에 사업계획을 보고하는 자리였다. 대리점과 병원을 돌며 영업사원, 의사 등 100명 가까운 사람을 인터뷰하면서 바드코리아가 성장 잠재력에 한참 못 미치고 있다고 판단했다. 당시 바드코리아의 매출은 대만지사보다도 적었다.
발표를 마치고 귀국한 하 대표는 본격적인 개혁에 들어갔다. 본사에서 300만달러(약 33억원)를 투자받아 의료기기업계에서 유능하다는 인재를 20명 넘게 스카우트했다. 대리점을 통해서만 이뤄지던 영업 방식도 본사에서 직접 마케팅과 영업을 관리하는 구조로 전환했다. 사업구조도 간소화했다. 심정지 상태 환자의 체온을 낮춘 뒤 일정하게 유지시켜 뇌와 장기 손상을 최소화하는 목표체온유지치료기 ‘아틱선’과 뇌신경이나 척수신경이 손상돼 배뇨 장애가 있는 환자들이 소변을 볼 때 직접 요도를 통해 삽입해 사용하는 자가도뇨 카테터 ‘매직3’, 진공 흡입 방식의 유방 조직검사 장비 ‘엔코’ 등 주력 제품 중심으로 개편했다.
전략은 성공적이었다. 2015년 한국에 들여온 최신형 엔코에 대한 시장 반응이 특히 좋았다. 많은 대학병원에서 사용되면서 전체의 10%에도 못 미치던 매출 비중이 지금은 25% 이상을 차지하는 주력 품목이 됐다. 양성 종양을 제거할 때도 3㎜ 이하로 절개하면 되기 때문에 흉터가 적게 남고 시술 시간도 짧아 환자들의 선호도가 높았다. 엔코를 필두로 한 생검조직검사사업부 매출은 2014년에 비해 3~4배가량 늘었다. 매직3도 지난 1월부터 후천성 신경인성 방광환자들에게 하루 여섯 개까지 건강보험이 적용되면서 매출이 늘고 있다. 하 대표는 “2016년에 이어 2017년에도 매출이 40% 이상 늘었다”며 “대표를 맡았던 2014년에 비해 매출이 두 배로 증가했다”고 말했다.
해외 지사 중 가장 두드러진 매출 증가를 보이자 바드 본사에서도 연구개발(R&D) 측면에서 바드코리아를 주목했다. 하 대표는 “글로벌 단위로 진행되는 임상시험을 2014년부터 세 차례 한국에 유치했다”며 “본사와 함께 연구 부문에서도 혁신을 이끌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임락근 기자 rkl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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